"미란 언니 다치면 안 되는데!"
"미란아 괜찮아?"

경기도 양평 강상체육공원 여자 소프트볼 국가대표팀 훈련장에는 순간 긴장감이 돌았다. 투수 임미란(24)이 투구를 하다가 발목을 다친 것. 구장 밖에서 지켜보고 있던 투수 박수연(21)이 급하게 스프레이 파스를 들고 마운드로 뛰어갔다.

다른 선수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이 모습을 지켜봤다. 다행히 임미란의 발목은 괜찮은 듯했다. 선수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쉬었다. 연습장의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해졌다.

3일 찾아간 여자 소프트볼 국가대표팀 연습장의 분위기는 다른 국가대표팀에서 느껴지는 엄숙한 분위기와는 달랐다. 선수들은 선후배에 관계없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장난을 쳤다. 그리고 서로 걱정과 응원을 하며 연습경기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들은 마운드와 타석에 들어서면서부터 180도 달라졌다.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힘껏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경기장 밖에서의 발랄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가대표팀은 7월 16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월드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월드게임'은 올림픽에 포함되지 않은 종목들을 위주로 만든 대회로, 소프트볼 종목에는 미국, 캐나다, 일본, 싱가포르, 러시아, 한국 등이 참여한다. 소프트볼은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때부터 정식종목이었으나 야구와 함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제외됐다.

175cm 키에서 뿜어내는 시속 102km의 공

 여자 소프트볼 국가대표팀 투수 박수연.

여자 소프트볼 국가대표팀 투수 박수연.ⓒ 김환


선수들 중에서도 유독 키가 큰 한 선수가 눈에 띄었다. 그는 대표팀 투수 중 최고 구속 102km를 자랑하는 박수연이었다. 야구로 따지면 135km 버금가는 구속이다. 국제대회 평균 구속이 107km 정도 되는 것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국내에서는 가장 빠른 구속을 자랑한다.

175cm의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박수연의 공은 포수 글러브에 꽂힐 때마다 '퍽'하고 큰소리가 났다. 이어 선수들은 다함께 '나이스볼' 이라며 힘차게 외쳤다.

박수연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07년 방콕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일본을 꺾으면서부터다. 그는 경기에서 1실점만을 내주며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2-1로 꺾는 주역이 됐다. 그러나 그는 2007년 일본전 당시 1실점을 한 것에 대해 "내가 1실점을 했기 때문에 질 뻔 했다, 타자들이 잘해서 이긴 것이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처럼 박수연은 욕심이 많은 선수다. 인터뷰 내내 '최고선수' 라는 단어를 수차례 사용하며 자신의 목표를 밝혔다.

"지금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올라 최고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구속은 115km정도까지 끌어올리고 싶고. 그 정도면 국제대회에서도 '꿀리지' 않거든요."

그는 쑥스럽게 웃었다. 그러나 그 미소 속에는 자신감이 묻어있었다. 대표팀 타자 홍기자(24)는 박수연에 대해 "예의도 바르고 대표팀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다"며 "직구와 변화구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한마디로 '노력파'라고 할 수 있다"고 치켜세웠다. 다음은 박수연 선수와의 일문일답.

"혼자 돋보이면서도 부담감 큰 것이 투수의 매력"

- 소프트볼이라는 종목은 생소한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중3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다. 다른 운동을 한 것도 아니다. 평범한 학생이었다."

- 소프트볼의 매력이 뭔가?
"경기가 스릴 있고, 게임을 하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기는 쾌감이라고나 할까? 특히 투수라는 포지션이 매력 있다. 혼자 돋보일 수 있다. 그러나 부담감도 크다. 그게 매력인 것 같다."

- 어렸을 때 꿈을 무엇이었나?
"변호사나 교수님이나 공부 좀 많이 하는 쪽을 하고 싶었다. 둔치라서 운동에 전혀 관심도 없었다. 내가 운동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 뒤늦게 운동을 시작했는데 힘들지 않나?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뙤약볕에서 하는 운동이라 몸이 힘들고, 경기를 준비하다보면 부담감 때문에 마음도 힘들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대부분의 운동선수와 같이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그런 고비가 있었는데, 지금은 잘 극복해서 다행이다."

- 공의 속도가 시속 102km정도 나온다고 하던데?
"국내에서는 제일 잘 나온다는 편인데, 국제로 따지면 한참 멀었다. 내 장점이 속구이기 때문에 스피드에 욕심이 많아 의식하고 던진다. 그리고 변화구도 개발하기 위해 노력도 하고 있다."

- 직구는 위험성이 크지 않나?
"위험성이 커서 재밌다. 나의 빠른 볼에 타자들이 놀아나면 기분이 좋다."

"일본은 꼭 이기고 싶다"

 3일 경기도 양평 강상체육공원. 국가대표팀 투수 박수연이 힘껏 공을 던지고 있다.
 3일 경기도 양평 강상체육공원. 국가대표팀 투수 박수연이 힘껏 공을 던지고 있다.
ⓒ 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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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적으로 경쟁상대는 어느 나라인가?"라이벌이라고 하기에는 다른 국가가 너무 잘한다. 아직 배우는 입장이라고 본다. 그러나 꼭 한 번 이기고 싶은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세계최강이기 때문이다. 2007년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한 번 이겼는데 대학선수들로 이겼다. 정식 국가대표팀으로 경기를 해서 꼭 이기고 싶다."

- 2007년 당시 처음부터 끝까지 던져서 일본을 이겼는데 그 상황을 설명해 달라.
"6회까지 나의 실책으로 0-1로 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타자들이 공격을 잘해서 2-1로 기적적으로 이길 수 있었다. 내가 잘 던져서는 아니라고 본다"

- 비인기 종목으로 서러움이 있나?
"야구와 비슷한 종목인데 인기가 없어서 많이 아쉽다. 좀 더 스피드가 올려서 국제에서도 알아주는 투수가 돼 소프트볼을 알리고 싶다. 내가 더 빠른 공을 던짐으로써 언론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소프트볼에 대한 주위 시선은 어떠한가?
"어렵고 힘들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응원해주는 사람도 많다.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다. 친동생들도 다치지 말라고 응원도 많이 해준다."

- 소프트볼 선수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지금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올라 최고선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구속은 115km정도까지 끌어올리고 싶다. 그 정도면 국제대회에서도 '꿀리지' 않는 구속이다(웃음)."

- 꿈이 있다면?
"나는 욕심이 많다. 다른 사람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서고 싶다. 은퇴 후에도 소프트볼을 할지 모르지만… 무엇을 하든 최고가 되고 싶다."

"소프트볼 팀 한국 25개, 일본은 2만5000개"
여철훈 감독이 본 투수 박수연과 대한민국 소프트볼
 여자 소프트볼 국가대표팀 여철훈 감독과 박수연 선수.

여자 소프트볼 국가대표팀 여철훈 감독과 박수연 선수.ⓒ 김환


상지대학교 소프트볼팀 감독이자 여자 소프트볼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는 여철훈 감독은 박수연을 중3 시절부터 지켜봐왔다. 박수연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여 감독은 그를 상지대학교 소프트볼 팀으로 합류시켰다.

"고등학교 때는 키만 컸지 체력과 체격이 부족했다. 대학에 와서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아 최고 투수의 자리까지 오게 됐다. 앞으로의 가능성이 더 많은 젊은 선수이다. 6년 정도 지나면 최고 기량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지켜봐 달라."

여 감독은 박수연의 장점을 '성실함'으로 꼽았다. 여 감독은 "기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성격적인 면에서도 성실하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무 불편 없이 꿋꿋하게 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다"고 말했다.

여 감독은 이어 국내 소프트볼 환경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 감독에 따르면 국내 소프트볼 팀은 25개(실업 2팀·대학 6팀·고등 8팀·중등 7팀)밖에 되지 않는다. 2만5천여 개의 팀이 있는 일본과는 격차가 크다. 그만큼 저변 확대에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한 여 감독은 "북한 대동강 주변에도 소프트볼 전용구장이 6개 있고, 용산 미군기지 안에도 6개가 있다"며 "그러나 대한민국은 전용구장이 춘천에 1개 있는데, 이마저도 없어지려고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마지막으로 여 감독은 한마디 덧붙였다.

"소프트볼은 절대 '비인기 종목'이 아닙니다. '비활성화 종목'입니다. 어떠한 계기만 있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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