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

롯데 자이언츠는 5월 15일 한화 이글스와의 사직 홈경기를 앞두고 특별한 행사를 했다. 스승의 날 기념 행사였다. 롯데는 이날 행사에 연고지인 부산에 있는 경남고의 이종운(43) 감독을 초청했다. 롯데는 해마다 스승의 날 행사를 하려 했지만 방문 경기 일정이 겹치는 등 좀처럼 행사다운 행사를 할 기회가 없었다.

2003년부터 경남고 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제자인 투수 이상화(21)와 하준호(20)에게서 카네이션과 큰절을 받았다. 기념 촬영이 끝나고 이 감독은 시구를, 이상화는 시타를 해 관중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현역 생활이 엊그제 같습니다. 제가 스승의 날 행사에 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벌써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싶습니다(웃음)."

흐르는 세월은 막을 수 없다. 이 감독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은퇴한 지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한화에서 보낸 1998년이 그가 선수로 뛴 마지막 시즌이었다. 현역 시절의 대부분은 롯데에서 보냈다. 경남고와 동아대를 졸업한 이감독은 1989년 신인 2차 2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프로 생활 10년 동안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지는 못했다. 통산 타율은 2할7푼2리로 평범했고 출루율은 3할1푼1리, 장타율은 3할5푼에 그쳤다. 그러나 외야수로는 수준급 수비를 자랑했다. 강한 승부 정신도 갖고 있었다.

이 감독이 야구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긴 해는 롯데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992년이다. 그해 이 감독은 정규 시즌 106경기에 출전해 444타석으로 프로에 데뷔한 뒤 처음으로  규정 타석을 채웠다. 3할1푼4리의 높은 타율에 3홈런 57타점 21도루의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한국시리즈에서는 5경기에 나서 18타수 5안타(타율 0.313) 1홈런 4타점의 뛰어난 활약으로 우승에 한몫을 했다.

1992년을 선수 생활의 전성기라고 한다면 지금은 아마추어야구 지도자로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 감독은 2003년 경남고 사령탑을 맡은 뒤 1년도 채 되지 않아 투수 김상록(23, SK 와이번스)을 앞세워 봉황대기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약체로 평가받던 전력이었기에 더욱 값진 우승이었다.

한동안 조용하던 경남고는 2006년과 2007년 내리 청룡기대회에서 우승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6년 제61회 청룡기 우승의 주역이 이상화, 제62회 우승의 주역이 하준호였다. 이상화와 하준호는 각각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2년 연속 청룡기 감독상을 받은 이 감독은 "선수가 좋아서 우승했다"며 겸손해 했다. 경남고는 지난해 청룡기 결승에서 대구고에게 1-2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3년 연속 결승에 진출해 야구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게 감독의 할 일이다. 하지만 "좋은 선수로 우승했다"는 이 감독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이상화와 하준호 같은 수준급 투수들이 있다면 대번에 대회 우승권 전력으로 꼽히게 마련이다.

경남고는 2006년과 2007년 2년 연속 청룡기 정상에 오르면서 8번 우승으로 청룡기 최다 우승팀이 됐다. 청룡기에 대한 경남고 선수들의 자신감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06년 고교 3학년이던 이상화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화는 "선배들이 청룡기는 '그냥 가져오는 우리 대회'라고 여기고 있어서 두려움이 없었다. 우승을 목표로 혼신을 다했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상화는 진흥고와의 결승에 이재곤과 함께 등판해 연장 16회말 결정된 2-1 승리를 지켰다.

자신감이 넘친 건 2007년 청룡기에 출전했던 하준호도 마찬가지였다. 하준호는 "8강전부터 잡념이 사라졌다. 그래서 더욱 집중해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준호는 강릉고와의 결승에서 5-0 리드를 지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IMG@

이상화와 하준호는 나란히 연고 구단인 롯데에 입단했다. 롯데는 2007년 신인 1차 지명 선수로 이상화와 이재곤을 지명했고 2008년 신인 2차 1순위(전체 2번) 지명 선수로 하준호를 찍었다. 청룡기 우승의 주역이 나란히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롯데 조성우 스카우트팀장은 "고교 시절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 본 에이스이기에 지명했다. 연고 선수로서 오랜 기간 유심히 봐 왔다. 잠재력이 많은 선수들"이라며 후한 평가를 내렸다.

1년 선후배 사이인 이상화와 하준호는 경남고 출신 에이스지만 다른 점이 많다. 오른손 투수인 이상화는 188cm, 100kg으로 신체 조건이 좋으며 마운드에서 안정감이 있고 뛰어난 제구력을 지녔다. 그러나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30km대 후반에서 140km대 초반으로 느린 편이다. 하준호는 왼손 투수로 최고 구속이 시속 148km까지 나온다. 그러나 173cm, 76kg의 작은 몸집을 지녔고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보완해야 한다. 서로 상대방의 장점을 부러워할 만하다.

최근 두 선수의 상태는 썩 좋지 않다. 이상화는 5월 1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앞두고 있다. 4월 14일 1군에 올라온 하준호는 12경기에 나와 7⅔이닝 동안 4안타 8볼넷의 불안한 투구로 평균자책점 9.39를 기록한 채 5월 24일 2군으로 갔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을 이상화는 구속 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하준호는 부담이 덜한 2군 경기를 통해 약점인 경기 운영 능력을 보완할 기회를 잡았다.

두 선수 모두 성실한 선수여서 위기에 쉽게 쓰러질 선수들은 아니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평가다. 이 감독은 경남고 시절 두 선수에 대해 "(이)상화와 (하)준호는 스스로 알아서 훈련했다. 간섭할 일이 없었다. 앞으로도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화와 하준호를 지켜본 성준 롯데 1군 투수 코치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성 코치는 "두 선수 모두 자질이 있는 투수이며 장래성이 있다. 성실한 선수들이어서 미래에 롯데 마운드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상화와 하준호는 경남고 시절 청룡기 우승의 기억을 프로에서 재연하고 싶어 한다.

이상화 하준호 롯데 투수 프로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