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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는 5월 12일 한국야구위원회에 외국인 선수인 오른손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32)을 웨이버 공시 신청하고 13일 대체 선수로 릭 바우어(32)를 영입했다. 옥스프링은 시범경기 때부터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1군 명단에서 빠졌고 시즌 시작과 함께 2군과 재활군에 머물다 결국 한국을 떠나게 됐다.

옥스프링은 올 시즌 내내 오른쪽 팔꿈치에 돌아다니는 뼛조각이 신경을 자극해 정상적인 투구를 하지 못했다. 5월 7일에야 불펜에서 공을 던졌지만 다음날 다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면서 1군 복귀가 불투명해졌다. 옥스프링은 11일 구단 지정병원인 김진섭 정형외과에서 검진을 받고 수술대에 오르기로 했다.

수술을 하고 재활까지 거치면 현실적으로 올 시즌 출전은 어렵다. LG는 더 기다리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옥스프링을 퇴출했다. 퇴출 전 옥스프링은 LG와 한국 야구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렸다. 한국 생활 3년째를 맞은 옥스프링의 재활 당시 인터뷰를 정리했다.

- 한국 프로리그에서 3년째 뛰고 있다. 불편한 점은 없나.
"처음에는 적응이 덜 돼 힘들었다. 지금은 적응해서 오히려 편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생활에 많이 익숙해졌다. 음식도 큰 거부감은 없다. 이제는 매운 음식도 곧잘 먹는다."

- 한국 생활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꼽는다면.
"적응했다고는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게 힘들었다. 언어의 장벽은 쉽게 극복할 수 없었다. 일상생활에서 가끔 답답한 적이 있었다."

- 지난해 소속팀인 LG 트윈스가 46승80패(승률 0.365)로 부진했다. 외국인 선수의 처지에서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최하위의 성적이 나왔다. 선수들과 팬 모두 생각하기 싫은 가장 나쁜 결과였다. 지금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해 워낙 좋지 못했기 때문인지 올해는 더 떨어질 데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팀 성적이)올라가는 일만 남았다."

- 올 시즌 LG는 기대해도 좋다는 말로 들리는데.
"여러 선수들의 기량이 성장한 게 눈에 보인다. LG는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많다. 지난 겨울 히어로즈 내야수 정성훈과 SK 와이번스 외야수 이진영을 영입해 전력이 강해졌다. 두 선수의 영입으로 팀 분위기가 아주 좋아졌다. 스프링캠프 때 경기에 나서는 자세가 다들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이기는 경기가 많아질 것이다. 순위까지 예상하긴 어렵겠지만 충분히 4강 다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정성훈과 이진영은 수비가 좋은 선수들이다. 특히 3루수인 정성훈의 가세가 투수들의 투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내야 수비는 중요하다. 뛰어난 수비력를 갖춘 3루수가 있다는 건 투수에게 큰 도움이 된다. 최대한 적극적으로 몸쪽 승부를 하고 땅볼 유도에 신경을 쓰겠다."

- 지난해는 내야 수비가 전반적으로 불안했다. 김재박 감독도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선수들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단 한번도 실수를 하지 않고 경기를 치르기는 어렵다. 실책은 게임의 일부로 받아들여야지 누굴 탓해서는 안 된다. 지나간 일은 잊고 침착하게 투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 지난해 내야 수비에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 과거에 소속팀이 최하위를 했던 경험이 있나.
"기억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2000년 독립리그인 프런티어리그의 쿡 카운티 치타스에서 나쁜 성적을 냈다. 이듬해에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로 싱글A 포트 웨인 위저즈에서 꼴찌를 했던 적이 있다."
(2000년 쿡 카운티는 38승46패, 승률 0.452로 프런티어리그 서부지구 5개팀 가운데 3위를 했다. 지구 꼴찌인 두보이스 카운티 드래건스에 겨우 2경기 앞선 성적이었다. 포트 웨인은 2001년 54승83패, 승률 0.394의 형편없는 성적을 냈다. 미트웨스트리그 동부지구 선두 미시건 배틀 캣츠에 28경기나 뒤진 최하위였다.)

- 지난해 29번 등판해 174이닝 10승10패 평균자책점 3.93의 기록을 남겼다. 만족스러운 성적이었나.
"형편없는 성적은 아니었지만 아주 만족스럽지도 않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 가장 불만족스러웠던 점을 꼽는다면.
"볼넷이 77개로 상당히 많았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투구할 때 밸런스가 흐트러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볼넷을 내주는 일이 잦았다. 올 시즌은 볼넷을 적게 내줘야겠다는 생각이다. 공격적으로 투구해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고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기 위해 노력하겠다."

- 미국, 일본과 비교해 한국의 스트라이크존은 어떤가.
"매우 좁다. 타자들이 다들 잘 쳐서 그런지 위, 아래, 양쪽 옆 모두 여유가 없다. 솔직히 외국인 선수에게 더욱 엄격한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긴 하다. 그렇다고 소신껏 볼 판정을 하는 심판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나만의 느낌을 얘기한 것이니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주무기가 슬라이더다. 타자들을 상대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슬라이더 제구에는 자신이 있다. 변화구에 약점이 있는 선수들을 상대로 구사해 효과를 봤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타자들은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 승부를 하기 쉽지 않다.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변화구 적응력이 뛰어나 좀 더 영리한 투구를 해야 한다."

- 외국인 선수들은 한국의 더운 날씨를 견디기 힘들다.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에서 풀 시즌을 뛰면서 여름을 지냈을 텐데 무더위로 경기력이 나빠지진 않았나.
"힘든 점도 없진 않았다. 그래도 더위가 큰 영향을 준 것 같지는 않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더위에 강한 편이다. 지금까지 무더위를 겪어본 적이 꽤 있었는데 더울 때 몸이 더 잘 풀리고 공도 위력적이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쌀쌀한 날씨보다는 더운 날씨가 훨씬 경기를 치르기 편하다."

- 174이닝을 던졌다. 미국과 일본 시절을 포함해 한 시즌 가장 많은 투구를 했는데.
"풀 시즌을 치르는 데 익숙해 큰 문제는 없었다. 2005년 샌디에이고 산하 트리플A 포틀랜드 비버스에서 26경기에 선발 등판해 160⅔이닝을 던졌는데 지난해 그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시즌 막바지까지 힘이 떨어지거나 경기력에 지장이 있던 적은 없었다. 앞으로도 이 정도의 투구는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못 던질 이유도 없다."

- 지난해 11월 27일 일본인 다카하시 미치다케가 투수 코치로 왔다. 다카하시 코치가 어떤 영향을 줬나.
"하체 이용을 늘리고 공을 놓는 타이밍을 바로잡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공의 위력이 더 좋아진 걸 느낄 수 있었다. 지도자의 조언은 언제나 환영한다. 지도자와 대화에서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된다. 다카하시 코치와는 통역을 거쳐 이야기를 나누지만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야구는 혼자서 하는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코칭스태프, 동료들과 꾸준히 대화를 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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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호주는 일찍 탈락했다. 한국은 결승에서 일본에 3-5로 져 준우승했는데 중계방송을 봤나.
"호주가 1라운드에서 떨어지면서 한국 경기를 유심히 지켜봤다. 한국이 치른 모든 경기를 다 본 것 같다. 내심 한국 편을 들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랐다."

- 한국 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과 WBC 준우승으로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졌다. 외국인 선수로 객관적으로 한국 야구의 수준을 평가한다면.
"(잠시 생각하더니)평가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비교의 기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거다. 내가 보기에 베이징올림픽과 WBC의 한국 야구대표팀은 근성이 가장 돋보였다. 선수들이 포기를 모르고 끈질긴 승부를 펼치는 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 오른쪽 팔꿈치 부상 회복이 더디다. 호주 WBC 대표팀에 합류했던 게 악영향을 준 건 아닌가.
"WBC 출전이 부상으로 이어지진 않은 것 같다. 원래 페이스가 늦게 올라오는 편이어서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 (WBC 출전은)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 LG와 재계약은 낙관적으로 봤나.
"퇴출 기준이 엄격하다는 생각을 했다. 전부터 LG에서 뛰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마침 구단이 1년 전과 같이 재계약 의사를 보여 내심 기뻤다. LG와 계약을 못할 경우도 생각은 했다. 한국은 물론 일본, 미국에서 뛴 적이 있어 어딜 가도 적응은 자신이 있다."

- 올해로 3년째 LG에서 뛰고 있는데.
"매우 만족스럽다. LG에서 좋은 동료들을 알게 됐고 상대에 대해 어느 정도 분석을 해 경기를 하기 더욱 편해졌다. 코칭스태프의 배려도 감사하다. 직업이 야구 선수이니 매일 운동을 하는 게 당연하지만 LG가 좋은 팀이어서 더욱 즐기면서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옥스프링 LG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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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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