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셋의 진지함 힘든 시기를 겪었던 이웅용은 인터뷰 도중 한순간도 진지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 스물 셋의 진지함 힘든 시기를 겪었던 이웅용은 인터뷰 도중 한순간도 진지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 이호영

5월 3일 현재 프로야구 2군 북부리그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때린 선수는 경찰청 외야수 이웅용(23)이다. 이웅용은 72타석에 들어서 63타수 25안타로 3할9푼7리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4할 타자였다. 이웅용은 "요즘 안타를 몇 개 못 쳤더니 타율이 떨어졌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5월 5일과 6일 구리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다시 4할 타율(0.403)에 복귀했다.

이웅용은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서울고, 단국대 출신의 이웅용은 고교, 대학을 졸업할 때마다 번번이 프로구단의 외면을 받았다. 중요한 시기에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교 3학년 때는 도루를 시도하다 슬라이딩 도중 수비수와 부딪쳐 왼 무릎을 다쳤고 대학 4학년 때는 오른 엄지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지독한 불운이었다. 이웅용은 두 번이나 외면을 당하자 야구를 그만 둘까도 생각했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까지만 야구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던 터라 더욱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우연히 지원한 경찰청 야구단 2기 입단 테스트에 합격하면서 다시 한번 기회를 잡았다. 이웅용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땀을 흘렸고 처음부터 2기 선수들 가운데 두각을 나타냈다.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은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그를 꼽았다.

지난해 11월 구성된 새로운 코칭스태프 또한 이웅용의 성실성을 높이 산다. 유승안 경찰청 감독은 이웅용에 대해 "열심히 훈련하고 기량도 수준급"이라고 말했다. 전대영 경찰청 타격 코치의 평가는 더 후하다. 전코치는 "(이)웅용이는 타격에 재능도 있지만 묵묵히 제 몫을 해내는 성실성이 돋보이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방망이 실력은 지난해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났다. 80경기에 출전해 7홈런 38타점 13도루 3할2푼의 타율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올해도 시즌 초반이지만 4할에 가까운 높은 타율로 맹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겨울 이웅용은 더 호쾌한 스윙을 하기 위해 타격 폼을 수정했다. 폴로스루를 정확하게 해 타구를 더 강하고 멀리 날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웅용은 "바뀐 타격 폼이 완전히 몸에 익지는 않았지만 점점 나아지는 걸 느낀다. 거포형 타자가 아니기 때문에 2루타를 노리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에 찬 표정 전대영 경찰청 타격 코치는 "(이)웅용이가 요즘 자신감이 생기면서 우울한 표정을 보기 어려워졌다"고 귀띔했다.

▲ 자신감에 찬 표정 전대영 경찰청 타격 코치는 "(이)웅용이가 요즘 자신감이 생기면서 우울한 표정을 보기 어려워졌다"고 귀띔했다. ⓒ 이호영


올해 이웅용은 세 번째로 신인 지명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편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하지만 은근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웅용은 "이미 두 번이나 지명을 못 받은 경험이 있어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신인 지명일인 8월 17일까지 계속 긴장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올해 지명 대상 선수들의 기량이 예년만 못하다는 게 8개 구단 스카우트들의 평가다. 이웅용은 이같은 평가를 전해 듣고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다. 이웅용의 가장 큰 장점은 군 복무를 하면서 2군리그에서 기량을 닦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 지도자들은 야수를 육성하려면 적어도 2~3년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2군 선수들과 두 시즌째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이웅용은 준비된 선수다.

김진철 LG 트윈스 스카우트팀장은 "상무와 경찰청에서 전역하는 아마추어 선수는 기량만 뛰어나다면 영입 대상이 된다. (영입 작업에)필요하다면 각 구단 2군 코칭스태프의 평가를 참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팀장은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됐다가 경찰청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다시 입단한 외야수 최형우를 예로 들면서 "선수 영입에는 무조건 실력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외야수인 이웅용은 최근 3루수 수비 훈련도 하고 있다. 내야수가 부족한 팀 사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위해서기도 하다. 내야수가 외야수보다 지명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루수로 전향하는 데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다. 정영기 경찰청 수비 코치는 이웅용의 3루 수비에 합격점을 줬다. 정코치는 "어깨가 워낙 좋아 내야 안타성 타구를 친 타자도 잡아 낸다. 좀 더 다듬어야겠지만 앞으로 3루수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웅용은 고교 대학 시절 내야수로 뛴 경험이 있어 3루수 출전이 크게 어색하지 않다.

전대영 타격 코치는 이웅용에게만 있는 특별한 장점으로 두려움이 없다는 사실을 꼽았다. 전코치는 "어떤 선수든 타석에 들어서면 크고 작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타격 코치가 적극성을 강조하는 건 그걸 떨치기 위해서다. 하지만 웅용이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웅용은 "1군 투수들이 2군 경기에 시험 등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치기 어렵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 늘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들어선다. 어느 투수에게도 (정신적으로)지고 들어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흔히 있는 일 이웅용(가운데)이 볼넷으로 1루에 나가 정영기 경찰청 수비 코치(오른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웅용의 출루율은 5월 3일 현재 4할4푼4리나 된다.

▲ 흔히 있는 일 이웅용(가운데)이 볼넷으로 1루에 나가 정영기 경찰청 수비 코치(오른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웅용의 출루율은 5월 3일 현재 4할4푼4리나 된다. ⓒ 이호영


5월 2일 SK 와이번스와 경찰청의 2군 경기가 열린 벽제구장의 관중석에서 이웅용의 아버지 이성완 씨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해태 타이거즈 팬이었다는 이씨는 달리기에 소질이 있었던 이웅용에게 야구 선수의 꿈을 심어줬다. 이웅용은 100m를 12초대 초반에 달려 초등학교 때 육상 선수가 될 뻔했다.

이웅용은 "힘들 때마다 부모님의 격려가 큰 도움이 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가 매일 나를 위해 기도하면서 아침마다 성경이 담긴 문자를 보내 주시는데 울컥 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웅용의 어머니는 야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홈런을 치면 "잘했다"고 칭찬하지만 안타를 치면 "좀 더 잘하지"라고 퉁명스럽게 이야기할 정도다. 하지만 이웅용에게는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다.

"지금까지 부모님의 정성어린 뒷바라지에 단 한번도 좋은 결과로 보답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부모님의)관심을 받지 못한 형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1기 (최)형우 형처럼 경찰청에서도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다.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나 팀에서 쓰임새가 많은 선수가 되고 싶다. 올해가 나에게는 마지막 기회다. 후회 없이 뛰겠다."

이웅용 프로필

생년월일│1986년 1월 17일
신체조건│179cm, 85kg
수비위치│외야수, 3루수
투타│우투우타
학력│서울 화곡초-신월중-서울고-단국대
경력│2008년 경찰청 입단

이웅용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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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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