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쁨 대구상원고는 5월 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3회 대통령배전국고교야구대회 준결승에서 충암고를 2-1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다음날 덕수고와 치른 결승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9-10으로 져 준우승에 그쳤다.
▲ 마지막 기쁨 대구상원고는 5월 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3회 대통령배전국고교야구대회 준결승에서 충암고를 2-1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다음날 덕수고와 치른 결승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9-10으로 져 준우승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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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하던 고교야구에 또다시 판정 논란이 일었다. 덕수고는 5월 2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3회 대통령배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에서 대구상원고를 10-9로 따돌리고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덕수고는 1회초에만 6개의 안타와 몸에 맞은 볼 2개, 볼넷 1개를 얻어 8점을 냈다. 승부는 이미 결정난 듯 보였다.

그러나 덕수고가 2회초와 4회초 1점을 보태는 사이 대구상원고가 2회말 3점, 3회말 1점, 7회말 5점 등 9점을 얻으며 바짝 따라붙었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1점차 승부가 이어졌지만 덕수고는 마지막까지 리드를 잘 지켰다. 2연속 우승의 감격에 찬 덕수고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기쁨을 만끽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덕수고의 우승에 박수를 치고 대구상원고의 선전을 격려해야 했다. 그러나 물병과 관중석에 비치된 쓰레기통이 그라운드로 날아 드는 등 경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고교야구에서 구장이 난장판으로 변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대구상원고 쪽에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박영진 대구상원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말해서 무엇하겠느냐"며 조용히 짐을 꾸렸다.

논란은 온라인에서 더욱 뜨거워졌다. <KBS N 스포츠>의 중계 방송을 보고 판정 문제를 제기한 야구팬 누리꾼들에 의해 논란이 확대됐다. 누리꾼들은 "명백한 오심이 있었다"에서 "승부 조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까지 다양한 의견을 쏟아 내고 있다. 게시글의 대부분은 심판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이다. 대한야구협회 게시판은 물론 한국야구위원회 게시판,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팬들의 분노 대한야구협회 게시판에는 대통령배대회를 지켜본 아마추어야구 팬들의 항의성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 팬들의 분노 대한야구협회 게시판에는 대통령배대회를 지켜본 아마추어야구 팬들의 항의성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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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되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다. 대구상원고의 9회말 공격  1사 1, 2루에서 중견수 플라이 때 2루 주자가 3루에서 아웃 판정을 받은 점과 대구상원고에 더욱 엄격한 스트라이크존이 적용됐다는 것이다.

대한야구협회는 판정 논란에 대해 크게 문제될 게 없었다는 반응이다. 이상현 협회 사무국장은 "오심 논란이야 과거부터 있었던 일이다.  9회말 3루에서 나온 판정은 아웃, 세이프가 확연히 나타나는 상황이 아니어서 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스트라이크존 또한 베테랑 심판들이 잘 판정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지켜본 관계자들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카우트는 "덕수고의 전력이 강해 승부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논란이 될 만한 판정이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도 심판이 경기의 승패에 개입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마추어야구를 즐기는 팬이라는 한 누리꾼은 "앞서 열린 황금사자기대회와 달리 이번 대통령배대회에서는 논란이 될 만한 판정이 잦았다. 특히 지방팀에 대한 서울팀의 텃세가 느껴졌다"고 주장했다.

대한야구협회는 그동안 심판 비리 척결에 힘써 왔고 심판 판정 문제와 관련한 논란을 줄이는 성과를 봤다. 이를 토대로 아마추어야구의 중계권을 유료로 전환하기도 했다. 중계가 많아지면서 보는 눈이 늘어나자 판정 논란도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이번 결승전은 프로야구와 경기 시간이 겹치지 않는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생중계가 이뤄져 더욱 많은 야구팬의 이목을 끌었다. 아마추어야구를 즐기는 팬은 특정 구단을 응원하는 프로야구 팬과 달리 제3자의 눈으로 경기를 보는 경우가 많아 객관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온라인까지 이어진 논란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판정은 심판의 고유 권한으로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대신 판정을 모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판정 논란이 크게 일었다는 것 자체가 심판들이 경기 운영을 잘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망스러운 건 큰일이 아니라는 듯 모르쇠로 일관하는 협회다.

한 올드 아마추어야구 팬은 "아마추어야구는 20년이 지나도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판정 논란의 피해자는 찜찜한 승자인 덕수고와 억울한 패자인 대구상원고뿐만 아니라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 모두다. 협회는 판정 논란을 '흔히 있는 일'로 넘겼다. 그렇다면 이들에 대한 피해는 과연 누가 보상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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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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