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포수 최승환은 1군 주전 자리를 차지하는 데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두산 포수 최승환은 1군 주전 자리를 차지하는 데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이호영


두산 베어스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 주전 포수로 최승환(31)을 낙점했다. 최승환은 그동안 1군에 141경기밖에 나오지 않은 경험이 부족한 포수다.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건 당연했다. 두산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쳐 그 어느 팀보다 강한 포수가 필요했다.

최승환의 주전 기용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데는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최승환은 5할3푼3리의 높은 도루 저지율을 과시하며 투수들의 마음을 가볍게 했다. 덩달아 김감독의 마음도 편안해졌다.

타율은 1할5푼8리로 부진하다. 그러나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주전 포수로 기용되며 미소가 그치지 않는 최승환을 만났다.

- 개막전부터 꾸준히 주전 포수로 나서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정말 감개가 무량하다. 올해로 프로에서 10년째 뛰고 있지만 1군 개막전에 선발 출전한 건 처음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도 선발 출전했는데 그때와는 느낌이 또 다르다. 1군에서 경기에 계속 나설 수 있다는 건 매우 즐거운 일이다."

- 두산이 11승2무7패로 2위에 올라 있다. 성적이 상당히 좋다.
"내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아 보람이 있다. 경기에 꾸준히 나서다 보니 경기 과정을 즐기게 됐다. 투수들과 호흡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두산 1군 투수들의 기량은 수준급이다."

- 4월 30일 현재 57타수 9안타, 타율 1할5푼8리로 부진한데.
"매 타석 집중력을 가지려고 노력하지만 결과가 좋지 못 해 아쉽다. 하지만 포수는 수비가 우선인 포지션이다. 타석에 들어선 포수의 안타는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타격을 못해서 스트레스 받기 보다 어떻게 투수를 리드하고 경기를 승리로 이끌까 고민하는 게 포수의 임무라고 본다. 감정이 흔들리는 포수는 제대로 된 경기 운영을 할 수 없다."

- 이런 날이 올 줄 생각은 했었나.
"'설마 기회가 올까'하면서도 계속 기다리고는 있었다. 좋은 결과로 이어져 다행이다. 오랜 기간 기다려 온 만큼 감회도 남다르다."

- 매년 개막전 때의 기억이 궁금하다.
"해마다 개막전 때는 거의 2군에 있었다. 1군 개막전은 TV로 지켜봤다. 중계방송을 보며 '난 뭐하고 있나'하며 자책했다. 깊은 반성을 했고 동시에 고민도 했다."

- LG에서 오랜 기간 2군 생활을 했는데.
"초반엔 힘들었다. 4년 동안 1군에서 2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힘든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노력하면 기회가 온다는 생각만은 버리지 않았다. 백업 선수로 뛰었지만 그것도 기회라고 생각했다. 결국엔 1군 주전까지 왔다."

- 힘든 시기를 이겨 냈다.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쓴약'이라고도 볼 수 있을 텐데.
"2군에 있을 때 배운 게 많다. 가끔 좋은 성적을 내도 1군에 오르지 못하면 '왜 안 올려 주나'라는 생각에 심란했다. 그럴 때마다 참고 또 참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견디기 힘들 때마다 '내년 개막전에는 반드시 뛰어야지'라는 각오를 하며 이겨 냈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다."

- 2군 선수들도 코칭스태프와 호흡이 중요하다. 인상 깊은 지도자라면.
"서효인 LG 2군 배터리 코치(현 LG 1군 배터리 코치)와 박철영 2군 배터리 코치(현 SK 와이번스 1군 배터리 코치)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서코치는 오랜 기간 함께하면서 나에게 신경을 많이 써 줘 쉽게 잊지 못 할 거다."

- LG 시절인 2007년 11월 17일 프리에이전트가 된 조인성이 4년간 최대 34억 원에 계약했다. 기회가 계속 쉽게 오지 않을 거라는 의미와도 같은데.
"크게 의식은 하지 않았다. 그냥 '돈 많이 받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 당시 무릎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어서 그런 게 아닌가.
"그렇다. 6월에 경기를 하다 왼쪽 무릎을 다쳐 수술을 했다. 착실히 재활 훈련을 했다. 반드시 재기해 뛰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두산 포수 최승환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활발한 성격이다. 포수는 최대한 투수를 편안하게 해야 좋은 경기를 이끌 수 있다.

두산 포수 최승환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활발한 성격이다. 포수는 최대한 투수를 편안하게 해야 좋은 경기를 이끌 수 있다.ⓒ 이호영

- 기회가 오긴 왔다. 지난해 6월 3일 외야수 이성열과 함께 두산으로 이적했는데 당시 심정은 어땠나.
"LG에서 4월 한 달간 1군 명단에 들지 못해 고민이 많았다. '여기 있으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로 한창 나이인 20대가 지나고 서른을 넘기면서 조금씩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5월 무렵 나를 트레이드하려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트레이드 당시 LG 2군 코칭스태프가 '섭섭하긴 하지만 잘됐다. 갖고 있는 실력만 보이면 성공할 것'이라고 격려해 줬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예감이 들었다."

- 두산에서 뛴 지 1년이 다 돼 간다. LG와 두산의 차이라면.
"최근 성적의 차이가 팀 분위기를 말해 주는 것 같다. 두산은 2004년 이후 5시즌 가운데 2006년을 뺀 4시즌 포스트시즌에 나섰다. 항상 강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LG는 2002년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이 없고 최하위도 했다. 연승을 하더라도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포스트시즌에 다시 올라가면 팀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본다."

- 두산 코칭스태프와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나.
"김태형 1군 배터리 코치와 사인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김코치는 항상 '자신을 갖고 경기에 나서라'며 격려한다."

- 친하게 지내는 동료는 누군가.
"(김)선우, (김)상현이, (이)재우, (임)태훈이 등 투수들과 가까이 지내려고 한다. 경기 중에는 투수들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투수들과 대화를 많이 해서 성격을 파악하고 볼 배합도 연구해야 한다. 포수는 투수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 지난해 두산의 주전 포수는 채상병이었다. LG의 조인성, 김정민보다는 쉬운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채)상병이는 연세대 후배인데 능력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상병이가 출전하는 경기의 중계를 유심히 봤는데 경기 운영을 참 노련하게 했다. '상병이를 반드시 넘어서야 겠다'고 다짐하며 더욱 독하게 훈련했다."

- 지난 겨울 어떤 훈련에 신경을 썼나.
"지난해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체력 강화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에 힘을 기울였고 12월 비활동기간에도 훈련을 했다. 낮은 공에 어깨가 일찍 열리는 타격 자세도 바로잡았다.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훈련했는데 성과가 좋았으면 한다."

- 시범경기 때 채상병, 김진수, 용덕한 등 포수들이 경쟁을 했다.
"다들 어느 팀에 가도 경기에 뛸 수 있는 좋은 선수들이다. 그래서 내가 더 열심히 훈련을 했는지도 모른다."

- 다른 포수들과 가장 큰 차이는 송구 능력이 아닌가 싶다. 어깨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포수를 하게 된 계기가 이 때문은 아니었나.
"포수도 했지만 오히려 외야수 출전이 더 많았다. 고교 시절까지는 포수를 띄엄띄엄 봤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중학교 2학년 때, 고등학교 1학년 때 포수로 뛰었고 다른 때는 외야수로 나섰다. 연세대 시절에도 중견수를 봤다. 졸업 무렵에는 지명타자나 1루수로 뛰기도 했다."

- 그런데 어떻게 프로에서 포수로 뛸 수 있었나.
"서효인 코치가 다시 해 보자고 해서 마음을 바꿨다. 서코치가 '포수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래서 포수 마스크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 포수의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포수는 쉬운 포지션이 아니다. 볼 배합에 대해 연구하느라 머리가 아프고 뒤에서 고생해도 인정받기 힘든 자리다. 대신 그만큼 보람도 있다. 노력하면 성과가 나오고 실수를 하면서 조금씩 기량이 는다. 점수를 주면 내가 준 것 같고 이기면 같이 좋아하게 되는데 팀 성적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게 포수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아직까지 노히트노런 경기나 퍼펙트 경기에서 마스크를 쓴 적이 없는데 앞으로 꼭 해보고 싶다."

- 포수는 타자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철저한 준비와 공부가 필요하다. 볼 배합 연구는 어떻게 하나.
"경기를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숙소에서 인터넷을 통해 중계를 다시 본다. 동료 투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상대팀 선수들의 약점에 대해서도 연구한다. 시간이 없을 때는 수비 장면만 보기도 하는데 나름대로 효과가 있다."

- 어떤 포수가 되고 싶나.
"투수의 능력을 100%에 가깝게 발휘하도록 도우려고 한다. 또 최대한 투수를 편안하게 리드하려고 한다."

- 두산에는 젊은 투수가 많다. 공을 받아 보고 같이 뛰어보니 어떤가.
"재능이 뛰어난 선수가 많아서 놀랐다. 각자 자신의 무기가 있고 타자들을 압도할 구위를 지녔다. 실전에서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보다 침착하게 공을 던질 수만 있다면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젊은 투수들은 안타를 맞아도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 베테랑 투수 김선우와 신인 투수 성영훈이 마운드에 있다고 가정하자. 어떻게 리드하겠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선우는 선발 투수라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도록 빠른 승부를 펼치겠다. 보여 주는 공도 가끔 섞겠지만 불필요한 공은 줄이는 게 좋다. (성)영훈이는 아직 어리고 경기 중간에 등판하니 세심한 리드가 필요하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는 영훈이 최고의 무기인 직구를 던지도록 사인을 낼 것 같다."

- 2군까지 포함하면 경기 경험이 많다. 베테랑으로서 컨디션 난조인 투수가 마운드에 있을 때 리드를 하는 요령이 있나.
"(잠깐 생각하더니)솔직히 답이 없다. 그럴 때일수록 정면 승부를 펼쳐야 한다. 직구를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던지라고 하겠다. 친다고 다 안타가 되는 건 아니다. 볼넷이 나오면 투수가 더욱 긴장하게 되고 포수를 포함해 야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닝이 바뀌는 시간 투수에게 가 '편하게 던지면 꼭 이길 수 있다'는 말을 건네는 것도 좋겠다."

- 좁은 구장은 투수들이 부담스러워한다. 포수들도 신경을 안 쓸 수 없을 텐데.
"대전구장은 확실히 홈런을 조심하게 된다. 4월 7일부터 9일까지 대전에서 한화 이글스와 경기를 했는데 4번 타자 김태균이 경기마다 홈런을 때렸다. 홈구장인 잠실구장이면 잡혔을 거라는 생각에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특히 7일 김태균에게 허용한 홈런 때문에 3연전이 힘들었다."

- 내심 올해 목표를 잡았을 것 같다.
"타율이나 타점 등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다. 왼 무릎 수술을 했지만 부상 없이 1군에서 한 시즌을 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그리고 가능한 한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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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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