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송신도 할머니

▲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송신도 할머니ⓒ 인디스토리

 

사실 이 기사는 정말 특별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가 너무 특별하게 이 영화를 봤고 감동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특별한 것 없이 그냥 이렇게 여러분에게 이 영화를 먼저 소개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영화에 대한 '리뷰'가 아니라 '홍보용 기사'입니다. 혹시 홍보용 기사란 이야기 때문에 마음이 상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조금만 참고 읽어 주십사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꼭 홍보하고 싶은 영화이기 때문에 이렇게 참지 못하고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이 작품은 영화 개봉 전에 제가 몸이 달아서 배급사에 연락하게 만든 최초의 영화이자 스스로 가슴 뭉클했던 영화입니다. 아무리 좋은 영화를 봐도 마음이 크게 끌리거나 내가 먼저 나서 홍보기사를 작성해야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꼭 제가 아니라도 영화산업의 경우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연계되면서 여러 언론들을 통해 홍보기사가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저 하나쯤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영화 홍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리고 영화란 어차피 보는 시선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입니다. 그래서 친한 친구에게도 무슨 영화 보라고 권하지 않습니다. 간혹 친구들이 영화 사이트 운영자라고 “야 그 영화 어때?” 하고 물어봐도, 그냥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 낫다는 선에서 마무리 짓고 어물어물 넘기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혹여 너무 영화에 제가 관여해서 제가 보지 못하고 지나친 부분을 다른 분들이 좋게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어떤 영화를 추천할 때 상당히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제가 이렇게 홍보기사를 적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워낭소리>와 마찬가지로 오늘 제가 소개하는 작품 역시 독립다큐멘터리영화입니다. 영화배급사 인디스토리에 전화해서 확인해본 결과 이 다큐멘터리영화는 초기 5개 극장에서만 개봉한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지방에 사시는 분들은 이 영화보고 싶어도 못 보실 확률이 높습니다.

 

저한테 이 다큐멘터리영화 <워낭소리>만큼 재미있어? 하고 물어보신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전 재미보다 이 다큐멘터리영화에 나오는 할머니한테 반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 아주 재미있다고 자신 있게 말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보고나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불편하다 못해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게 합니다. 항상 머릿속에 “이 다큐멘터리영화 좀 알리고 싶다.” 이 생각뿐입니다.

 

사족이 엄청 길었지만 오늘 제가 작정하고 홍보용 기사로 작성하기로 한 영화는 바로 재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입니다. 7년 동안 영화 사이트 운영하면서 한 번도 작성하지 않았던 홍보용 기사를 작성하게 할 만큼 저한테 의미 있는 영화였습니다.

 

물론 이 작품이 모든 분들에게 저와 똑같은 감정을 가져다주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큐멘터리영화 특성상 이게 뭐야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 다큐멘터리영화를 보신다면 재일 '위안부' 피해자로 10년 동안 일본정부와 법정싸움을 벌이신 할머니, 송신도 할머니의 외로운 싸움에 지치지 않고 10년 동안 함께 한 ‘재일조선인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은 분명 많은 것을 남겨 주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일본에 적대적인 영화인 동시에 우호적인 영화입니다. 10년 재판에도 불구하고 송신도 할머니는 결국 일본 대법원까지 간 법정싸움에서 패소하고 맙니다. 영화 제목 자체가 할머니의 마음을 대신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정 패소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일본에 대해 다시 한 번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게 합니다. 여전히 지난 과거에 대해 진실한 반성이 없는 일본 정부에 대해 과연 진정으로 우리나라의 우방국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영화는 또 다른 일본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그것은 일본정부가 아닌 지난 10년간 송신도 할머니에게 힘이 되어주고 법정싸움에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준,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영화가 존재할 수 있도록 해준 ‘재일조선인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인들입니다.

 

이 부분이 저를 부끄럽게 합니다. 일본이란 말만 나오면 감정적으로 화내고 욕부터 먼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나 살기에 바빴던 지난 세월동안, 송신도 할머니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재일조선인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에 참여한 재일교포와 할머니를 지지하는 일본인들이었습니다. 제가 단지 무슨 사건이 있을 때마다 몇 시간 화내는 걸로 마무리하는 지난 역사에 대해 무려 10년 동안 송신도 할머니와 함께 한 일본인들을 보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재일조선인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은 지난 할머니의 과거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자신들 스스로 모금 운동까지 별여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2007년 8월 도쿄에서 첫 상영회를 엽니다. 바로 그 영화가 오늘 소개하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입니다. 이 작품은 이후 일본 전역을 돌면서 상영에 들어갔습니다.

 

어떤 분이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재일조선인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에 참여한 일본인이 몇 명된다고 그렇게 호들갑이냐, 그런 사람 몇 명 있다고 해서 일본정부가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으냐, 그거 다 쇼다! 분명 이렇게 폄하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본인들 몇 명 있다고 해서 일본정부가 바뀌는 것도, 그렇다고 해서 지난 역사에 대해 일본이 진정으로 반성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반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친일 청산 하자면 이미 반세기가 지난 일 다시 들추어내어 사회 혼란스럽게 하고 상처 내는 것은 무엇이냐? 위안부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라 말하는 한국인들, 그리고 일제시대가 한국 산업화와 민주정부를 이루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뻔뻔하게 말하는 지식인들까지 우리사회에 있습니다. 우리 내부에 있는 친일청산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혼란을 거듭하고 있을 때, 수가 많든 적든 송신도 할머니를 10년 동안 지지해준 일본인들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저 역시 반성해야합니다. 위안부 문제가 나오면 항상 말만 앞서고 실제로 내가 뭐한다고 달라지기나 하겠어, 하는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다큐멘터리영화를 보고 더 부끄럽고 창피했습니다. 최소한 이 다큐멘터리영화에 나오는 일본인들한테 제가 떳떳하게 큰 소리 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송신도 할머니가 지난 10년 동안 일본정부와 재판을 벌였다는 것도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알았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했지만 이 기사는 마음먹고 홍보용 기사로 작성하겠다 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영화는 초기 5개 극장에서 개봉하기 때문에 서울지역에 사시는 분들이 많이 봐주시지 않으면 다른 지역에 사시는 분들은 이 영화 볼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저처럼 영화제라도 꾸준히 참석하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먼저 이 영화를 접할 기회가 있을 테지만 그러지 못하면 지방에 사시는 분들은 정말 보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정말 많이도 바라지 않습니다. 초기 5개 극장에서 조금이라도 많은 관객들이 보셔서 20~30개 정도의 극장으로 확대 개봉해서 지방에 사시는 분들도 이 다큐멘터리영화를 볼 기회가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다큐멘터리영화가 다른 지역에서 상영할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하고 사라져버리는 것이 너무 안타깝기 때문입니다. 리뷰 작성 전에 이렇게 대놓고 여러분들에게 홍보기사 올리는 경우도 처음입니다. 그만큼 이 영화 꼭 많은 분들이 보시고 우리에게 남겨져 있는 지난 상처 함께 어루만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2.19 16:21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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