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하는 가운데 코치들이 뜨겁게 응원하고 있다

▲ 힘내~~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하는 가운데 코치들이 뜨겁게 응원하고 있다 ⓒ 이인


오~노! 한국 사회가 뒤집어졌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에서 김동성 선수는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1등이 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심판들은 김동성 선수가 미국의 안톤 오노 선수를 방해하였다고 판정을 내렸다. 오노 선수는 실제로 방해를 받지 않았으나 '할리우드 액션'을 사용하였기에 두고두고 논란이 되었다.

98나가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극적인 ‘칼날 내밀기’로 금메달을 땄던 김동성 선수는 억울한 나머지 태극기를 빙상 위에 내던지기도 했다. 당시 많은 누리꾼들이 흥분하였고 '오노스럽다'는 말이 큰 유행이 되기도 했다. 그 이후로 비슷한 일을 자꾸 벌이자 사람들은 '반칙왕 오노'라는 별명을 붙여주엇다.

쇼트트랙 강국? 동계체전이 열리는지도 몰랐다! 

쇼트트랙을 금밭이라 부르고 쇼트트랙 강국이라며 금메달을 딸 때마다 좋아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금메달입니다~! 아나운서는 소리치고 무엇이 그리 기쁜지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 환호성이 여전히 쇼트트랙 선수들에게 이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빙상장을 찾았다. 제 90회 전국동계체전이 2월 10일부터 2월 12일까지 열렸다.

동계체전이 열리는지도 모르셨던 분이 많을 거다. 나도 그랬다. 누가 동계체전이 있다고 귀띔하기 전까지는 대회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올림픽 때만 쇼트트랙에 열광하였지 평소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금메달'이지 쇼트트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안한 마음 반, 씁쓸한 마음 반으로 찾은 경기장은 내 마음처럼 조용하고 쓸쓸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경기장 기운이 뜨겁긴 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서 빙판을 갈랐고 코치들과 선수의 부모들은 힘껏 응원하였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TV로 볼 때, 느껴지는 열기정도는 바라지도 않지만 시민들의 참가와 응원은 보이지 않았다. 명색이 전국체전이건만 국내 선수들 경기라서 그런지 시민들의 관심은 찾기 어려워 조금 아쉬웠다.

꽈당~ 부딪혀서 넘어진 뒤, 한 선수가 재빠르게 일어나 다시 달려나가고 있다

▲ 꽈당~ 부딪혀서 넘어진 뒤, 한 선수가 재빠르게 일어나 다시 달려나가고 있다 ⓒ 이인


가까이서 본 경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100m를 8~10초 만에 주파하기에 정말 박진감 있었다. 쉭쉭~ 소리를 내며 경기에 집중하는 선수들을 보니 절로 감탄이 나왔다. 초등부에 출전한 1학년 선수는 언니들과 거리가 벌어졌어도 끝까지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신중하게 스케이트를 탔다. 그 선수의 아버지는 '힘내'라며 결과에 상관없이 응원하는 모습이 흐뭇하고 보기 좋았다.  

경기는 치열할 때도 있고 맨송맨송할 때도 있었다. 처음 출발한 순서대로 경기가 끝나는 맹물 같은 경기도 있었지만 선두 다툼으로 불꽃이 튈 때도 있었다. 그런 경기는 모서리를 돌다가 선수끼리 부딪혀 넘어지기도 하고 자리 뺏기지 않으려는 신경전도 엿보이며 손에 땀을 쥐게 하였다.  

스케이팅은 워낙 빠른 운동이라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경기가 끝났다. 그 속도감에 빠져서 쇼트트랙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경기장에서 보면 이런 맛이구나, 느낄 수 있었다. 아는 선수들은 없었지만 모든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짝짝짝! 

경기 중에 눈에 띄는 선수들이 있었다.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대학부, 일반부 차례로 경기가 진행되었는데 일반부에는 '쇼트트랙 선수체형'이 아닌 선수들이 많앗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몸으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었다. 보통 1, 2바퀴 쳐지면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저 선수들은 도대체 누굴까 궁금하였다.  

차가운 빙상장에서 느끼는 따뜻한 온기

자꾸만 거리가 벌어지는 동료 선수들을 향해 활기찬 응원을 보내는 선수를 발견했다. 예선에서 먼저 떨어지고 동료에게 힘을 실어주던 선수는 경기빙상클럽 회장 김준만씨였다. 경기 끝나고 들어오는 동료에게 '잘했어'라고 격려하며 서로 활짝 웃었다. 그 다정한 기운에 마음이 끌리고 기분이 좋아졌다.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여쭙자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선수대기석 선수들이 다음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 선수대기석 선수들이 다음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 이인


-경기를 봤는데, 아쉽게 예선통과를 못 하셨네요.
"전국체전이다 보니 시·도 별로 선수가 나와야 해요. 인천 같은 경우 실업팀이 없기 때문에 제가 인천 소속으로 나왔지요. 다른 지역도 실업팀이 없으면 동호회 소속 선수가 나와요. 당연히 실업선수들과 실력차는 있을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일부러 바깥쪽으로 돌면서 선수들이 스케이팅하는데 방해 안 되려고 해요. 다음에는 연맹이나 협회에 건의해서 일반부 외에 동호회부도 마련해달라고 건의할 계획입니다."

-원래부터 쇼트트랙 선수셨나요? 쇼트트랙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어른이 되어서 쇼트트랙을 하게 되었어요. 저희 세대만 해도 어릴 때, 겨울이면 동네 개울가에서 스케이트 탄 추억이 있어요. 한강이 얼면 한강에서도 타고 그랬답니다. 그렇게 추억 속에만 간직하다가 저처럼 스케이트를 타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동호회도 전국에서 40개나 있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가입을 했고 회장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동호회는 어떤 분들이 활동하시나요?
"쇼트트랙이 선수층은 점점 줄어드는데, 생활체육으로 하시는 분들은 늘어나고 활성화되고 있어요. 특히, 저처럼 40대, 50대가 많으세요. 젊은 분들도 많이 들어오시고요. 또, 겨울이면 추워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스케이트타러 오시는 분도 있으시고요. 쇼트트랙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좋거든요.

봄과 가을, 1년에 2번, 전국 동호회 선수들이 모여서 대회를 열어요. 거의 잔치 분위기지요. 건강도 챙기고 재미도 있는 대회지요. 제 딸도 관심 있어 하여 데리고 다니면서 같이 생활체육으로 쇼트트랙을 하고 있습니다."

경기장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사람들을 바라봤다. 어린 선수들이 폴짝폴짝~ 뛰면서 몸을 풀고 어떤 선수들은 스트레칭을 하였다. 코치와 감독의 얼굴에는 아쉬움과 기쁨이 왔다갔다 하였다.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들의 얼굴은 설렘으로 가득하였다. 빙판정리하시는 분의 몸놀림은 묵직하면서 재빨랐다. 심판은 빙상장과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높은 집중력을 보였다. 뜨거운 열기는 없었지만 다정한 온기가 살아있는 쇼트트랙 경기였다.

최선을 다해! 빠르게 질주하는 선수들

▲ 최선을 다해! 빠르게 질주하는 선수들 ⓒ 이인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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