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Manutd.com


지난 2일 프랑스 풋볼에서 선정하는 발롱도르(Ballon d´Or)의 2008년 수상자가 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 동시 득점왕을 비롯 총 42골로 맨유의 더블 달성을 이끄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발롱도르를 받게 된 것이다.

발롱도르는 1956년부터 프랑스 풋볼에 의해 수상되기 시작한 올해의 유럽 축구 선수상으로 축구 부문 개인상 중에서 가장 명성 있는 상으로 여겨진다. 지난 시즌 거침없는 맹활약을 통해 지구촌 축구계로 부터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찬사를 받던 호날두에게는 영광스러운 일.

그러나 호날두의 올 시즌 행보는 지난 시즌과 사뭇 다른 인상을 주고 있다. 올 시즌 상대팀들의 집중 견제와 그에 따른 잦은 부상으로 신음하더니 최근 4경기 연속 부진(A매치 포함)으로 어려움에 빠진 것. 지난달 20일 브라질에서 치른 A매치 출장을 비롯 23일 아스톤 빌라전 다리 부상, 26일 비야 레알전 풀타임 출장, 30일 맨체스터 시티전서 후반 25분까지 출장하는 등 '혹사'에 시달려 날카로운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맨체스터 시티전에서는 핸드볼 파울로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해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호날두의 맨유는 7일 선더랜드전부터 30일 미들즈브러전에 이르기까지 23일 동안 잉글랜드와 일본을 넘나들며 7경기 치르는 '죽음의 7연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유로 2008 8강 독일전을 비롯 10월 21일 셀틱전, 지난달 23일 아스톤 빌라전에서는 경기 도중 부상을 입는 '악전고투' 속에 최근 6개월 동안 경기 도중 3번이나 부상으로 교체됐다. 그런 호날두가 지난 시즌의 면모를 꾸준히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부호가 하나둘씩 따라붙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호날두의 올 시즌 행보가 지난 시즌 내리막길을 걸었던 카카(AC밀란)와 똑같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카카는 지난해 발롱도르를 수상했지만 2007/08시즌 무리한 출장과 상대팀 집중 견제에 따른 잔부상으로 경기력이 저하되는 힘든 나날을 보냈다. AC밀란은 카카가 부진하던 지난 시즌 세리에A에서 5위에 그쳐 2008/09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는데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위인 맨유 역시 '호날두의 기복이 심한 경기력에 맞물려' 선두권으로 치고 들어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호날두와 카카는 맨유와 AC밀란 전술의 핵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에이스.

최근에는 국내팬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알려진 '발롱도르 저주'가 호날두의 최근 부진과 맞물려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2004년 발롱도르의 주인공이었던 안드리 셉첸코(AC밀란)를 시작으로 2005년 호나우지뉴(AC밀란) 2006년 파비오 칸나바로(레알 마드리드) 2007년 카카에 이르기까지 4년 연속 발롱도르 수상 이후 부상 혹은 슬럼프를 이기지 못하고 내림세를 거듭했다. 올해 발롱도르 수상자인 호날두도 이들의 전례를 밟게 될 위기에 몰린 것이다.

호날두는 지난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원 포지션이었던 오른쪽 윙어가 아닌 왼쪽 윙어로 활약했다. 이는 상대팀들이 '맨유를 꺾으려면 호날두를 꽁꽁 막아야 한다'는 인식 속에 호날두에 대한 집중 견제가 성행(?)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단적인 증거라 할 수 있다. 오른쪽에서 돌파를 시작하는 호날두의 공격 패턴이 상대팀에게 읽히자 왼쪽으로 위치를 돌려 상대팀 압박을 덜어내겠다는 것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비책이었던 것. 그러나 호날두는 맨체스터 시티의 오른쪽 풀백 마이카 리처즈의 육탄 수비에 막혀 자신의 출중한 재능을 뽐내지 못했다.

만약 호날두의 이 같은 행보가 시즌 막판까지 이어진다면 맨유의 EPL 3연패와 챔스 2연패 등극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문제는 맨유가 여러 대회에 참가하는 과도한 일정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과 팀 공격이 호날두의 발끝에서 시작된다는 점. '팀 전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호날두가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는 부담이 크다. 결국 호날두 자신의 앞날이 더 험난해진 것.

그런 호날두를 더욱 난처롭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현지 여론이다. 거만한 듯한 골 세리머니, 페널티 지역 안쪽에서 상대팀 수비수와 맞닥드릴때 '페널티킥을 얻기 위해' 습관적으로 구사하는 다이빙 기술이 다른 팀 팬들의 비난 대상이 된 것이다. 올해 발롱도르 수상 이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는 나 자신이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역시 바로 나다"는 발언이 한 언론에 보도돼 곤욕을 치렀다. 이에 호날두는 지난 1일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을 통해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며 부정했지만 어찌되었건 그라운드 안과 밖에서의 나날이 순탄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원정팬들의 거센 야유 역시 호날두를 지치게 하고 있다. 2년 전 독일 월드컵 8강 잉글랜드전에서 웨인 루니의 퇴장을 엮어냈던 순간 포르투갈쪽 벤치에 윙크를 날려 프리미어리그 선수 중에서 원정팬들에게 가장 많은 야유를 듣는 선수가 되고 만 것이다. 그는 지난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전반 12분 한 관중으로부터 '자신의 얼굴을 향한' 위해 물질 공격을 받는 등 원정 경기에서 잇따른 어려움에 시달리는 상황.

결국 호날두가 이 같은 부정적 행보를 이겨내려면 자신의 진가를 꾸준히 지켜갈 수 있는 '내구성'을 키우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지난 시즌 카카의 전례를 완전히 밟지 않도록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 견뎌야 슬럼프에 빠지지 않게 된다. 호날두가 발롱도르를 수상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자신의 천부적인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그 기세를 오랫동안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내구성이 빛을 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pulse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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