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 역의 백윤식 강렬하고 눈부신 연기는 이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다

▲ 김부장 역의 백윤식 강렬하고 눈부신 연기는 이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다 ⓒ chiffs


2008년 제2회 충무로 국제영화제가 열기를 더해가던 9월6일 서울 중앙시네마 2관.  무삭제판으로 <그 때 그 사람들>(2005) 재상영을 앞두고 임상수 감독이 무대 위에 등장했다.

그 자리에서 임 감독은 2005년 법원 명령에 따라 다큐멘터리 3분 50초 가량이 삭제된 사실을 상기시킨 뒤, 자신은 '박정희 씨와 그 친구들'보다 더 큰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것은 대통령의 장례식 장면에서 땅을 치고 통곡하는 시민들의 모습입니다. 여러분과 저에 관한 영화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왼쪽이 임상수 감독 지난 6일 중앙시네마 2관에서 관객과의 만남에서 특유의 입담을 펼치고 있다

▲ 왼쪽이 임상수 감독 지난 6일 중앙시네마 2관에서 관객과의 만남에서 특유의 입담을 펼치고 있다 ⓒ chiffs


2005년 2월 3일 개봉 당시 숱한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그 때 그 사람들>은 그해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선정되어 유명세를 타기도 했지만 3주 만에 막을 내려 흥행 성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이 영화를 두고 '역사에 대한 버릇없는 접근'이라고 혹평하는 보수의 목소리가 튀어 나왔는가 하면, '왜 좀더 세게 비판하지 못했느냐'는 비난도 적지 않았다. <그 때 그 사람들>은 보-혁 양쪽 진영에서 동시에 푸대접 내지 협공을 받은 바 있다. 

결국 <그 때 그 사람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를 둘러싸고 정치적 시야에 매몰된 사람들의 '묻지마' 논평 속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요상한 천덕꾸러기처럼 관객들의 관심에서 멀어져가고 말았다.

그러나 무삭제판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 영화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한 바를 온당하게 이해하긴 힘들다. 잘 만든 옷의 양 소매를 싹둑 잘라낸 뒤의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때 그 사람들> 스틸 한 컷 한석규는 이 영화에서 주 과장 역을 맡아 슬럼프를 벗어나고 재기에 성공한다

▲ <그 때 그 사람들> 스틸 한 컷 한석규는 이 영화에서 주 과장 역을 맡아 슬럼프를 벗어나고 재기에 성공한다 ⓒ MK 픽쳐스


그날 상영전 행사에 나온 임 감독도 이를 의식했는지 이런 말을 덧붙였다.

"이명박 시대에 이 영화를 보는 묘미가 새롭다. 이명박 정권을 만든 이는 바로 우리다. 그 정권을 운영하는 이들도 우리다. 이 영화는 이명박 지지자들이 꼭 봐야 할 영화다."

임 감독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이어졌다. 결국 <그 때 그 사람들>은 마지막 장례식 장면을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유족들과 추종자들이 끝까지 문제 삼은 '박정희 씨와 그 친구들'에 대한 블랙 코미디식 묘사는 화두를 던지기 위한 사전 장치에 불과했다.

임상수 감독 진지한 표정으로 영화의 연출 의도를 말하고 있다

▲ 임상수 감독 진지한 표정으로 영화의 연출 의도를 말하고 있다 ⓒ chiffs


"별 덕도 보지 못한 힘없는 서민들이 한 압제적인 독재자가 떠나가는 길에 더욱 더 애통스럽게 우는 이유는 뭔가?" 이것이야말로 임상수 감독이 작품 전체 줄거리를 통해서 일반 관객과 자기 자신, 나아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살았던 국민 전체를 향해서 던진 조롱 섞인 질문이자 야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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