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자농구가 자국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에서 4강진출에 결국 실패했다.

 

중국은 20일 오후 5시45분(이하 한국시간) 올림픽 농구경기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8강전에서 유럽의 강호 리투아니아를 상대로 간판스타 야오밍(19점 7리바운드)의 분전과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무려 26점차(68-94)로 대패하며 쓸쓸하게 올림픽을 마감해야했다.

 

중국농구가 이번 대회에 걸었던 기대는 컸다. 농구는 최근 중국 내에서 국민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큰 관심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유수의 유망 종목들을 제쳐두고 유독 농구장이 만원을 이루고 있으며 중국대표팀이나 NBA 스타들을 앞세운 미국 농구 드림팀의 행보가 최고 이슈로 부상할 정도로 중국인들의 농구사랑은 각별나다.

 

농구에 관한 일찌감치 ‘탈아시아’를 선언한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홈코트의 우위를 등에 업고 사상 첫 메달권 진입도 노려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선진농구를 수혈하기 위하여 리투아니아 출신의 요나스 카즐라스카스 감독을 선임하며 수년간 베이징올림픽을 목표로 대표팀을 담금질해왔고, 야오밍, 이 지엔리엔, 왕즈즈 등 NBA 경력을 지니고있는 스타플레이어로 역대 최강의 대표팀을 구성했다는 자신감도 넘쳤다.

 

중국은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는 8강에 올랐고, 2006년 일본 세계선수권에서도 16강에 오르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아시아 무대에서는 2003, 2005 ABC 대회를 연패했고,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이젠 아예 적수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중국은 조별리그에서 상당히 선전했다. 미국, 스페인, 그리스, 독일 등 강호들과 함께 죽음의 조에 배속되며,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앙골라와 함께 최약체로 지목되었지만 홈코트의 우위를 등에 업고 선전을 펼쳤다. 첫 경기에서 세계최강 미국과 2쿼터까지 한때 대등한 접전을 펼쳤고, 스페인전에서는 연장접전 끝에 석패했지만 세계선수권 우승에 빛나는 무적함대를 한때 침몰 일보직전까지 몰아가기도 했다.

 

최약체 앙골라를 꺾으며 희망을 되살린 중국은, 조별리그 4차전에서 덕 노비츠키가 건재한 독일을 제압하는 이번 대회 최대의 이변을 일으키며 2승 3패로 극적인 8강행에 성공했다. 특유의 홈어드밴티지와 독일의 보기드문 졸전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지만, 독일의 장신군단을 상대로 25점 1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골밑을 평정한 야오밍의 대활약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황색 돌풍은 거기까지였다.  아테네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 이어 중국은 이번에도 지긋지긋한 토너먼트 1라운드 징크스를 넘지못했다. 조별리그 전패로 탈락한 이란과는 달리, 그나마 아시아팀으로서는 유일하게 8강무대를 밟았다는데 위안을 삼아야했다.

 

야오밍은 국제대회에서도 여전히 세계 최고의 센터였다. 지난해 NBA 정규시즌에 당한 부상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자신의 농구인생을 걸고 최선을 다했다. 평균 19.0점, 8.2리바운드로 팀내 수위를 차지했으며, 어려운 상황마다 동료들을 독려하고 파이팅을 주문하는 리더십으로 홈팬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중국은 아시아를 벗어난 세계무대에서는 야오밍의 원맨팀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했다. 야오밍을 제외하고는 평균 두 자릿수 이상의 안정적인 득점을 기록한 2옵션이 전무했고, 장신 군단에 비해 골밑에서의 투쟁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또다른 NBA리거 이 지엔리엔은 평균 9.0점 7,5리바운드에 그쳤고 승부처에서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류웨이와 쑨예가 이끄는 가드진은 세계 레벨에서 경쟁하기에는 힘에 부쳤다.

 

야오밍이라는 세계 최고의 센터를 보유하고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중국농구의 엄연한 한계였다. 그리고 이런 중국이 여전히 아시아에서는 최강이라는 사실은, 아시아농구와 세계농구 간의 격차가 아직도 크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비록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하여 중국이 보여준 놀라운 농구 인프라나 시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NBA 수준의 경기장과 중국인들의 농구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열정, 정부 차원에서의 대대적인 투자 등은 한때 중국농구와 아시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으로서는 그저 부러울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오랫동안 중국의 벽에 가려서 오랫동안 아시아무대조차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한국농구로서는, 세계무대는 고사하고 나날이 벌어지는 중국과의 격차마저 고민해야 하는 냉엄한 현실에 처해있다.

2008.08.21 10:45 ⓒ 2008 OhmyNews
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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