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님이라든지 이런 분들의 많은 관심에 꼭 보답을 해야 되겠다."

 

집권 여당의 전당대회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TV에서 흘러나온 얘기다. 그것도 올림픽 핸드볼 중계에서 말이다.

 

여자 핸드볼 대표의 레프트백 문필희(26)와 센터백 오성옥(36)은 졸지에 대통령의 관심에 보답하기 위한 슛을 날린 셈이 됐다.

 

"5공 때 써먹는 중계 멘트를 하다니..."

 

 8월 9일 베이징 올림픽 여자 핸드볼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에서 응원하는 이명박 대통령 내외. 이 대통령이 들고 응원한 태극기가 태극무늬 상하가 뒤바뀐 '거꾸로 태극기'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 응원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8월 9일 베이징 올림픽 여자 핸드볼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에서 응원하는 이명박 대통령 내외. 이 대통령이 들고 응원한 태극기가 태극무늬 상하가 뒤바뀐 '거꾸로 태극기'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청와대 제공

 

대한민국은 19일 베이징 올림픽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벌어진 여자 핸드볼 8강전에서 개최국 중국을 상대로 초반부터 압도적인 경기를 풀어갔다. '한국 핸드볼의 영웅' 강재원 감독이 이끄는 중국 대표팀은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으며 선전했지만, 한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대한민국이 후반 27분 31-22로 크게 앞서나가자, SBS의 정형균 해설위원은 갑자기 "이명박 대통령, 문화체육부장님의 관심에 보답해야겠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사실 정형균 해설위원이 해설 중 이 대통령을 언급한 것은 처음은 아니다. 9일 러시아와의 예선전에서도 경기장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하자, "우리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응원을 하고 계십니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정형균 SBS 해설위원의 부적절한 정치적 발언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누리꾼 HANA는 "SBS 해설자는 스포츠 중계 해설자로서의 신분을 망각하는 발언을 했습니다"며 "공기업 공천 받으려고 그러셨나, 5공 때나 써먹는 멘트를 하셨네요"라며 정 위원을 비판했다.  

 

또한 누리꾼 rkdwnsgur777(다음)은 "정말 갈 때까지 가는 군요, 전두환 시절이 연상 됩니다"고 말했다.

 

16년 전 "슛!"을 외치던 정형균 해설위원, 그러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여자 핸드볼 대표팀 오성옥 선수에게 이명박 대통령 친서를 전달한 뒤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오성옥 선수(좌)와 유인촌 장관(우)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월 25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여자 핸드볼 대표팀 오성옥 선수에게 이명박 대통령 친서를 전달한 뒤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유성호

정형균 SBS 해설위원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팀을 맡아 우승을 일군 화려한 경력이 있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때도 감독을 맡아 은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현재는 핸드볼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정 위원이 이끌었던 1992년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우승 주역은 아직도 코트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오성옥(36)이다. 당시 스무 살이던 오성옥은 코트를 휘저으며, 덩치 큰 유럽 선수를 제치고 강슛을 꽂아 넣었다.

 

1992년과 1996년 감독이던 정 해설위원도 코트에선 승리를 위해 선수들에게 이런저런 주문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16년이 지난 지금, 정형균 해설위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관심에 보답하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은 그렇게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그를 믿고 따랐던 옛 제자들에게 말이다.

 

2008.08.20 11:51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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