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나이트(2008.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재미있게 본 분들 많을 거예요. 배트맨 시리즈 가운데 최고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고 흥행 성적도 대단하죠. 북미 박스오피스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하네요. 개봉 첫 회 최고 수입, 역대 최고 1일 흥행기록, 금토일 3일 동안 역대 최고 흥행 수입, 최단 기간 3억불 돌파를 기록했죠.

다크나이트의 세 주인공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다잡으며 대단한 열기를 보이는 배트맨 다크나이트

▲ 다크나이트의 세 주인공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다잡으며 대단한 열기를 보이는 배트맨 다크나이트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한국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지요. 당분간 이 인기가 수그러들지는 않을 거 같아요. 사람 입에 오르내리는 조커(히스 레저 분)뿐 아니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152분 동안 긴장을 놓지 않게 하는 연출, 그저 시간 때우는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가볍지 않은 메시지까지 담긴 굉장한 영화가 왔는데 안 볼 수가 없죠.

그럼에도 많은 분들의 칭찬을 비집고 고민해 볼 것들을 얘기할게요. 오락 영화이기에 플롯과 개연성을 따지지는 않을게요. 다만, 단순히 눈요기용 오락 영화가 아니라 철학주제도 녹아내어 시대의 걸작이 되려한 작품이기에 그냥 "우와, 최고다" 하며 짝짝짝 박수치고 돌아설 수 없게 하네요.

정의의 사도가 되는 재벌 2세

우선 자본의 영웅화예요. 미국 만화에서 태어난 친구들이라 당연한 거일 수도 있지만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슈퍼맨, 스파이더맨, 이런 '친구'들은 타고난 능력으로 영웅이 되죠. 이런 친구들이야 신체 능력이 남과 다르고 그 능력으로 악당들도 혼내주고 보통 말하는 '정의'를 지키겠다니 그런가보다 하죠.

그런데 아이언맨(2008. 존 파브로 감독) 때부터 자본이 영웅을 만들어주죠. 이 친구는 자신의 기술과 돈으로 아이언맨으로 변신하죠. 배트맨(크리스찬 베일 분)도 고담시 최고 갑부인 존 웨인의 자본이 빚은 결과죠. 최첨단 무기를 아무나 살 수 없죠. 여기서 슈퍼맨, 스파이더맨의 타고난 능력처럼 아이언맨, 배트맨의 자본도 당연히 '타고난 능력'처럼 착각할 수 있어요.

군수사업 갑부인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 아이언맨도 막대한 돈이 없었다면 태어나지 않는다. 자기가 뿌린 씨앗을 반성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진보를 보이지만 군수사업이 없었다면 아이언맨도 필요없었다.

▲ 군수사업 갑부인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 아이언맨도 막대한 돈이 없었다면 태어나지 않는다. 자기가 뿌린 씨앗을 반성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진보를 보이지만 군수사업이 없었다면 아이언맨도 필요없었다. ⓒ CJ 엔터테인먼트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많은 게 나쁜 건 아니죠. 하지만 돈이 갖는 힘과 거기서 생기는 위계질서가 너무 뚜렷한 한국 사회에서 자본으로 영웅이 되는 배트맨은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지요. 돈을 노리는 '나쁜 사람들'을 최고 갑부가 돈의 힘으로 물리치고 안전을 지켜준다는 기본 구도가 상당히 찝찝해요.

낮에는 자본주의 질서에 충실한 기업 총수가 불한당들을 소탕하는 '제일 강한 밤의 무법자'가 되는 설정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요. 물론 이 영화에서는 선과 악 단순이분법이 무너져 주인공 배트맨은 흔들리기도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을 '정의'로 믿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배트맨이 '선'이라는 걸 알죠.

아이언맨과 마찬가지로 배트맨도 선대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아 젊은 나이에 엄청난 부자가 되죠. 그 부를 자신의 이익에만 쓰는 졸부들보다 훨씬 낫지만 악당들이 생겨나는 사회 구조에 대한 고찰은 못하죠.

돈이 힘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들인 최첨단 무기들로 악당들을 무찌르는데 그치고 돈을 들여 '나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모순들을 바꾸지는 않죠. 다음 시리즈에는 또 굉장한 악당이 등장하겠죠. 조커가 배트맨에게 '영원히 함께 할 운명'이라고 한 말은 여러 모로 생각할 필요가 있지요. 

미치광이 살인마에게 호감을?

미치광이 살인마 조커 파괴와 살인으로 도시를 혼란으로 몰고가는 조커는 영화에서 당당하고 멋있게 그려지면서 혼란을 준다. 그가 벌이는 일과 매력지수는 별개가 아닌데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게 한다.

▲ 미치광이 살인마 조커 파괴와 살인으로 도시를 혼란으로 몰고가는 조커는 영화에서 당당하고 멋있게 그려지면서 혼란을 준다. 그가 벌이는 일과 매력지수는 별개가 아닌데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게 한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다음으로 캐릭터에요. 먼저, 흥미로운 조커는 기존의 익살스러운 나쁜 놈 수준을 넘어서 완전한 미치광이가 되었어요. 뛰어난 지능이 엿보이며 치밀하게 계산된 계획을 바탕으로 고담시를 혼란으로 내모는 조커를 보면서 묘하게 끌린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히스 레저의 혼이 담긴 연기가 한몫 했지만 조커 자체가 갖고 있는 아노미, 광기, 확고한 자기 논리에 매력을 느끼죠.

조커는 끊임없이 사람 안에 있는 선이 부족한 상태, 이른바 악을 끄집어내는 악의 생산자라 할 수 있죠. 무조건 살인을 하고 파괴를 하는 게 아니라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며 사람을 타락하게 유인하고 조커 자신에게 돌아가야 할 분노를 다른 사람에게 향하게 하죠.

영웅물에서는 악당이 얼마나 강하고 멋있는지가 흥행 결과를 좌지우지하기에 폭력성향이 강하고 힘만 센 악당들보다야 훨씬 낫죠.

하지만 혼돈을 즐기는 살인마에 좋은 감정을 품게 하는 일은 자칫 엉뚱한 영향을 줄 수 있지요. 그는 멋진 놈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환자이며 사랑이 필요한 외로운 사람일 뿐이니까요.

구해줘요, 배트맨!

시민들이 믿었던 검사, 하비 덴트 하비 덴트의 타락은 인간상에 대한 진솔한 조명이다. 그럼에도 책임감과 신념으로 살았던 그가 한순간에 무너지며 복수에 집착하는 악당으로 그리는 것은 사람에 대한 너무 단순한 평가다.

▲ 시민들이 믿었던 검사, 하비 덴트 하비 덴트의 타락은 인간상에 대한 진솔한 조명이다. 그럼에도 책임감과 신념으로 살았던 그가 한순간에 무너지며 복수에 집착하는 악당으로 그리는 것은 사람에 대한 너무 단순한 평가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얼굴이 반만 일그러진 투 페이스(아론 에크하트 분)가 보여주고자 하는 상징은 쉽죠. 사람 안에는 선도 있고 악도 있다고, 누구나 백색기사에서 악당 투페이스로 변할 수 있다고. 못된 녀석들은 선천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다른 악당들 전제보다 낫지만 여기에도 심각한 고민거리가 있어요.

검사로서 법과 질서를 상징하는 하비 던트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이전의 삶은 팽개치고 악당으로 돌변하죠. 단단한 신념과 책임감으로 살았던 그가 자신이 느낀 고통을 똑같이 느끼도록 복수를 하는 생긴 것만 괴이한 단순한 악당이 되죠.

투 페이스는 동전 던지기라는 자신만의 룰이 있지만 복수에만 집착하는 '조커의 장기말' 일 뿐이죠. 조커로 인해 추락하는 그를 공교롭게도 배트맨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면서 다시 백색기사로 구원하죠.

법과 질서가 쉽게 무너지고 하비 던트도 악에 포섭되기에 자본이 '밤의 무법자'가 되더라도 할 수 없다는 암시는 여러 모로 불편하네요. 영화에서 시민들에게는 욕을 먹더라도 관객들은 악에 대항하려면 배트맨이 필요하다고 믿게 되는데, 교묘하게 새로 짜이는 선과 악 구도를 주입하는 셈이죠.

배트맨은 자신의 자본을 권력화에서 소나라는 최첨단 장비로 조커를 찾아내죠. 폭스(모건 프리먼 분)가 난색을 띠자 이번 한 번만이라며 예외성을 두고 실행하고 끝이 나면 파괴하죠. 법 테두리를 벗어난 초법 존재로서 스스로를 인정하고 깔끔한 뒤처리로서 자본이  정화능력을 갖고 있는 걸 보여주죠.

역시 우려가 되는 부분이에요. 배트맨은 영화에서 다치고 고민하는 사람이죠. 하지만 적을 만나게 되면 정의의 사도로 변신하는데 영화처럼 적은 선명하지 않고 현실은 모호하다는 점, 적이란 게 누구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은 꼭 톺아봐야죠. 마지막 장면에서 사람은 죽이지 않는다는 자신의 규칙이 깨졌다는 점도 살펴봐야죠.  

같이 생각하면 좋을 얘기들을 꺼내보았어요. 이 영화는 그럼에도 오락영화로서 꼭대기에 와있는 대단한 작품이에요. 인연이 닿으신다면 이 영화를 한 번 보시길 바랄게요. 그리고 '우와, 재미있네' 하고 잊지 마시고 친구들과 미국 오락 영화가 얼마만큼 발전했고 어떤 식으로 세상을 그려내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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