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금메달을 노렸던 배드민턴 여자복식이 '만리장성'을 뚫지 못했다.

 

이경원-이효정 조는 15일 베이징 기술 대학 체육관에서 벌어진 배드민턴 여자복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유양-두징 조에게 게임 스코어 0-2로 패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경원-이효정 조는 16강부터 결승까지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파죽지세로 결승에 진출했지만, 금메달 문턱에서 만난 유양-두징 조의 벽을 넘지 못했다.

 

승부를 가른 이경원의 부상과 이효정의 체력 저하

 

 여자복식 결승에서 멋진 승부를 펼친 이경원(왼쪽)과 이효정

여자복식 결승에서 멋진 승부를 펼친 이경원(왼쪽)과 이효정 ⓒ 베이징 올림픽

초반 승부는 대등했다. 이경원-이효정 조는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뛰어난 수비와 노련한 경기 운영을 바탕으로 남자 선수를 방불케 하는 유양과 두징의 강력한 스매싱 공격에 맞섰다.

 

이경원과 이효정은 첫 번째 게임을 대등하게 이끌어 갔지만, 8-9로 뒤진 상황에서 뜻밖의 변수가 발생했다.

 

이경원이 왼쪽 발목 부근에 통증을 호소한 것. 코트 구석에 주저 앉은 이경원은 간단하게 응급 처치를 받고 다시 경기장에 들어 왔다.

 

그러나 발목에 부담이 생긴 이경원의 움직임은 미묘하게 흔들렸고, 중국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연속 4점을 따냈다. 결국 한국은 15-21로 첫 게임를 내주고 말았다. 

 

이경원은 첫 게임이 끝난 후 발목에 붕대를 다시 감고 두 번째 게임에 임했다. 한국은 통증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이경원의 투혼을 앞세워 초반 10-7로 앞서 나갔다. 기세등등하던 중국 선수들도 실책을 범하기 시작했다.

 

첫 게임의 패배를 만회하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가 싶었지만, 이번엔 이효정의 체력이 문제였다. 여자복식에만 전념하는 이경원과는 달리, 이효정은 이용대와 짝을 이뤄 혼합복식 경기에도 참가해 지난 10일부터 6일 연속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이경원의 부상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까지 떠안은 이효정은 두 번째 게임 중반부터 급격히 발놀림이 느려졌고, 이는 범실 남발로 이어지고 말았다. 결국 이경원-이효정 조는 두 번째 게임도 13-21로 내주며 은메달을 확정지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이경원의 '아름다운 투혼'

 

배드민턴이 인기 종목이 아닌데다가 올림픽과 같은 큰 경기에서의 실적이 적어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경원과 이효정은 올림픽에 세 번째 참가하는 '베테랑'이다. 

 

이경원은 시드니 올림픽에서 여자단식에 출전했고,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라경민과 짝을 이뤄 여자복식 동메달을 따냈다. 이효정은 시드니에서 여자복식, 아테네에서 혼합복식에 출전했지만 모두 16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두 선수는 아테네 올림픽이 끝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지만, 사실 이번 올림픽에서 이경원과 이효정은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경원-이효정 조는 세계 랭킹 4위에 올라 있지만, 1~3위를 독식하고 있는 중국의 기세가 너무 대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경원-이효정 조는 기대를 뛰어 넘고 결승까지 진출해 값진 은메달을 수확했다.

 

특히 결승에서 보여준 이경원의 부상 투혼은 보는 이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이경원은 발목에 압박 붕대를 감고 경기를 치렀음에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코트 위에서 단 한 번도 얼굴을 찡그리거나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경원은 오히려 평소보다 더 큰 목소리로 기합을 넣으며 스스로를 다그쳤고, 한 살 어린 이효정이 실책을 범할 때는 어깨를 두드려 주며 파트너를 격려하기도 했다.

 

비록 시상식에서 목에 거는 메달은 은색이지만, 이경원이 배드민턴 여자복식 결승전에서 보인 아름다운 투혼은 그 무엇보다 환하게 빛나는 황금색이다.

2008.08.16 02:01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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