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날씨속에 8월 한달간 씨너스 이수에서 열리는 ‘허진호 감독 10주년 특별전-허진호의 십년지애’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허진호 감독은 <8월의 크리스마스>로 데뷔하여 멜로영화의 흐름을 바꿔 놓으며 평범한 일상속으로 카메라를 들이대고 신파 위주의 멜로의 틀을 보기좋게 깨어 버렸다. 사랑과 삶 그리고 죽음을, 세상을 아우르는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 <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 등 네 작품을 통해 한석규, 심은하, 유지태, 이영애, 배용준, 손예진, 황정민, 임수정 등의 배우들을 당대 최고의 스타로 이끌어 내며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허진호식만의 멜로를 10년간 만들어왔다.

그의 멜로는 전형적인 구도로 눈물을 쥐어짜기 급급했던 이전의 멜로들과 달리 억지로 쥐어짜는 슬픔이 아니기에 보고 나서 금세 눈물이 흐르진 않지만 차곡차곡 쌓여진 슬픔이 시간이 흐를수록 아련하게 다가온다.

올해는 <8월의 크리스마스>(1998)가 개봉 1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허진호 감독의 장편 데뷔 10주년을 맞이하여 매달 색깔있는 주제의 작은 영화제로 관객들과 만나왔던 'AT9 미니씨어터'의 야심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8월 4일부터 28일까지 허진호 감독 전작 4작품과 단편 2작품 <따로 또 같이> <나의 새 남자친구>를 상영하는 특별전을 마련해 지난 10년간의 허진호 감독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고 있다.

                       
친구라고 말할수 있는 건... 작품적으로나 생활적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허진호 감독-조성우 음악감독

▲ 친구라고 말할수 있는 건... 작품적으로나 생활적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허진호 감독-조성우 음악감독 ⓒ 박병우


그의 영화에서 '허진호 월드'로 불리는 감성적이고 따뜻한 영상을 풍성하게 뒷바침 해주는 일등공신은 따로 있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영화적 동료인 조성우 음악감독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으로 이어지는 허진호 감독의 모든 작품들의 음악을 맡아 섬세하고 따뜻한 영화와 환상의 호흡을 만들어 내며 감동을 배가시켜 주는 일등공신이다.

허진호 감독의 세번째 작품 <외출>에서는 '사랑, 욕망, 갈등 그리고 안타까움'을 훌륭하게 담아내고 있다. 조성우 음악감독은 사랑과 기억속에 남아 있는 사랑을 대조시키면서 인물들의 복잡하고 강렬한 사랑의 감정을 음악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해 준다.

8월 6일 <외출> 상영 후 진행된 허진호 감독과 조성우 음악감독과의 씨네토크(GV)에는 좌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상영 후에도 자리를 뜨지않고 뜨거운 관심속에 진행되었다. 연세대 철학과 동기인 두 감독은 학창시절의 이야기부터 영화작업을 같이 하면서 느꼈던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 그리고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유쾌한 시간을 전해줬다.

- <8월의 크리스마스>가 개봉한지 벌써 10주년이 되었다. 소감이 어떠신가?
허진호 "10주년이라고 하니까 오래된 감독 같고, 무언가 이룬것 같기도 하고, 10주년 특별전 한다니까 주변에서 '이제 은퇴해야는 거 아니냐?'고 놀리기도 하고(웃음)."

- 허진호 감독과 조성우 음악감독, 두분은 같은 학교 친구인 걸로 알고 있다. 허진호 감독이 10주년을 맞이했는데 대학교 당시의 허진호 감독은 어떤 학생이었나?
조성우 "10주년 하니까 너무 오래된 감독 같다(옆에서 허진호 감독이 놀렸던 당사자가 조성우 음악감독이라고 한다). 한창이어야 할 나이인데(웃음). 연세대 철학과 동기인데 영화감독이 될 줄은 몰랐다. 당시의 허진호 감독은 친구들도 많았고 장점이 많은 친구였다. 공부는 내가 조금 더 잘했던 것 같다(웃음). 항상 솔직하고 언제나 자기감정에 충실한 사람이었다.<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를 보면 그런 따뜻함, 솔직함 같은 유전자적 결벽증 같은 게 느껴지는 것 같다."

- 두 분이 친구사이시긴 하지만 함께 영화 음악 작업을 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허진호 "조성우 음악감독이 대학교 때 그룹 사운드에서 리드기타를 쳤었다. 첫 단편영화 작업할 당시 그 기억이 떠올라서 연락을 했고 영화음악을 부탁하게 됐었다. 조성우 음악감독은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인격 그 자체였다. 지금은 많이 변한 것 같다(웃음). 현재는 대학교서 철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면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이고, 코스닥에 상장한 음악회사 M&F의 사장이기도 하다."

(옆에서 조성우 음악 감독이 '작곡가'가 빠졌다고 끼어든다.)

"요즘은 바빠서 음악 작업은 소홀히 하는 것 같아 잊었었다(웃음)."

조성우 "친구 덕분에 인생이 많이 바뀐 거 같다. 허진호 감독은 올림픽 감독이다. 4년에 한번 영화를 만들어내니까(웃음). 음악가는 먹고 살아야 하니 그럴 수가 없다. 그동안은 다른 감독들과 작업을 하고 있다. 허진호 감독 작품들은 주제의식에 포커스를 맞추고 연출하는 스타일이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핵심적인 요소가 있고 작업하면서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와 마음으로 접근하는 편이다. 지금껏 50여 명의 감독들과 함께 작업했지만 그런 감독은 허진호 감독 말고는 없었다."

관객들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며 10년 동안 허진호 식 멜로를 선보여온 두 친구가 관객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관객들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며 10년 동안 허진호 식 멜로를 선보여온 두 친구가 관객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박병우


- 시나리오 단계부터 음악 작업을 생각하시고 참여하게 되는 건가?
허진호 "<8월의 크리스마스>는 고 김광석씨의 영정사진에서 시작해서 죽어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 나갔다. 홍대의 술집에서 '이런 시나리오가 있는데 어떨 거 같니?'라고 물었었다. 이야기를 조금씩 만들어가고 조성우 음악감독한테 보여주고 영화를 만들어 갔던 것 같다. 어떤 이야기인가 고민하고 더 많은 의미를 옆에서 부여해주고, 영화를 만드는 기둥 같은 역할을 해줬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 등 장편 4편과 단편 3편 등 총 7편의 작품을 같이 했으니 좋은 일 인건가? (웃음)

자신의 영화를 다시 보기가 힘들다. 가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거나 하면 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영상보다는 음악이 먼저 떠오르는 것 같다. 음악이 먼저 생각나고 영상이 생각나는 것 같다. <봄날은 간다> 같은 경우에 대나무 흔들리는 장면보다 음악과 소리가 더 생각난다. 10년 동안 옆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주었던 고마운 사람이다."

-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힘들게 작업했던 작품이 있는가?
조성우 "영화음악을 만들때 가끔은 맞춤옷을 만드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날짜를 맞추고 정해진 시간안에 만들어 내는 작업이 창작자보다는 기술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허진호 감독의 작품들은 음악가로서 훌륭한 작품들이다. 힘들지만 음악가로서 보람이 있고 네 작품들은 평생 간직하고 싶은 작품들이다. 영화음악가라도 모든 작품이 다 그런 건 아니고 많은 작품을 하다보니 잘 기억나지 않는 작품도 있다. 가장 힘들었던 작품은 <행복>이었다. 당시에 가장 바빴을 때라서 자꾸 환경이 허락하지 않아서 창작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허진호 감독이 제대로 신경 안써준다고 불만이 많았었다(웃음). 친구이자 감독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다.

저를 연상하면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 그리고 <용가리>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다(웃음). <8월의 크리스마스>는 워낙 어릴 때,잘 모를때 한거라 좀 쑥스럽고 <봄날은 간다>는 좋아하는 작품이고, 평소 즐겨듣는 작품은 <행복>이다. <외출> 같은 경우엔 일본에서 영화음악으로 공연을 갖기도 했었고 여러가지로 얻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허진호 "<봄날은 간다>는 자꾸 듣고 싶은 생각이 든다. <봄날은 간다>와 <행복>을 촬영했던 김형구 촬영감독이 '조성우 감독은 음악을 참 잘 만드는 것 같다. 지금까지도 내가 듣고 있는걸 보니...'라고 칭찬을 했었다. 그런 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닌데(웃음)."

- 평소에도 자주 만나고 교류하는 편인가?
허진호 "이번에 만나기 전 굉장히 오래된 것 같은데, 열흘만에 보는 것 같다.(웃음)"

- <외출>은 오늘 상영된 버전과 일본에서는 감독판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어떤 버전에 더 만족하는가?
허진호 "원래 <외출>보다 <행복>이 먼저 계획된 작품이었다. <행복>을 준비하려던 중 <외출>이 빨리 준비가 되어 먼저 찍게 됐었다. 영화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얘기들이 있었다. 영화를 작업하는 것은 일종의 선택이다. 여러번 같은 장면을 찍고 어떤 장면을 쓸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김형경씨의 원작 소설이 갖고 있던 부분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편집하고 작업 했었다. 감독판은 시간의 순서도 다르고 좀 더 상세하지만 오늘 상영된 짧은 버전이 영화적으로 정이 더 간다."

- 감독님 작품들을 보면 <봄날은 간다>에서 떠나간 사람의 차를 긁는 것 밖에 할수 었었던 주인공이 <외출>은 그 상대방의 배우자와 바람을 핀다든지 복수가 구체적이고 체계화된 것 같다. 그건 어떤 이유가 있는가?
허진호 "글쎄 아무래도 영화작업을 해 나가면서 조금씩 그런 감정들이 변하게 되는 것 같다. 복수가 구체적이 된 건 아무래도 스스로가 변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 배용준씨의 가족(팬클럽)이다. 오늘 다시 보게 되니 또다른 감동을 느꼈다. 개봉할 때 <외출>을 여러번 봤었는데 그 이후로 작품을 보는 안목이 생겨 좋은 작품들은 여러번 감상하게 됐다. 당시에 <외출>에 대해서 이전 작품들에 비해 안좋은 평가들도 많았던 것 같다. 아쉬움은 없었는지?
허진호 "<외출>을 촬영했던 이모개 촬영감독, 이번에 <놈놈놈>을 찍었던 촬영감독인데 촬영하면서는 '작품이 참 좋다'고 했었다. 그런데 개봉하고 나서 예상보다 평이 좋지 않자 이모개 찰영감독과 모여서 손예진의 대사처럼 '내가 뭘 잘못한 거지?'하며 자책했었다(웃음). <외출>을 찍으면서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했었다. 카메라를 인물들에게 더욱 가까이 들이대고 인물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카메라가 인물에 가까이 가면서 거리를 둬서 담을 수 있는 어떤 객관성들을 버리고 갔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낯설었을지도 모르겠다."

- 아쉽지만 시간 관계상 마지막 인사를 부탁드린다.
허진호 "10년이라니까 상당히 오래한 느낌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해주셔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다. 매번 멜로영화를 하게 되는데 고민도 많이 하게 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곤 한다.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작품도 멜로가 될 것 같은데, 영화에 대한 질문을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다."

조성우 "오랜 친구인 허진호 감독과 10년간 함께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찾아 뵙고 싶다."

좌석을 가득메운 관객들 허진호 감도독,조성우 음악감독의 씨네토크에 참석한 관객들이 진지한 태토로 경청중이다

▲ 좌석을 가득메운 관객들 허진호 감도독,조성우 음악감독의 씨네토크에 참석한 관객들이 진지한 태토로 경청중이다 ⓒ AT9 미니씨어터


관객과의 대화시간이 끝난 후에도 두 감독은 팬들의 사인공세에 시달리면서도 기념촬영에 일일이 응해주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 등의 작품에서 들려 주었던 아름다운 선율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허진호 감독과 조성우 음악감독은 오랜 친구이자 영화적 동료로서 신뢰와 믿음으로 묵묵히 옆자리를 지켜주며 서로에게 든든한 기둥이 되어왔다.

그 결과물들은 1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 오래토록 사랑 받아왔다. 10년의 시간이 더 흐른뒤에도 허진호-조성우 친구의 우정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함께할 것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과 윤진서 주연의 단편 두 작품 <따로 또 같이> <나의 새 남자친구>는 8월, 씨너스 이수 AT9 미니씨어터에서 매주 월화수목 저녁 8시에 만날 수 있다.

8월 11일 <8월의 크리스마스> 상영 후에는 허진호 감독과 <씨네21> 김혜리 기자의 씨네토크가 진행되고, 8월 12일에는 <봄날은 간다> 상영 후 허진호 감독과 주연배우 유지태가 참석해 진행된다. 자세한 사항은 http://cafe.,naver.com/cinusat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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