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의 베테랑 투수 정민태가 은퇴를 선언했다.

기아 타이거즈는 8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정민태의 은퇴를 발표했다. 프로야구에 데뷔한지 17년만의 은퇴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현대 유니콘스가 우리 히어로즈로 새롭게 출범하는 과정에서 연봉 협상에 실패한 정민태는 지난 3월 자유계약선수(FA)로서 기아에 입단했다. 3년 전 오른쪽 어깨수술을 한 뒤 옛 실력을 되찾지 못하고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탓이 컸다.

3억 원이 넘던 연봉은 7천만 원으로 줄었고 자존심도 상할대로 상했지만 그는 2군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며 재기를 노렸다. 그러나 올 시즌 현재 승리없이 단 1패, 평균자책점 14.73이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겼고 결국 은퇴를 결심하기에 이른 것이다.

정민태는 구단과의 대화에서 "중간계투로 1군에 복귀했을 때 후배들의 자리와 기회를 빼앗는다는 것은 선배로서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은퇴의 이유를 밝혔다.

통산 124승에 빛나는 영광의 시간들

 정민태

정민태 ⓒ 기아 타이거즈

지난 1992년 현대의 전신이었던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한 정민태는 프로야구 투수라면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기록들을 남겼다.

1999년 20승 고지에 올라선 것을 포함해 2000년과 2003년까지 세 번의 다승왕을 차지한 정민태는 '상복'까지 타고난 선수였다.

한국시리즈 MVP만 두 번(1998, 2003)이나 차지했고 골든 글러브도 세 번(1998, 1999, 2003)을 수상했다.

김수경, 임선동, 조용준 훌륭한 투수들을 등을 거느리며 우승 트로피를 쓸어 담았던 '투수왕국' 현대의 꼭대기에는 언제나 정민태가 버티고 있었고 이렇듯 그는 한국프로야구의 한 시대를 풍미한 투수였다.

물론 어려운 시간도 있었다. 한국무대를 평정한 그는 자신감을 안고 지난 2001년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2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던 아쉬운 기억도 있다.

그리고 3년 전 어깨수술을 한 뒤 하향세로 접어든 그는 결국 가장 높은 곳에 있었을 때 은퇴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자존심을 접고 유니폼까지 바꿔 입고 옛 명성을 되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마지막 뜻을 이루지 못했다.

비록 화려한 은퇴는 아니었지만 정민태는 투수로서 모든 영광을 누려본 행복한 투수였다. 17년간 통산 124승 96패, 평균자책점 3.48를 거둔 그는 "현장에 복귀해 선수들을 지도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조용히 마운드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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