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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몸 푸는 시간, 안정환은 페널티 지역 근처에서 슈팅하는 연습에 집중했다. 이미 경기전부터 그의 득점 여부가 관심이 됐던 터라, 일찍 경기장을 찾아 부산 아이파크가 자랑하는 터치라인석에서 관전하던 관중은 슈팅 동작 하나하나에 환호하며 홈 팀의 승리를 기대했다.

부산 팬 유민영(29)씨는 "지난해는 경기장에 와도 흥이 나질 않았다. 모르는 선수가 대부분이었고 항상 경기 막판에 실점하며 패하는 공식이 되풀이됐다. 이런 팀 컬러에서 그는 제대로 나타난 보석이다"라며 "차범근 감독이 보는 앞에서 멋진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수원과의 빅매치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몸만 풀어도 환호를 받는 '판타지스타'   

양 팀 선수단이 경기장으로 입장하자 본부석 위에 자리하던 팬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일부 관중은 그라운드의 제한선까지 내려가 사진을 찍으며 큰 관심을 보였다. 대다수는 그를 향했고 찍는 데 성공하자 만족감을 표시하며 "안정환 한 골만~!"을 연호했다.

'황새'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부산 아이파크가 5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 4라운드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선전을 하고도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지 못해 결국 외국인 공격수 에두에 두 골을 헌납, 0-2로 패했다.  

이날 경기는 무엇보다도 지난해 수원 삼성 소속으로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친정팀 부산 아이파크로 이적한 '판타지스타' 안정환의 활약 여부가 큰 관심이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감독-선수로 찰떡궁합을 과시했던 차범근, 황선홍 두 감독의 지략 겨루기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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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은 처진 공격수로 경기에 나섰다. 전반 15분 수원의 페널티지역 바로 앞에서 슈팅 기회가 왔고 왼발로 골문을 향해 강하게 찼지만 공은 하늘 위로 떴다. 아쉬운 표정을 짓던 그는 바로 옆에 있던 동료 정성훈을 붙잡고 웃으며 하프라인으로 올라갔다.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 하는 표정이었다.

3분 뒤 부산은 수원의 외국인 공격수 에두의 감각적인 왼발에 실점을 했다. 지난해 같았다면 모두 고개를 숙이고 하프라인으로 돌아와 힘없이 시작했을 상황이었지만 안정환이 손뼉을 치며 독려하자 부산 선수들은 빠르게 대형을 갖춘 뒤 공격에 나섰다. 

수원의 두꺼운 수비벽에 공격이 쉽지 않자 안정환은 미드필드로 내려가 직접 공격의 시발점이 됐다. 때로는 주심을 상대로 강하게 어필하며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런 안정환을 지켜보던 1만 7512명의 관중은 환호로 힘을 불어넣었다. 불리한 상황에서는 야유로 수원 선수들을 압박하며 열두 번째 선수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안정환에게 찬스는 다시 한 번 왔다. 전반 47분 중앙선 부근에서 미드필더 안성민이 골문으로 길게 가로지르기(크로스) 한 것을 올 시즌 대전에서 이적해 온 187cm의 정성훈이 헤딩으로 떨어트렸고 뒤에서 기다리던 안정환이 왼발로 슈팅했다. 수비수들이 벌려놓은 공간이 있어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었지만 문 앞에서 잘 버티고 있던 이운재 골키퍼가 잡아내며 안정환의 득점은 후반전으로 미뤄졌다.

될듯하면서도 골이 터지지 않자 부산 팬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관중석 곳곳에서 "아유~" 하는 탄식이 쏟아졌다. 그래도 곧 수원을 쫓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관중석으로 퍼졌고 부산 선수들도 수원의 골문을 열기 위해 치열한 공격을 시도했다.

부산 축구의 봄 안정환이 되찾아 줄까? 

후반에도 안정환은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지난해 수원에서 뛰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지난 9일 전북 현대와의 홈 경기에서 무게감 있는 프리킥으로 동점골에 보이지 않는 도움을 했던 안정환은 후반 16분 수원의 미드필드 중앙에서 작심하고 프리키커로 나서 강하게 차 이운재 골키퍼를 흔들리게 했다.

이후에도 안정환에게는 수많은 찬스를 잡았다. 그야말로 안정환의, 안정환에 의한, 안정환을 위한 경기였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부산의 공격은 그의 손과 말에 의해 움직였다. 골 찬스를 놓칠 때마다 그는 아쉬움을 곱씹었다.

주심의 종료 호각이 울린 뒤 안정환은 지난해 자신을 위해 신문에 전면광고를 하고 골대 뒤에서 카드섹션을 보여주며 애정을 표시했던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 앞으로 다가가 머리 위로 손뼉을 치며 인사를 했다. 그랑블루도 그의 인사를 받아주며 한 때 정을 나눴던 데에 대한 예의를 보였다.

경기 뒤 황선홍 감독은 "전반적인 경기력은 좋았지만 정환이와 어우러질 선수가 팀에 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호 감독이 이끄는 대전시티즌이 공격형 미드필더 고종수의 짝을 찾지 못해 애태우는 것처럼 황선홍 감독도 안정환의 감각적인 패스를 받아 줄 선수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패배했지만 부산 팬들은 단 한 명도 자리를 뜨지 않고 박수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특히 대기실로 들어가던 안정환에게는 "잘했다"는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지난해 부산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황선홍식 축구에 안정환을 중심으로 한 부산의 끈끈한 경기력이 서서히 녹아들어 가 관중에게 호감을 사고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부산은 지난해 열여덟 번의 홈 경기에서 7만 3584명이 입장해 리그 관중동원에 있어 바닥을 달렸지만 올해는 네 경기를 치른 현재 6만 1019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앞으로 홈에서 열세 경기가 남아있어 관중 기록은 충분히 깰 전망이다. 황선홍 감독과 더불어 친정으로 복귀한 안정환 효과라고 해도 무방할 듯싶다. 안정환은 지난 1990년대 경기마다 인산인해를 이뤘던 부산 축구의 봄을 되찾아 줄까?

덧붙이는 글 경기결과 FROM.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부산 아이파크 0-2 수원 삼성(득점-전18, 에두 도움:안효연 후45, 에두 도움:조용태 <이상 수원 삼성>)

부산 아이파크
골키퍼-서동명
수비수-김창수, 배효성, 김유진, 심재원
미드필더-김승현9후34, 이동명), 이강진(후28, 박희도), 안성민(후5, 최철우), 한정화
공격수-안정환, 정성훈

수원 삼성
골키퍼-이운재
수비수-송종국, 곽희주, 마토, 이정수
미드필더-이관우(후27, 서동현), 조원희, 박현범, 안효연(HT, 조용태)
공격수-에두, 신영록(후11, 남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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