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심판들  심판 관계자들은 "앞으로 K리그에서 여성 심판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체력, 경기 스피드, 선수들의 험한 말을 견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2006년 수원에서 열린 피스퀸컵에 출전한 여자 주, 부심들

▲ 여성 심판들 심판 관계자들은 "앞으로 K리그에서 여성 심판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체력, 경기 스피드, 선수들의 험한 말을 견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2006년 수원에서 열린 피스퀸컵에 출전한 여자 주, 부심들 ⓒ 이성필


지난해 프로축구 K리그는 심판들의 판정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오래된 불신으로 선수들은 심판들의 판정에 상소리를 하며 항의했고 지도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심판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오심이나 부적절한 행동들이 '카메라'에 잡혀 팬들의 불신을 양산하기도 했다.

때문에 1월 초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 실무회의에서 일부 구단은 전임제를 시행중인 현 심판 운영제도에 대해 전담제로 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특정 심판과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전담제를 할 경우 주, 부심 인원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특정 심판이 특정 경기에 자주 배정되는 것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녀의 벽'  프로축구 심판  프로축구 K리그에는 지난 2004년 2월 임은주 전 주심의 은퇴이후 여성 주심을 찾아 볼 수 없다. 15일 서울 목동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심판 체력테스트

▲ '금녀의 벽' 프로축구 심판 프로축구 K리그에는 지난 2004년 2월 임은주 전 주심의 은퇴이후 여성 주심을 찾아 볼 수 없다. 15일 서울 목동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심판 체력테스트 ⓒ 이성필


'금녀'의 벽이 다시 생긴 K리그 심판  

대한축구협회 1월 등록된 심판 현황에 따르면, 3급은 460명, 2급 316명, 1급 276명, 국제심판 24명 등 총 89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100여명 안팎의 남녀 1급, 국제심판이 K리그 심판으로 활동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1월 중순 열린 연맹 이사회에서 올해 심판 운영제도는 전임제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경험이 많은 우수 심판 자원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제로 결정되면서 15일 오후 목동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심판 체력테스트에서는 동아시아연맹 축구선수권대회에 참석한 최명용 주심, 양병은 부심을 제외한 34명(주, 부심 각각 17명)의 인원이 참석했다. 이 중 다섯 명의 주, 부심이 어깨에 K리그 마크를 달고 새롭게 합류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34명 모두 남자 심판들이라는 것이다. 1999년 국내 1호 여성심판인 임은주(43) 현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이 세계 최초의 프로 전임심판이 되면서 '금녀의 벽'이 깨졌지만 2004년 2월 은퇴한 뒤로 아직까지 K리그에서 여성심판은 볼 수 없다.

K리그 심판에 투입되려면 3급 심판부터 시작해야 한다. 3급은 초등부 주심에서 중등부 부심까지 할 수 있다. 이후 2급은 고등부 주심에서 대학 부심, 1급은 프로경기를 비롯해 국가대표 경기는 모든 분야에 투입될 수 있다. 각 급별 승급을 위해서는 2년 이상의 활동을 한 뒤 필기시험과 체력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이를 모두 갖췄던 임은주 위원은 1994년 심판에 입문, 1999년 아시아 최초로 여자월드컵 심판을 봤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심판을 보기도 했다. 이러한 경력은 그를 K리그 심판까지 오르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여성 심판 보기 힘들 것 VS 충분히 가능하다

"여자도 K리그 가능" 여성 심판들은 갈수록 여성 심판들의 수준이 올라가고 남자 대회도 배정받고 있는 만큼 충분히 K리그도 통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사진은 2006년 피스퀸컵에서 한 여자 심판이 부심을 보고있는 것이다.

▲ "여자도 K리그 가능" 여성 심판들은 갈수록 여성 심판들의 수준이 올라가고 남자 대회도 배정받고 있는 만큼 충분히 K리그도 통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사진은 2006년 피스퀸컵에서 한 여자 심판이 부심을 보고있는 것이다. ⓒ 이성필

하지만, 임은주 주심의 경우 K리그의 인기가 급상승하던 시기 및 2002년 월드컵 분위기에 맞물려 덕을 봤다는 게 축구계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구 지도자는 "솔직히 판정을 지켜보면서 답답할 때가 많았지만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던 K리그의 분위기 때문에 누구도 뭐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까지 K리그 심판위원장을 역임했던 김용대 대한축구협회 심판 부위원장의 의견도 비슷하다. 그는 "남자 심판들이 경기를 운영할 때도 선수들의 험한 말과 항의를 견뎌야 하는데 여자 심판의 경우는 더 어려울 것"이라며 "K리그에서 앞으로도 여성심판이 호각을 불기는 힘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이런 항의와 더불어 경기 속도의 차이는 체력적으로 열세인 여성 심판들에게 K리그의 문이 더 좁아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K리그 주심에 5년째 접어드는 최광보 주심은 "K리그와 내셔널리그만 해도 경기 속도의 차이가 상당하다. 독일 분데스리가보다 빠르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만큼의 속도를 자랑한다"며 간접적으로 여성 심판들을 향한 K리그의 벽이 높음을 설명했다.

현재 1급 여성 주, 부심 중에는 K리그의 하부 격인 내셔널리그 정도에 투입 가능한 인원이 있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여자축구로 배정되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한 여성 심판은 "경기에 심판을 배정하는 분들이 보수적인 선택을 하는 것 같다. 여성 심판들도 체력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어 남성 경기에 충분히 투입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지난해 10월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AFC(아시아 축구연맹) 16세 이하(U-16) 남자축구선수권대회 예선에 차성미 주심이 배정, 출전한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AFC가 주관하는 남자대회에 처음으로 여성심판이 주심을 맡았기 때문이다.

차 주심을 비롯해 영국 러프버러 대학에 유학 중인 국내 최연소 여자 국제심판인 홍은아씨 등은 모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리그를 누비는 것이 소망이라는 것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과연 K리그에서는 여성심판을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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