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본부 정책총괄팀 서현수 사무관은 <시사기획 쌈>에 의해 이 일이 드러난 이상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본부 정책총괄팀 서현수 사무관은 <시사기획 쌈>에 의해 이 일이 드러난 이상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호영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에 대한 파장은 컸다.

11일 KBS 1TV <시사기획 쌈>이 스포츠계에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던 성폭력 문제를 끄집어내면서 관련 단체들이 몹시 바빠졌다. 특히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 문화관광부, 대한체육회와 같은 실무 기관은 몹시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도 나섰다. 인권위는 14일 오전 '스포츠계 성폭력 근절 위해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해야'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보도자료가 나간 직후 서울 종로 을지로 1가에 위치한 인권위 사무실에서 인권정책본부 정책총괄팀 서현수 사무관을 만났다.

"경고 했었지만 관계 당국이 쉬쉬하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교육부장관, 대한체육회장 등에게 학생선수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시사기획 쌈>의 보도는 이 실태를 다시 한번 생생하게 확인해줬다는 입장이다.

서현수 사무관은 "지난해 실태조사를 했었는데 현장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로 지적이 나왔다. 국가적 차원에서 시급한 문제라는 판단도 있었다"며 "그중 하나는 성추행 가해자에 대해 엄격하게 조치를 취하고 자격을 영구 박탈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학교 합숙소 실태조사를 벌이고 초·중·고등학교로 이어지는 단계적인 합숙소 폐지 권고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다. 일선 현장에서 성폭력 문제에 대해 쉬쉬하고 넘어갔던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서 사무관은 스포츠계의 불평등한 구조도 이 문제를 거들었다고 말했다.

"확인된 것처럼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피해를 말하기 어려운 구조다. 피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다른 대안이 없거나 구조적인 권력의 불균형, 발언이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였다. 또한 스포츠계에서 쉬쉬하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도 그 사례나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서 공론화하기 어려웠다. <시사기획 쌈>의 보도가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계기가 되어야 한다."

성폭력의 온상이라는 합숙소 문제도 거론됐다. 서 사무관은 "인권위 권고에 의해 합숙소가 줄어들기는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제외하면 중·고등학교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학생선수 인권 개선을 위한 인권정책관계자협의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 합숙소는 2003년 1567개소에서 2007년 10월 880개소로 약 43.8%(687개소) 감소한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초등학교 합숙소가 326개소에서 66개소로 79.8%(260개소)의 높은 감소율을 보인 것에 비하면 중학교(619개소→392개소), 고등학교(622개소→422개소)는 각각 36.7%(227개소), 32.2%(200개소)라는 저조한 감소율을 보이는데 그쳤다. 서 사무관은 "앞으로도 합숙소 폐지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포츠계 성폭력, 남녀 가릴 것 없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스포츠계의 성폭력은 어느 정도 심각한 수준일까? 인권위는 2006년 '학생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초등학교 학생 운동선수 746명 중 무려 111명(14.9%)가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남학생도 무려 103명(16.8%)이나 된다는 사실에서 성폭력은 남녀 가릴 것 없이 문제였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남학생은 선배들에 의한 성추행도 상당수(피해자 103명 중 41명)였지만 여학생은 대부분(피해자 8명 중 7명) 지도자에 의해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도자에 의한 성폭력이 일어난다는 사실도 엄청난 문제지만 솜털이 채 가시지 않은 고사리손 때부터 행해지는 뿌리 깊은 악습이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이에 대해 서현수 사무관은 "밝혀진 것과 같이 심각한 상태다. 학생 운동선수들이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지 못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현 체육정책이 선수들을 중학교만 가면 운동 하나에 매달리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선 지도자들이 학생의 상급학교 진학, 대회 출전, 훈련 참가 모든 면에서 사실상 절대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는 그 상태에서 절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구조는 반인권적 범죄를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들과 언론도 함께 계속 감시해달라"

충격과 분노 느끼셨을 것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본부 정책총괄팀 서현수 사무관은 이번 일로 국민들이 충격과 분노를 느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충격과 분노 느끼셨을 것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본부 정책총괄팀 서현수 사무관은 이번 일로 국민들이 충격과 분노를 느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영


인권위는 이번 <시사기획 쌈>의 보도와 관련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준비중이다. 서현수 사무관은 "국민들이 심각한 충격과 분노를 느끼셨으리라 본다"며 "어린 선수들부터 성인 여성 스포츠 선수들까지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인됐다. 인권위는 이런 현실을 초래하고 있는 스포츠계의 관행, 구조, 지도자들에게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음과 같은 말도 덧붙였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문제가 발생해왔다. 정부나 스포츠계가 매번 일시적인 조치로 일관해왔기에 문제를 이렇게 키운 것이다. 이제 스포츠계 성폭력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정부와 체육, 교육 당국이 이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더 의지를 가지고 조사해서 반드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인권위는 이번 일이 일회성 화제에 머무르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서 사무관은 "일단 대중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기 위해서 연속 토론회를 개최하고 공론화할 것이다. 특히 성폭력 문제 만큼은 스포츠계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스포츠계가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워낙 문제가 심각하다보니 실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하나 하나 심각한 개선이 필요한 만큼 엘리트만을 양성하는 체육 구조를 인권친화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도록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서현수 사무관은 인권위를 대표한 실무자로서 국민과 언론을 향해 당부했다.

"인권위는 올 1년 내내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겠다. 국민 여러분과 언론에서도 이 문제가 잊히지 않도록 꾸준히 관심을 보여달라."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인권위의 행보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스포츠 관련 제보나 인터뷰 신청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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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berealist@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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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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