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타운 게이 바> 포스터

<스몰 타운 게이 바> 포스터 ⓒ View Askew Productions


말콤 인그램(Malcolm Ingram) 감독이 이 다큐멘터리를 처음으로 기획할 때 미시건주의 마을이 배경이었다. 하지만 보다 정치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배경을 아예 남부로 바꿨다. 동성애자들 같은 소수자들에게 가장 살기 힘든 곳이 남부이고, 그중에 가장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남부(Deep South)다.

이 다큐멘터리는 남부 미시시피주 시골 마을에 위치한 두 곳의 게이 바를 다룬다. 인구가 다 합해도 고작 몇 천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다. 게이 바를 운영하는 주인, 손님, 마을 사람, 그리고 게이 바를 완강하게 반대하는 목사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말콤 인그램은 이 다큐멘터리에서 비교적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나는 남부에 게이 바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예상했던 대로 보수적인 문화권 속에서 게이들은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노예제와 흑백분리의 전력을 갖고 있는 미국 남부는 소수자들이 살기에 그리 만만한 환경이 아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도 스카티 위버라는 동성애자가 살해당한 사건을 배경에 깔고 있다. 근처 앨러버마주에서 2004년 스카티 위버는 동성애 혐오범죄에 희생되어 무참하게 감금당하고 칼에 찔리고 결국 불태워지기까지 했다. 이런 곳이 딥사우스(Deep South)다. 더 황당한 것은 스카티가 지옥에 갔을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복음주의 교회 목사다.

이 곳의 게이 바는 술집의 기능을 넘어서 공동체다. 보수적인 남부 시골에서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오락은 거의 없다. 답답하게 집에서 숨어지내야만 했다. 공공장소에서 동성애자들이 욕을 먹는 것은 당연한 문화다. 이곳에 게이바가 생기자 동성애자들이 주말마다 모여와 술도 마시고 다른 동성애자들과 대화도 나눈다.

 게이 바에서 노래하는 짐(Jim)

게이 바에서 노래하는 짐(Jim) ⓒ View Askew Productions


병원에서 접수를 담당하는 짐은 게이 바에 올 때는 평소와 달리 여자처럼 분장하고 떠들썩하게 논다. 평소에 받은 스트레스를 이곳에서 마음껏 푸는 것이다.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감추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끼는 짐은 게이 바가 생겨서 너무 기분이 좋다. “게이 출입금지”라는 공고문이 공원화장실에 붙어서 마음이 상해도, 짐은 게이 바에서 동료들과 수다를 떨면서 잊어버린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마음에 걸렸던 것이 있다. 이들의 대다수가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사실이었다. 소수자의 권리를 억압하는 정당에 어떻게 호감을 가질 수 있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의 동성애자들은 대부분이 민주당 지지자다. 허위의식이나 이데올로기 같은 이론으로 이들의 모순적 행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게이 공화당원이라는 모순적인 결합은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조를 혐오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노조원들도 있다. 세상에는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의외로 많다.

이 다큐멘터리는 여전히 억압당하는 미국 남부 동성애자의 현실을 고발한다. 동시에 말콤 인그램 감독 자신도 이 영화를 찍으면서 커밍아웃하였다. 미국 남부의 열악한 인권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며 꿋꿋이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뉴욕, 메사추세츠 그리고 캘리포니아처럼 게이의 인권운동이 강하게 일어난 지역들에 비해서 남부는 살벌하다. 공공장소에 폭행당하는 게이들도 신문에서 자주 보도된다. 게이 바에 대한 단속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림자처럼 조용히 숨어서 벽장 안에만 살기를 강요당하는 이들에게도 즐길 공간이 필요하다. 이 다큐멘터리는 남부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공간을 향한 투쟁에 대한 보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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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 기자는 미국 포틀랜드 근교에서 아내와 함께 아이를 키우며, 육아와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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