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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들에게 가을은 반갑지 않은 존재다. 달콤한 휴식과 적절한 보상을 받는 선수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다. 많은 선수들은 가을이 지나면 유니폼을 벗어야 한다.

지난 13일 두산 베어스가 확정된 방출 선수 명단을 발표하면서 8개 구단은 선수단 정리를 거의 끝마쳤다. 14일 현재 8개 구단의 방출 선수는 무려 84명(SK 와이번스 9명, 두산 베어스 13명, 한화 이글스 8명, 삼성 라이온즈 17명, LG 트윈스 8명, 현대 유니콘스 5명, 롯데 자이언츠 10명, KIA 타이거즈 14명). 구단별로 10여명의 선수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처지다.

물론 일부 극소수 선수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도 한다. 내야수 강혁과 채종국은 SK에서 각각 롯데와 LG로의 합류가 유력하고 내야수 안재만(전 LG)과 외야수 최경환(전 롯데)은 KIA, 내야수 김우석(전 LG)은 삼성, 내야수 박정환(전 삼성)은 SK 선수로 뛰기 위해 노력중이다.

들어오니 나가는 건 당연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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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는 나가고 들어오는 선수들로 매년 변화를 피할 수 없다. 기량이 과거와 같지 않은 노장 선수들은 서릿발 같은 퇴출을 피할 수 없고 젊은 선수들은 프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딛는다. 들어오는 선수들이 있는 이상 나가는 선수들이 있는 건 당연하다.

올해 프로야구는 8개 구단이 62명(SK 8명, 두산 8명, 한화 6명, 삼성 9명, LG 8명, 현대 7명, 롯데 8명, KIA 8명)의 선수를 2008년 1·2차 신인 지명을 통해 선점했다. 이 가운데 나성범(18·진흥고·LG 2차 4순위 지명)을 포함한 7명은 프로 입단 대신 대학행을 결정했다. 다른 55명의 선수는 계약을 이미 끝마쳤거나 입단이 유력한 상태다.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는 불안한 미래에 전전긍긍하기 일쑤다. 그래도 신고선수 입단을 기다리는 선수는 사정이 나은 편. 연습생으로도 활로를 찾지 못한 선수들은 야구를 접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올해 대학야구 추계리그전에서 최우수선수(MVP)상을 차지한 한양대 좌완투수 박현(22)은 일전에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프로구단에 정식으로 지명 받지 못했고 신고선수로도 입단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상무 야구단 입단이 유력한 박현과 같은 경우는 운동을 할 귀중한 시간을 2년이나 벌 수 있다. 비록 2년 뒤가 희망적이라는 확신은 가질 수 없지만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로도 당장 운동을 그만둬야 하는 선수들과 비교해 보면 큰 행운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수는 "정식선수와 신고선수는 바라지도 않고 연습생으로라도 프로구단에 들어가고 싶다"며 "운동(야구)을 그만두기는 너무 아쉽다"라고 전했다. 아마도 프로야구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선수들의 공통적인 심정 아닐까 싶다.

불과 1년만 쓰고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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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이 끝나고 두산이 방출한 선수는 내야수 안상준(34)을 비롯해 13명이다. 이 명단은 8명의 정식선수와 5명의 신고선수를 포함하고 있다. 내일 당장 정리되어도 할 말 없는 신고선수는 말할 것도 없고 정식선수마저 퇴출의 올가미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셈이다.

그중 눈길을 끄는 선수는 투수 조영민(22)과 포수 허도환(23). 나란히 방출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조영민과 허도환은 올해가 프로 입문 첫해였다. 조영민은 홍익대를 중퇴하고 2007년 2차 7순위로 지명돼 정식선수로 등록됐다. 한편 허도환은 2003년 2차 7순위로 지명되었으나 단국대로 진학했고 졸업과 동시에 4년 전 유효한 지명권(2004년 지명 선수부터 고교선수 지명권은 대학행과 동시에 자동 소멸)으로 두산에 입단했다.

하지만 조영민과 허도환은 1년만에 방출선수가 되면서 자신들의 프로 '첫해'가 프로 생활 '마지막해'로 바뀔 위기에 처했다. 정식선수가 불과 1년만에 일터를 쫓겨난 것이다.

두산뿐만이 아니다. 구단별로 1년밖에 뛰지 못하게 된 정식선수들은 10명이나 된다. SK는 1명(투수 심장용), 두산은 2명(투수 조영민, 포수 허도환), 삼성은 4명(투수 이병용 이종훈, 외야수 정대욱 김상준), 롯데는 3명(외야수 이창석, 투수 박세진, 내야수 김용진)이 그 대상자다.

위에 언급한 10명의 선수 이외에도 3명의 선수(현대 투수 박종선, 롯데 포수 이중훈, KIA 외야수 박윤식)는 지명 이후 신고선수로 떨어지면서 퇴출까지 당했다. 정식선수를 63명밖에 등록할 수 없는 현행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규정으로 인해 지명된 정식선수가 신고선수로 전락했고 1년만에 마침내 퇴출이라는 벼랑 끝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아예 신고선수로 시작한 8명의 선수(두산 투수 장용환·박환, 내야수 오리온, 삼성 투수 고율, 내야수 공지환·강현성, KIA 외야수 강명구·함지웅)도 1년만에 유니폼을 벗어야 하는 처지다. 이렇게 총 21명의 선수가 프로무대에 1년 동안 발을 담갔고 물을 닦아낼 여유도 없이 나가야 하는 게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최소한의 선수보호 제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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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선수가 주축 선수가 되어 운동을 할 수는 없다. 1군의 화려한 조명 속에서는 1년 내내 햇볕 한 번 들지 않는 음지도 공존하기 마련이다.

프로야구에서 무엇보다 강조되는 것은 실력. 실력이 있는 선수는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받는다. 실력이 부족해 생존경쟁에서 밀린 선수들까지 무작정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하지만 '제도적인 보완'은 가능하다. 임시직인 신고선수는 몰라도 적어도 정식으로 지명된 선수는 1년만 쓰고 버리는 상황이 전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의 경우 1년 뛰고 바로 방출당하면 대학 진학에 애로사항을 겪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8명의 고졸 지명 선수(지명 뒤 신고선수가 된 박종선 포함)가 1년만에 프로야구를 떠나게 됐다. 만약 이런 선수들이 대학 진학의 기회마저 잡지 못한다면 프로에 입단한 것이 오히려 앞길을 막은 장애물로 거론될 수 있다. 정식선수의 규모를 63명에서 더 이상 늘리기 어렵다면 신고선수의 규모를 늘리거나 이후 대학 진학이나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식 지명을 거친 선수들은 8개 구단 스카우트팀에 가능성과 잠재력을 인정받았다고 봐도 무관하다. 그만큼 엄연히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에게 구단이 기다리는 시간이 단 1년뿐이라면, 그것도 재취업의 기회가 원천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심각성은 커진다.

만약 당신이 직장인으로 한 회사에 정식 사원으로 입사했다고 하자. 그런데 회사 측에서 1년 뒤에 별다른 이유 없이 "당신 해고야!"라고 외친다면 쉽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

프로야구에서는 위와 같은 상황이 아무 거리낌 없이 이뤄지고 있다. 만약 내년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관행'이라는 이름의 타성이 야구에 대한 열정을 한참 꽃피워야 할 젊은이들을 또다시 울릴지도 모른다. 이제 프로야구도 선수들에게 최소한의 고용 환경은 보장해야할 때다.

▲ 2007 프로야구 시즌 뒤 퇴출 선수 명단 (총 84명)

SK - 위재영, 손명래, 심장용, 김성훈, 조형식, 장재중, 김태균, 강혁, 채종국 (이상 9명)
두산 - 조영민, 장용환, 박환, 이대현, 허도환, 안상준, 이호성, 김주호, 오리온, 유상우, 김하람, 김혜겸, 구명환 (이상 13명)
한화 - 조성민, 김해님, 박정근, 임기범, 백재호, 최주녕, 김동훈, 김인철 (이상 8명)
삼성 - 오상민, 김종훈, 김대익, 박정환, 김유삼, 이병용, 이종훈, 현승민, 김상준, 정대욱, 고율, 공지환, 최성현, 강현성, 이재현, 조인권, 차민규 (이상 17명)
LG - 진필중, 마해영, 추승우, 안재만, 오승준, 박영주, 양현석, 김우석 (이상 8명)
현대 - 임선동, 김기식, 박종선, 서한규, 유덕형 (이상 5명)
롯데 - 박지철, 박세진, 허일상, 김승관, 이창석, 최경환, 노승욱, 강민영, 이중훈, 김용진 (이상 10명)
KIA - 김요한, 손상정, 최재익, 최건호, 김성호, 박경진, 황연선, 조경환, 김경진, 이성준, 박윤식, 최재현, 강명구, 함지웅 (이상 14명)

덧붙이는 글 아래의 주소로 야구관련 제보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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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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