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시즌 초반, 국내선수들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이번 주 발표된 '스포츠 조선 - LG Shine TV 프로농구 테마랭킹'에서 국내선수가 무려 5명이나 들어 있으며 시즌초반이기는 하지만 득점 10걸 안에 국내 선수가 방성윤(4위), 이규섭(6위), 이상민(10위)로 3명이나 들어있다. 중요한 순간에 국내선수가 공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모습은 작년 시즌에는 분명히 보기 힘든 모습들이다. 이러한 변화를 국내 언론들에서는 올 시즌 가장 반가운 변화라며 연신 크게 보도하고 있다. 물론 국내선수들이 힘을 내고 있는 까닭도 있겠지만 이런 국내선수들의 활약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올 시즌 현저히 낮아진 용병수준을 들 수 있다. 국내선수가 활약하는 것이 반가운 것은 사실이나 그 원인과 과정을 돌아볼 때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달라진 용병제도, 낮아진 용병 수준

 

외국선수 선발 방식은 드래프트에서 2004년부터 3년간 자유계약으로 바뀌었다가 이번에 다시 드래프트 제도가 부활됐다. 올 시즌 한국 프로 농구는 외국인 선발 제도가 자유계약에서 트라이아웃으로 바뀌면서 새 얼굴이 대거 등장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한국농구연맹(KBL)은 뒷돈 거래 등 자유계약의 폐단을 막기 위해 외국인 선수 선발 제도를 트라이아웃에 이은 드래프트제로 환원했다. 이에 따라 3년 간 국내 무대에서 뛰었던 선수들의 국내 무대 진입을 제한했다.


이러한 제도의 변화는 어김없이 용병의 수준을 낮추는 변화를 가져왔다. 굳이 작년시즌 평균득점 35.1 점으로 30점을 훌쩍 넘겨버린 피트마이클의(전 대구오리온스) 득점기록이나 4경기 연속 40득점 이상을 기록했던 단테존스(전 KT&G)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외관상으로 낮아진 용병들의 수준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정도이다.

 

수준미달로 시즌 시작 전부터 많은 팀들이 용병교체를 단행했고 경기 내용면에서도 이지슛을 놓친다거나 박스아웃을 못하는 외국용병센터의 모습이 비일비재하다. 국내선수들의 활약도가 좋아져 더 재밌어졌다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더 좋은 선수와 더 좋은 플레이를 보기 원하는 많은 농구 팬들 입장에서 화려한 기량을 가진 용병스타들을 보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뒷돈과 뒷북 행정이 낳은 코미디

제도자체나 제도가 바뀌는 과정, 그리고 용병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많다. 작년시즌까지 외국선수들의 월봉상한선이 2만 달러였다. 그런데 한국농구연맹(KBL)은 이번 시즌부터 외국선수 월봉 상한선을 2만5천달러로 정하면서 '뒷돈'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한국농구연맹이나 구단들 모두 스스로가 그동안 규정을 어긴 사실을 자인한 꼴이다.
그리고 한국농구연맹(KBL)은 이사회를 열고, 자유계약 시절인 최근 3년간 한국 무대에서 뛴 외국선수는 트라이아웃에 참가할 수 없도록 했다. 이 결정으로 트라이아웃에 신청한 630명의 지원자 가운데 민렌드, 마이클, 존스를 비롯해 나이젤 딕슨, 루 로, 키부 스튜어트, 애런 맥기 등 최근 3년 동안 한국에서 사랑받아왔던 모든 용병들의 국내 재입성이 원천 봉쇄된 것이다. 자유계약 시절 물의를 빚은 뒷돈 지급이 재연될 여지를 아예 차단하겠다는 의도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수년간 뛰면서 팀이 프렌차이져 스타로서 역할을 감당했던 선수들에게 아예 취업기회자체를 박탈한 처사는 납득하기 힘들다.

 

게다가 이러한 조치가 해당선수의 참가신청을 받은 뒤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 역시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국내 선수들의 활약과 거물신인의 등장, 빅스타들의 이적 등으로 지금 당장 프로농구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취업기회 박탈당한 용병들에게나 이미 높아진 눈높이를 낮춰서 봐야만 하는 농구 팬들에게나 이러한 일방적인 제도변화는 당연 달갑지 만은 않다.

 

한국프로농구의 이번시즌 흥행여부와 상관없이 뒷돈과 뒷북행정이 낳은 코미디 같은 용병선발제도의 변화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만약 이러한 문제가 반복된다면 외국선수들이 한국리그를 멀리하고 팬들 역시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 당연히 반가워야할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이다. 

2007.11.07 20:17 ⓒ 2007 OhmyNews
KBL 용병 드래프트제 국내선수들의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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