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고양 벽제구장에서 열린 두산 2군과 경찰청의 경기. 4회말 경찰청 공격때 두산 투수 김승회가 역투하고 있다. ⓒ 김효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내유동 산 18-1번지. 얼핏 보면 영락없이 별다른 의미 없는 동네다. 하지만 경찰청 야구단에만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 곳은 프로야구 2군 경기가 치러지는 경찰청 야구단의 홈구장 '벽제구장'이 있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30분 이상 소요되는 거리에 있는 조용한 공간이기도 하다.2005년 12월 서울 경찰청에서는 경찰청 야구단 창단식이 열렸다.   프로야구에 고질병처럼 만연했던 병역비리를 일부 해결하고자 취해진 조치였다. 애초 30여 명으로 선발 예정이던 경찰청 야구단은 25명 선발로 가닥을 잡고 2006년 2군 북부리그에 편입돼 시즌을 치렀다.   창단과 함께 찾아온 위기   그러나 첫해 경찰청 야구단은 호된 신고식을 당해야 했다. 후반기 5할 이상의 승률(0.514)을 올리며 선전을 펼쳤지만 시즌 성적은 28승 4무 44패로 북부리그 최하위(5위)에 그쳤다.물론 이런 경찰청 야구단의 부진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   야구단을 빠듯한 숫자인 25명으로 운영하기에는 더욱 치밀한 전략이 필요했고 시작부터 시행착오는 일부 예상된 결과였다. 전지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며 구장 사정으로 76경기를 전부 방문 경기로 치렀다는 악조건도 빼놓을 수 없다.그 가운데 나온 후반기 선전은 충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절반의 성공'이라고 자평을 해도 괜찮을 정도였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고 야구단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경찰청 야구단의 존립 위기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 2012년까지 전·의경 전면 철폐한다는 계획이 경찰청 야구단까지 영향을 미치고 말았다.한국야구위원회(KBO)는 그간 경찰청 야구단의 증원을 위해 힘써왔지만 오히려 야구단이 해산될 위기에 처하자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청 야구단의 해산 위기는 더욱 높아만 갔다.   "경찰청 야구단을 보존해 주십시오"   외야에서 바라본 벽제구장의 모습.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짐을 정리하고 있다. ⓒ 김효은 지난 30일 만난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스타' 출신인 김용철 경찰청 야구단 감독(50)은 야구단이 없어지지 않게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사람으로 손꼽힌다. 김 감독은 내년 초 1기 25명이 전역할 경우 2기 25명을 다시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저 설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KBO·서울청·본청 등 곳곳을 들르며 경찰청 야구단의 사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런 노력이 효과가 있었는지 2기 25명을 새롭게 받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선수 선발에 대한 세부일정은 아직 협의 중이다."   김 감독은 발로 뛰어 2기 선수 25명을 새로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경찰청 야구단은 사실 한국야구에서 몹시 필요한 구단이다. 신체 건장한 남자들에게 지워지는 국방의 의무를 운동선수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다. 젊었을 때 '한철 장사'인 운동을 쉰다는 것 자체가 인생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위기에 다다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특히 구기종목 같은 경우 그 점은 더욱 심한 편이다. 실전을 통해 경기감각을 익히고 기량을 향상하거나 유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올해 소집해제 된 이영우(34·한화 이글스)와 같은 수준급 기량의 타자가 2년간의 공백 이후 전혀 제 몫을 못하는 것을 보면 꾸준한 경기 소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이영우는 군 입대 이전 5년간 무려 0.307의 타율을 기록하고 연평균 18.6개의 홈런과 13.6개의 도루를 기록한 호타준족의 선수였다. 그러나 올해는 단 한 개의 홈런도 없을 뿐더러 0.243의 저조한 타율로 주전도 꿰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운동을 쉰다는 것은 수준급의 기량을 갖춘 선수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좋은 사례다.   김 감독은 이어 선수들의 진로문제를 언급했다. 올해는 801명의 선수 중 고작 62명(7.7%)이 프로에 정식으로 지명받을 정도로 야구 유망주들의 진로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김용철 감독은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굉장히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 김효은 "경찰청 야구단이 있음으로 해서 각 구단의 일부 선수들이 병역 비리를 범하지 않고 정식으로 입단해 국방의 의무를 해결할 수 있다. 군 입대 선수들의 빈 자리는 새로운 선수들을 뽑아 메우면 된다. 또한 대졸 선수들 가운데 프로에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 일부를 구제하는 역할도 한다.
소속 선수 중에는 9명의 무적 선수가 있었다. 그중 서성종(LG), 최형우(삼성)가 보금자리를 찾았고 7명의 선수(라형진·김장준·조용원·조인신·이상훈·송수근·박훈범) 가운데 일부 선수도 새로운 계약을 할 가능성이 높다."   단 한 명의 선수라도 야구를 할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지론이었다. 김 감독은 형평성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 경찰청 야구단에 입단하는 선수들이 많아지면 정상적인 과정으로 군 복무를 하는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경찰청 야구단에 입단하는 선수들이 특별한 혜택을 받지는 않는다. 휴가와 외박은 전부 일반 전·의경과 다를 바 없으며 내무생활도 마찬가지다. 야구를 하고 그에 관련된 훈련을 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경찰청 야구단은 사법기관으로서 경찰이 가진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를 보다 완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여기서 기량이 향상된 선수들은 1군 무대에 서서 프로야구팬들에게 기쁨을 줄 수도 있다. 시즌이 끝나면 대민지원과 봉사활동, 지역 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유소년 야구교실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경찰청 야구단은 결코 의미 없는 존재가 아니다."
 더할 수도 뺄 수도 없는 25명의 딜레마   25명. 많다고 보면 많지만 야구의 속성을 생각해 본다면 결코 큰 규모의 선수단이라고 볼 수는 없다. 특히 리그전을 치르는 프로야구 2군은 선발 로테이션을 짜야 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선수기용이 필요하다. '선수가 너무 적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감독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25명이 적은 건 사실이다. 상무 야구단의 35명 인원이 부러울 때가 많다. 마음 같아서는 올해 30명을 받고 싶지만 그건 현실성이 조금 떨어진다. 대신 이번에 25명의 선수를 받게 될 경우 내년에도 추가로 선수를 받는 방안을 건의해 보겠다.
물론 25명이 모두 건강하다면 이상 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의 속성상 25명의 선수가 매일 정상적일 수는 없다. 부상 선수는 계속 나오게 되어 있다. 지금도 선발 로테이션의 라형진·윤경영이 부상으로 탈락했고 야수 김태완도 부상이다. 그래서 가급적 모든 선수들에게 고루 기회를 주고 서로 체력 안배를 할 수 있게 돕는다. 현재로서는 이게 최선책이다."   선수 수급 문제를 논하다 보니 잠시 이야기는 심각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 김효은 김 감독의 말에는 선수기용의 고충이 그대로 배어 나왔다. 그래도 지난해보다 월등히 향상된 성적을 언급하자 금세 화색이 돌았다. 경찰청은 30일 현재 38승 35패(승률 0.521)로 2군 북부리그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이 크게 향상됐다. 25명의 선수가 자주 경기에 나서다 보니 실전을 통한 경험이 누적된 것 같다. 2년간 같이 생활하고 동시에 전역하기에 팀워크도 좋다.이기는 경기에도 제법 익숙해졌다. 선수들 스스로가 잘해줘서 나온 결과다. 코칭스태프는 사실 야단만 치면 된다(웃음). 나머지는 순전히 선수들의 몫이다. 새롭게 프로 구단과 계약하는 선수들이 나온 것만 봐도 선수들의 기량향상을 엿볼 수 있다."   김 감독은 제자인 우완투수 심세준(25·롯데 자이언츠 2차 5순위 지명)의 프로 지명에 대해서도 "굉장히 기쁘다. 경찰청 야구단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팀의 경사다"며 뿌듯해 했다.
향후 미래는 장담하기 어려워   김 감독은 경찰청 야구단의 미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2012년까지 추진되는 전·의경 전면 철폐가 역시 큰 걸림돌이었다.   "우리가 정책을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경찰청 야구단은 2012년 이전에 없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최선을 다해 지켜내고 새로운 선수들을 지도할 것이다. 다행히 현재 경찰청 야구단은 경찰청에서 장소와 숙소를 제공하고 경비는 KBO에서 부담하는 가운데 유지되고 있다. 대안을 만들어 어떤 식으로든 선수들을 구제하는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 같다. 그 때까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인터뷰로 만난 김용철 감독. 그에게서는 특유의 소탈한 면과 함께 선수들 개개인의 진로와 한국야구에 대해 고민하는 야구인으로서의 면모가 물씬 느껴졌다. 경찰청 야구단의 '존재의 이유'를 역설한 김 감독의 소신 있는 철학이 부디 한국야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경찰청 야구단은 경찰청에서 장소와 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야구단 숙소. ⓒ 김효은 관련기사 - 경찰청 첫 지명선수 심세준의 '힘찬 날갯짓' 덧붙이는 글 | 필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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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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