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를 응원하는 수원팬들.
ⓒ 서민석
야구라는 스포츠가 재미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야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핵심 이유는 '예상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것 아닐까. 세상살이도 그렇겠지만, 계획대로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중간에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고, 예측하지 못한 경우의 수가 일어나면 결과는 예측불허가 될 수밖에 없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특히 올 시즌의 경우, 시즌 전 예상 중 가장 빗나간 것을 꼽으라면 아마 '꼴지 후보'로 꼽힌 현대 유니콘스(아래 현대)의 정규리그 2위 등극이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의외의 결과인 셈이다.

한국시리즈 4회 우승팀의 저력을 유감없이 올 시즌 보여주고 있는 현대. 개인적으로 다른 팀을 좋아하지만, 현대라는 팀에 더욱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약체라는 예상을 실력으로 넘긴 현대

인생살이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실 힘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의 화려한 삶보다는 어려움과 고비를 딛고 성공한 사람들의 '작은 기적 같은 삶'에 더 관심과 애착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 역시 그렇다.

▲ 선발 마운드의 중심, 캘러웨이.
ⓒ 서민석
올 시즌 전, 현대의 전력에 대한 평가는 어땠는가? 대부분의 전문가와 팬들이 정규리그 7위(53승 3무 70패)를 기록한 지난 시즌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프로에서 4년 동안 115세이브(23승 16패, 평균자책점 2.54)를 거둔 '특급 마무리' 조용준은 수술 이후 재활을 위해 시즌 초부터 전력에서 제외됐고, 2000년 현대 우승 당시 18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올랐던 베테랑 선발 투수 정민태, 임선동, 김수경 역시 재활과 성적 부진, 부상 등 이유로 전력에서 빠졌다.

물론 김수경의 경우는 5월말, 정민태의 경우는 10월에 팀에 합류했지만, 과거의 명성에 비해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캘러웨이를 제외하면 신인급 혹은 무명에 가까운 투수를 선발로 내세워 시즌을 꾸려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타격에서도 지난 2005시즌을 앞두고 FA를 선언하고 이적한 박진만과 심정수의 공백이 문제였다. 지난 시즌 7위로 떨어진 것도 역시 박진만으로 대표되는 내야 수비와 심정수로 대표되는 장타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였음을 알고 있었겠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현대는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을 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하지만,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야구 역시 해봐야 알 수 있는 스포츠였다. 캘러웨이, 장원삼, 전준호, 김수경,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선발 로테이션에 박준수라는 마무리가 새롭게 나타나면서 마운드의 두 축이 확실하게 잡혔다.

여기에 팀 타율(0.270)과 출루율(0.350) 부분에서 당당히 1위를 기록한 것은 믿기 힘든 성적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알짜배기로 손꼽히는 선수들이 김재박 감독의 신출귀몰한 작전에 녹아들면서 현대의 방망이는 그야말로 '황금 방망이'로 거듭났다.

결국 '화려함'과 '이름값'보다는 '확실함'과 '실속'이 현대의 돌풍의 근원이었던 셈이었다.

재미없는 야구? 이기는 야구!

▲ 현대 야구의 중심, 김재박 감독.
ⓒ 현대 유니콘스
요즘 PC방에서 야구 게임이 적잖게 유행을 타고 있다. 그런데 한쪽 유저가 번트나 도루와 같은 플레이를 많이 시도하면, 어김없이 다른 유저는 채팅으로 이런 말을 한다.

"야구 너무 재미없게 하는 거 아니에요? 무슨 김재박 감독도 아니고…."

그렇다. 김재박 감독이라고 하면, '이기는 감독'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재미없는 야구'의 대명사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단적인 예가 희생번트 개수다.

올 시즌 무려 153개의 희생번트를 댄 것에서도 알 수 있듯 현대는 선두타자가 주자로 나가면 거의 대부분 번트를 댔다고 봐도 무방하다. '믿음의 야구'로 대변되는 김인식 한화 감독이 68개의 희생번트로 가장 작은 번트를 감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재박 감독의 '번트 사랑'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번트를 시도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프로스포츠의 가장 큰 목적인 승리를 따내기 위해서일 것이다.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지도자에게 돌아가는 건 '경질' 뿐이기 때문이다.

5번째 우승, 이뤄질까

▲ 현대의 '노장' 전준호.
ⓒ 서민석
1996년 만년약체였던 태평양을 인수해 옷을 바꿔 입은 후 현대는 포스트시즌의 단골손님이었다. 1996년, 명문 해태(현 KIA)에 밀려 준우승을 거둔 후 1998년, 2000년, 2003년, 2004년까지 무려 네 번이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 신흥 명문으로 거듭났다. 우승 횟수만 놓고 보면, 9번 우승한 해태에 이어 통산 2위다.

하지만, 좀 더 시기를 좁혀 2000년 이후 우승 횟수를 보면 2001년(두산), 2002년(삼성), 2005년(삼성)을 제외하고 현대는 세 번 우승했다. 막대한 재력을 갖춘 삼성에 맞서는 유일한 팀인 셈이다.

올 시즌 3위인 한화와 벌이는 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현대가 또 하나의 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을까. 투자액이나 선수 구성에서 '영원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삼성, '다이너마이트 타선'과 '노련한 마운드'로 대변되는 한화를 딛고 과연 현대가 또 한 번 우승 신화를 창조할지 지켜보자.

"현대 유니콘스 파이팅!"

▲ 플레이오프가 열릴 수원구장.
ⓒ 서민석
2006-10-14 10:21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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