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월드컵 개최국인 독일대표팀의 23명 선수 가운데에는 베른트 슈나이더, 미하엘 발라크, 팀 보로프스키 등 3명의 옛 동독 출신 선수가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선수가 발라크다.

국내 팬들에게는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독일의 준결승전 후반 30분 결승골을 넣은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올리버 칸에 이어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고 있다.

동독과 서독은 1990년 통일됐다. 1973년, 1976년 각각 동독 지역에서 태어난 슈나이더와 발라크는 옛 동독의 선수 육성 시스템에 의해 축구의 기초를 쌓았다.

약물 강제 복용 등 추문이 없지는 않았지만 사회주의 체제 아래에서 '스테이트 아마추어리즘'을 실현한 동독은 잘 짜인 선수 육성 시스템으로 육상, 수영 등 여러 종목에서 많은 우수선수를 낳았다.

 발라크
ⓒ 위창남
1988년 서울 여름철 올림픽 여자 수영 6관왕 크리스틴 오토와 1984년 사라예보, 1988년 캘거리 겨울철 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2연속 금메달리스트 카타리나 비트는 한국 스포츠팬들에게 동독 스포츠의 실력을 알려 준 대표적인 선수다.

축구에서 보면 올림픽에서는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우승, 1980년 모스크바 대회 준우승, 1972년 뮌헨 대회 3위의 좋은 성적을 올렸다.

동독은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멤버를 서독월드컵 유럽예선에 거의 그대로 내보내 루마니아, 핀란드, 알바니아를 가볍게 제치고 4조 1위로 본선에 올랐다.

1974년 서독 월드컵 본선에서는 1라운드 1조 1차전에서 한국을 접전 끝에 밀어 내고 사상 처음 본선에 오른 호주를 2-0으로 꺾은 데 이어 2차전에서는 칠레와 1-1로 비겼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는 개최국 서독을 1-0으로 물리치는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서독에는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호나우두(브라질)가 깨뜨리기까지 월드컵 개인 최다골(14) 기록을 갖고 있던 게르트 뮐러, 프란츠 베켄바워, 유르겐 그라보스키, 볼프강 오베라스, 파울 브라이트너, 베르티 포그츠 등 쟁쟁한 멤버가 도사리고 있었다. 대회 우승국이기도 했다. 서독으로서는 충격적인 패배였다.

동독은 본선 1라운드에서는 선전했으나 8강이 겨룬 2라운드 A조에서는 브라질에 0-1, 네덜란드에 0-2로 지고 아르헨티나와 1-1로 비겨 1무2패 조3위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아마추어 축구 강국 이상의 이미지를 세계축구계에 심었다.

동독이 서독에 흡수 통일되면서 이제 동독 스포츠의 영광은 찾아 볼 수 없지만 발라크같은 선수를 통해 잔영을 볼 수 있다.

1945년 남북 분단 이후 그리고 1950~53년 비극적인 한국전쟁 기간 주로 평양 함흥 출신의 상당수 북쪽 지역 우수 축구선수들이 남쪽으로 내려왔다. 북쪽으로 간 일부 남쪽 지역 선수도 있었다.

남쪽으로 온 홍덕영, 주영광, 최정민 등 북쪽 지역 선수들은 이후 1950~60년대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요 멤버로 활약했다.

1970년대까지 만해도 효창운동장에 가면 "(문전으로)쇄도 하라우" "(공을)똑바로 차라우"라고 소리를 지르는 북쪽 지역 출신 축구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제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남쪽 축구계에 남아 있던 북한 축구의 흔적이 사실상 사라졌다.

한국 축구에 북한 축구가 다시 도움이 될 날은 다음과 같은 기사를 읽을 수 있을 때에나 가능하리라.

"한국은 20**년 월드컵에서 북한 출신 아무개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팀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대표선수 23명 가운데에는 옛 북한 출신 선수 5명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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