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
ⓒ 요미우리 자이언츠
일본프로야구 명문 요미우리는 4일까지 5연승을 달렸다. 한때 3위까지 밀렸지만 연승의 힘으로 라이벌 한신을 0.5게임차로 밀어 내고 센트럴리그 선두로 올라섰다.

좀체 웃는 얼굴을 볼 수 없는 하라 다츠노리 감독도 3, 4일 이틀 연속 극적으로 세이부를 잡고는 미소를 흘렸다.

3일 경기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한국 출신 강타자 이승엽, 노장 투수 구도 기미야스, 지옥과 천당을 오간 시미즈 다카유키가 공동 주연이다.

요미우리 선발투수는 지난 5월 5일 43살 생일을 맞은 노장 구도. 40대 중반의 나이라기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부드러운 투구동작으로 8회초 2사까지 역투를 거듭했다.

자칫 실투 하나면 2-2의 팽팽한 균형이 무너지는 긴장감 속에 노장의 역투는 더욱 빛났다. 완투 가능성마저 엿보였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아웃 카운트 하나면 이닝이 마무리되는 순간, 세이부 1번타자 후쿠지의 타구가 왼쪽 외야로 높이 날아갔다. 요미우리 좌익수 시미즈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더니 껑충 뛰어오르며 글러브에 공을 담았다.

그러나 타구는 시미즈의 글러브에 얌전히 들어있기를 거부했다. 시미즈가 착지에 신경 쓰느라 미처 글러브의 포켓 부분을 오므리지 못하자 타구는 미끄러지듯 빠져 나왔다.

'좌실(左失)'. 한 시즌을 치러도 몇 차례 나오지 않는 외야수 실책이 기록됐다. 졸지에 2사 2루. 야구란 참으로 묘해서 이럴 때는 꼭 후속타가 나오게 마련.

가다오카의 중전적시타로 2-3 역전. 1회말에 터진 이승엽의 선제 2점 좌월홈런, 3회초 가다오카의 동점 2타점 2루타 이후 피 말리는 투수전은 이렇게 끝나는 듯 했다.

구도 기미야스 우리나라 나이로 44살인 구도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역투로 후배 투수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 요미우리 자이언츠 홈페이지
덕 아웃으로 물러난 구도는 '큰 타월'로 흐르는 땀을 닦으며 바뀐 투수 구보를 성원했다. 최선을 다해 던진 노장의 얼굴은 평온했다.

8회말. 세이부의 4번째 투수인 오른손잡이 이시이는 요미우리 강타자 니오카를 2루수 직선타로 처리했다. 원포인트 릴리프로 제 몫을 한 이시이가 내려가고 왼손잡이 호시노가 이승엽을 잡으러 마운드에 올랐다.

이제 승리까지는 아웃 카운트 5개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건 세이부쪽 계산이었다.

이승엽은 초구를 노리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호시노의 초구는 이승엽의 몸쪽에서 가운데로 흐르는 '홈런용 슬라이더'였다. 가운데에서 바깥으로 흘러가야 할 공이 두 뼘 정도는 몸쪽으로 붙어버렸다. 망설임 없이 이승엽의 방망이가 돌아갔다.

호시노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새카맣게 뜬 타구는 오른쪽 외야 관중석 중단에 있는 광고판을 때리고 요미우리 응원단쪽으로 떨어졌다.

노장의 역투를 살린 아름다운 동점 홈런이었다.

구도는 7과 2/3이닝동안 101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7탈삼진 2사사구 3실점(2자책점)의 훌륭한 투구내용을 기록했다. 가다오카에게 역전타를 맞기까지 단 3안타로 퍼시픽리그 팀타율 2위의 세이부 타선을 꽁꽁 묶었다.

구도는 5일 현재 규정 투구이닝을 채우지 못했으나 3승(무패)으로 요미우리 선발로테이션의 한 축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구도의 나이는 진정으로 숫자에 불과하다.

9회초 세이부 4~6번타자 카브레라-와다-다카야마는 요미우리의 바뀐 투수 구보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3자 범퇴로 물러났다. 역전 드라마는 완결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시미즈 다카유키는 결정적인 실책을 끝내기 홈런으로 만회하며 동점홈런을 때린 이승엽과 함께 대선배 구도의 역투가 빛을 낼 수 있도록 했다.
ⓒ 요미우리 자이언츠 홈페이지
9회말 요미우리의 선두 타자는 '문제의 시미즈'였다. 타석에서 뭔가 해낼 것만 같았던 시미즈는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4-3 역전 드라마는 끝났다.

이승엽, 시미즈의 빛나는 홈런으로 구도의 역투는 팀 승리에 소중한 디딤돌이 됐다.

시미즈의 분전은 이튿날인 4일에도 계속됐다.

요미우리 우에하라, 세이부 니시구치의 숨막히는 투수전이 펼쳐지며 1-1로 맞선 9회말. 요미우리는 1사후 와키야의 우월3루타로 득점 기회를 잡았고, 세이부는 연속 고의볼넷으로 '만루작전'을 폈다.

타석에는 1회말 선제홈런의 주인공 시미즈. 세이부 내야수들은 다이아몬드 라인 위에서 전진수비를 폈으나 시미즈의 끝내기 중견수 희생플라이가 나오면서 아무 소용없는 일이 됐다.

하라 감독이 웃지 않을 수 없는 5연승의 마무리 승리였다.
2006-06-05 14:28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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