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신명철 스포츠전문위원/ 정리= 이준호 기자

▲ 하일성 신임 KBO 사무총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A매치를 많이 개최해야 한다. 최소한 1년에 A매치 몇 경기는 열어야 한다."

하일성(57)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 신임 사무총장이 야구에서도 국가대표 경기를 자주 개최해 야구 흥행몰이에 나설 것임을 밝혀 관심을 끈다.

16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 한국야구위원회(KBO) 5층 사무총장실에서 만난 하 총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한국프로야구를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이에 따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외에 또다른 국가 대표간 경기가 열릴지 주목을 끈다.

하 총장은 이밖에도 한국야구 규모가 커진 데다 실제 국내에 복귀하려는 선수가 많은 점을 들어 국외에 나가 있는 야구 선수들의 복귀 규제를 완화할 방침을 밝혔다. 하 총장의 이와 같은 발언은 현재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 나가 있는 선수들의 복귀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 총장은 마지막으로 사무총장 임기가 끝난 후에 야구 해설가로 다시 돌아갈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답해 해설가에 미련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다음은 하일성 사무총장과 나눈 일문일답.

"양대 리그를 생각하고 있다"

- 야구를 하고 싶어도 운동장이 없어 고생하는 야구 동호인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운동장 늘리는 문제에 앞서 우선 있는 구장이나 학교 구장이라도 조명 시설을 해 직장인이 퇴근한 뒤 야구를 즐기거나 학생들이 방과 후에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숨통이 틔지 않을까 생각한다."

- 대구구장 신축은 어느 정도 진척됐는가.
"구체적인 이야기는 지자체 선거가 끝나봐야 알 수 있지만 야구장을 짓는다는 것은 합의가 됐다. 다만 어디에, 얼마나 많은 관객을 수용할 정도의 구장을 짓느냐의 문제가 남았다."

- 돔구장 건립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는 의견과 "이르다"는 의견이 있다.
"돔구장 짓겠다는 것은 모든 야구인들의 염원이다. 야구인뿐만 아니라 WBC를 보면서 국민 사이에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돔 구장을 야구장으로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돔구장은 야구장뿐 아니라 공연장으로도 활용할 수도 있다. 우리 국력으로 봤을 때 문화시설로서 돔 구장도 필요하다."

- 프로야구단을 두 팀 더 창단해서 10개 팀을 운영해 보겠다고 했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것이 리그 운영 체계다. 혹시 두 개 리그를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은 아닌가.
"사실 양대 리그를 생각하고 있다. 양대 리그로 하고 인터 리그를 하게 되면 좀 더 흥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한국시리즈가 진검승부가 될 거라 본다."

"편 가르기, 파벌 싸움 아니다"

- 아마추어 야구가 침체해 있다. 여기에 대한 생각은?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유소년 야구 발전 없이는 야구 발전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유소년 야구가 발전하려면 실업야구가 활발해야 한다. 야구가 직업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야구를 선택하기 어렵다. 따라서 실업 활성화에 주력할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대한야구협회와 진지하게 상의해 실업리그를 활성화할 생각이다.

그리고 유소년 야구를 학생야구 틀로 바꿔야 한다. 다시 말해 선수만이 아니라 일반 학생들도 할 수 있는 야구가 돼야 한다. 이를 통해 유소년 야구팀이 200~300개 늘어나야 한다. 야구는 선수만 한다는 생각에서 탈피해야 한다.

한 마디 덧붙이면 학생야구는 이제 공부해야 한다. 내가 이런 말 하지 않아도 요즘 일선 지도자들은 공부시키려고 노력한다. 다만 야구인으로서의 바람인데 이것을 하나의 규약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수업을 등한시하면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 국제화 시대에 해외진출 선수들의 국내 진출에 제한을 두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가 많다.
"한때 무분별하게 국외에 진출하는 바람이 불어 절차 무시하고 과정 무시한 때가 있었다. 국외선수 복귀 제한 조항은 거기에 대한 제재수단이었다. 복귀할 경우 8개 구단 이해가 얽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볼 때 우리 야구 규모가 커지고 10개 구단으로 간다면 어느 정도 이 규제는 풀어야 할 거라 본다. 실제 한국에 복귀하려는 선수가 많다. 이사회에서 논의하고 총재가 결심해야겠지만 야구 발전을 위해서 무엇이 중요한 것이냐는 차원에서 이야기하다 보면 쉽게 풀릴 문제라고 본다."

- 하 총장의 선임과정에서 여러 말들이 있었다. 그 하나가 현장에서만 뛴 경기인 출신의 행정 능력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인데.
"그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 8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그 자리에서 '야구에 대한 열정은 크다. 그러나 관리 경험이 없어 솔직히 두렵다. 모자란 부분은 남의 머리를 빌려서라도 간다' 이렇게 말했다. 사실 안 해봤으니까 내 능력을 내가 잘 모른다. 그러나 자신은 있다. 내가 지니고 있는 야구에 대한 열정과 KBO 직원들의 전문역량을 활용하면 어렵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 이번 인선 과정에서 일부 야구인끼리 편을 가르고, 줄을 서는 등 이른바 파벌이 조성됐다는 말이 들린다. 또 총장 선임 후 추가 인사 문제까지 일부 야구인들 사이에 오고갔다는 말까지 들렸다.
"사무총장에 뽑힌 후 이른바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란 분들이 제일 먼저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분들을 다 만났다. 그거 중요한 문제 아니다. 야구인 출신 중에 나를 따르는 사람도 있고 탐탁치 않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건 편 가르기가 아니다. 어디 가든 그와 같은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있다. 그거 없는 조직이 어디 있나.

또 내가 KBO에 들어가면 기존 직원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준다는 말도 있었다. 내가 물망에 올랐을 때 여러 말들이 언론에 나왔지만 실제 나와 통화한 사람은 없었다. 다시 말해 나랑 전혀 관계없이 그런 기사가 나왔다. 내가 KBO 직원에 불이익을 줄 거라 하는데 사무총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나? 내가 업무를 알아야 사람을 바꾸든 할 것 아닌가? 난 들어오자마자 이상일 사무차장과 제일 먼저 의논했다. 난 특정 일 때문에 누구를 좋아하고 싫어하지 않는다. 지난 26년간 KBS에서 해설했다. 내가 야구해설만 갖고 26년을 살았겠나. 나도 인생 경험을 많이 해봤다."

"현대 유니콘스 보고 2군 리그 가능성 보았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야구 저변확대와 관련해 2군 리그를 활성화 할 방안이 있나.
"2군 리그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 중에 뭐를 선택하느냐인데 솔직히 말해 거기에 대해 구체적인 안은 아직 없다. 다만 내가 이번에 굉장히 가능성을 본 것이 현대 유니콘스다. 현대를 보고 야구의 저변이 굉장히 넓고 크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여기 오기 직전 KBS에서 해설하면서 주전급 선수들이 빠져나가서 현대가 꼴찌할 거라 봤다. 그런데 지금 게임을 아주 잘 한다. 2군에 그렇게 뛰어난 선수가 있는 거다. 우리가 못 봐서 그렇지 우수한 선수가 많다."

- 지난 3월 치른 WBC에서 한국야구는 국제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했다고 본다.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한국프로야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거라 보는가.
"돔 구장이 그래서 필요하다. 우리는 4월부터 10월까지 야구를 하는데 중간에 장마 때 비 때문에 경기 못하는 것 고려하면 한 달 빼야 한다. 그러면 6개월이다. 야구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참 아깝다.

그래서 말인데 A매치 경기에 관심 많다. A매치 경기를 많이 열어야 한다. 최소한 1년에 A매치 몇 경기는 열어야 한다. 복안이 있지만 미리 앞서 갈 수 없어 지금은 말할 수 없다."

- WBC와 같이 정해진 경기 외에 A매치를 연다는 말인가?
"그렇다."

- 그렇다면 KBO가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질텐데 기구 확대나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기획위원 쪽을 신설할 생각이다. 특히 기획위원은 야구 발전을 위해서 A매치를 열지, 지금 팀당 126경기를 하는 것이 좋은지, 구단 수가 8개 구단이 적절한지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사실 KBO는 이런 생각하기 어렵다. KBO는 행정으로만 사고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을 생각하는 기구가 따로 필요하다."

"한번 한다면 올인, 해설은 끝이다"

- KBO는 프로야구 전체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는 구단을 이끌고 가야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구단의 권익을 위해 일해야 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을 텐데.
"가장 중요한 것은 KBO가 왜 존재하느냐다. KBO는 야구 때문에 존재한다. 선수, 구단 그 위에는 야구팬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위해 있다. KBO 자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

- 하 총장이 마이크를 놓은 뒤 무슨 재미로 야구를 보느냐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른 질문이긴 한데 사무총장 퇴임 후 해설로 복귀할 생각은 해보았나.
"이 점은 분명히 이야기 한다. 전 한 번 결심하면 그쪽으로 '올인'한다. 사실 사무총장 선임이 이사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보만 받고 지난 3일에 KBS에 사표를 냈다. KBS에서 참 많이 말렸다. 그러나 난 이쪽으로 '올인'했다. 이제 해설은 끝이다."

- 마지막으로 야구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야구팬들이 쾌적하고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미흡하더라도 좀 더 지켜봐달라."
2006-05-17 10:26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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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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