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일 밤(한국시각) 독일 브레멘에서 막 내린 2006세계탁구선수권대회(단체전) 남자부 결승에서 중국에 0-3으로 져 준우승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사상 가장 좋은 성적이다.

한국 남자 탁구는 오랫동안 여자의 기세에 눌려 있었다. 그런데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어느 정도 체면 치레를 했다.

반면 탁구에서 여자선수들의 분전은 놀랍다. 단체전만 하더라도 여자는 두 차례나 세계 정상에 올랐다.

1973년 사라예보 대회에서는 이에리사(태릉선수촌장), 정현숙(단양군청 감독), 박미라(대한탁구협회 섭외이사), 김순옥이 중국의 벽을 무너뜨리고 한국 탁구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한국이 구기 종목에서 처음으로 세계 정상에 오른, 당시로서는 일대 사건이었다.

이에 앞서 여자농구가 1967년 프라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박신자를 앞세워 동유럽의 여러 강호를 꺾고 준우승했다. 1991년 지바 대회에서 여자는 다시 한 번 세계 정상에 선다. 이번에는 북녘의 자매들과 힘을 모았다. 현정화 현 여자대표팀 감독(남), 리분희(북), 홍차옥(남), 류순복(북) 등이 높아 보이던 만리장성을 넘었다.

그 사이 여자는 다른 세부 종목에서도 정상을 밟았다. 1987년 뉴델리 대회에서 양영자-현정화 조는 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다이리리-리후이펀조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현조는 여세를 몰아 탁구가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88년 서울대회 결승에서도 중국의 자오즈민-천징조를 누르고 우승한다. 이 무렵 중국은 양-현조를 잡기 위해 수많은 조(組)를 짜보지만 결국 실패한다.

서울올림픽때 양-현조를 꺾기 위해 내보낸 자오즈민-천징조는 똑같이 왼손 셰이크핸드 드라이브 전형으로 변칙조였다. 그래도 오른손 펜홀드 드라이브 전형의 양영자와 오른손 펜홀드 전진속공 전형의 현정화를 이기지 못했다.

양-현조는 말 그대로 환상의 복식조였다. 차분한 성격의 양영자와 불같은 승부욕의 현정화는 천하무적이었다. 현정화는 1989년 도르트문트 대회에서 유남규 현 남자대표팀 감독과 짝을 이뤄 혼합복식 정상에 올랐고, 1993년 예테보리 대회에서는 단식 우승을 차지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부문에 걸린 모든 타이틀을 따내는 대기록을 완성한다.

그런데 남자는 주세혁이 2003년 파리 대회 단식에서 준우승한 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이다. 단체전은 1995년 텐진 대회 등 4차례 대회에서 거둔 3위가 최고 성적이다.

그런 남자탁구가 이번에 단체전 준우승의 빛나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때 탁구는 세부 종목에서 복식이 빠지고 단체전이 들어간다. 베이징 원정에서 '짜요(加油)'를 외치는 중국 관중들의 기세를 꺾는, 중국과의 멋진 승부를 기대해 본다.

한국 남자대표선수들의 세계 랭킹

2006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나선 한국 남자대표선수들의 세계 랭킹을 살펴보자.

오상은 7위, 유승민 8위,이정우 22위,주세혁 31위 등이다. 중국은 1위 왕리친, 3위 왕하오, 4위 마린, 6위 천치 등이 10위 안에 들어 있다. 중국에 다소 밀리지만 그렇게 먼 거리에 있지는 않다.

남자 탁구는 중국 외에 유럽세가 만만치 않다. 티모 볼(독일·2위), 블라디미르 삼소노프(벨로루시· 5위) 등이 상위 랭킹에 들어 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얀 오베 발트너가 이끄는 스웨덴이 퇴조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유럽세를 결코 쉽게 볼 수 없다.

한국 남자탁구는 최근 왼손(이정우), 오른손은 물론 셰이크핸드 드라이브(오상은), 펜홀드 드라이브(유승민), 수비전문(주세혁) 등 다양한 전형의 선수들로 단체전 멤버를 짤 수 있게 됐다.

경기력으로 보나 다양한 선수구성으로 보나 한국 탁구가 중국을 넘어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

또 유남규-김택수 코칭 스태프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 형제처럼 붙어다니며 각종 국제대회에서 화려한 성적을 올린 '올스타 코치진'이다.

물론 국내대회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맹렬한 드라이브 싸움을 펼쳐 탁구팬들을 즐겁게 했다.

용장 팀에 약졸 없다고 했다. 오는 12월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중국과 다시 한 번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진짜 승부는 2008년 베이징에서다. 이때는 오상은 31살, 유승민 26살, 이정우 24살, 주세혁 28살 등으로 실력과 경험이 어우러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 신명철



2006-05-02 12:36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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