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한국 프로야구는 관중 300만 시대를 재탈환했다. 부활의 노래가 시작되었다고 자평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82년이나 2005년이나 한국 프로야구는 변한 게 없다." 그러나 한국의 피터 게몬스라 할 수 있는 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 신명철 대기자의 진단은 달랐다. 당대 최고의 투수 선동렬에게 '무등산 폭격기' 란 별명을 지어준 바 있는 야구계의 산증인 신 기자의 진단은 단순히 프로야구의 양적인 성장을 염두에 둔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1982년이나 2005년이나 프로야구 인프라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자탄하는 목소리였다. 'AGAIN 1982, 위기의 프로야구 해법은 있다' 2편에서는 한국 프로야구의 또다른 현안인 낙후된 야구인프라와 KBO와 각 구단의 흥행의식 부재 그리고 연고지 지자체의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필자 주> 대구야구장 수용인원이 잠실 실내체육관보다 작아 @IMG1@ 작년도 우승팀 삼성 라인온즈가 사용하는 대구야구장의 수용인원은 12,000명. 프로야구 홈구장 가운데 잠실과 사직 그리고 문학경기장을 제외하면 각 구장의 수용인원은 2만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프로농구팀 삼성 썬더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잠실 실내체육관의 최대수용인원은 2만명. 그러나 수용인원을 떠나 각 프로야구장의 인프라는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다. 전날 비가 내려도 다음 날 경기가 취소되는 열악한 구장시설과 외야 여기저기 잔디가 패어 있어도 누구 하나 신경을 쓰지 않는 관리의식부재. 게다가 낙도 구멍가게에도 비할 바가 못되는 매점운영 등 야구외적인 분야는 프로야구 출범 이후 25년이 지나도록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세계를 감동시킨 최고급 월드컵 경기장을 9개나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사용하는 홈구장 수용인원이 농구장보다 못하다면 도대체 당신은 믿겠는가? 그라운드(GROUND)만 있고 파크(park)가 없다 한 야구평론가는 한국 프로야구장을 가리켜 '선수들이 경기할 그라운드(GROUND)만 그려져 있을 뿐, 관중을 위한 파크(park)가 없다' 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대개 메이저리그 구장은 '스타디움' 개념보다는 '볼파크' 개념에 가깝다. 실제 이름도 '파크'를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야구장이 경기를 관람하는 곳이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즐거운 놀이시설이라는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아름다운 구장환경과 각종 편의시설을 구비함으로써 관중들에게 최상의 여가시간을 제공해주자는 철학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관중 만족없이 구장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경제 측면이 고려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심지어는 마이너리그 구장 역시 건설시점부터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최상의 구장환경과 시설이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의 구장환경과 부대시설은 낙제를 주기에도 아까운 실정이다. @IMG2@ 더 가혹하게 평가한다면 한국에서는 그라운드(GROUND)가 제대로 갖추어진 구장도 문학경기장을 제외하곤 전무한 실정이다. 작년까지 롯데 선수들이 홈구장 '사직야구장' 의 인조잔디에 붙여준 별명은 '사직카페트'. 아스팔트보다 딱딱한 인조잔디라는 의미인데, 이런 환경에서 선수들의 부상이 속출하는 것은 당연지사. 몸을 아끼지 않은 수비로 유명했던 정수근 선수가 롯데로 이적 후, 특유의 허슬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사직카페트와 연관이 깊다. 부상염려로 위축된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들의 모습은 결국 팬들의 실망으로 이어지게 되고 팬들이 야구장을 외면하는 악순환으로 작용하게 된다. 해마다 누적되는 적자. 탈출구도 없고 관심도 없다 KBO가 작년 시즌 300만 관중을 재탈환했다고 하지만, 각 경기당 실제 평균 관중수는 5천명 안팎이라는 것이 정설. 서울팀인 LG와 두산 그리고 문학경기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SK와 야구도시 부산의 롯데를 제외하고 다른 팀들은 5천명 이하다. 특히나, 미국의 선헤럴드지가 '한국판 뉴욕 양키즈' 라고 칭한 기아의 경우는 평균 관중수가 2년째 2500명 정도다. 매각 필요성까지 논의되고 있는 현대는 최하관중을 기록하고 있다. @IMG3@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운영비가 많이 소요되고, 선수들의 연봉도 고액인 점을 감안할 때 평균 관중수 5천명은 부활의 노래가 아니라 구장 임대료와 어웨이팀의 수익을 배분해주면 하나도 남을 게 없는 극악한 수익성을 보여주는 예에 불과하다. 2005년 문화관광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8개 구단은 2004년에만 107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FA선수들의 비용을 감안할 때 적자폭은 앞으로도 이를 훨씬 상회할 전망.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의 수익구조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가 입장료를 제외하고 방송권 계약과 각종 브랜드 사업으로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한국 프로야구의 운영주체들은 오히려 적자를 당연시 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 프로야구 무관심 3인방 그렇다면 한국 프로야구의 인프라 부재는 어디서부터 기인하는 것일까? 먼저 프로야구 운영주체들의 자기고백을 들어보도록 하자. '모(母)그룹에서 생각하는 프로야구단은 길거리 광고판 정도다. 게다가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모(母)그룹이지만, 유독 스포츠분야만은 사회봉사 차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한해 수백억을 쏟아붓지만 수익을 따진다면 발을 빼야한다. 그나마 운영해주는 것 자체가 프로야구계의 축복이다.' 모구단 프런트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KBO 직원의 생각도 그와 비슷했다. '과연 KBO가 한국프로야구의 주체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흥행의식보다는 리그운영에 급급하고, 마케팅 연구보다는 관행에 치중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야구란 상품으로 어떻게 수익을 급대화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면, KBO는 어떻게 하면 구단의 눈치나 살피며 현상유지에 치중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구장 운영차원에서 부족한 감이 있다. 가감없이 고백하면 시에서는 문제의식이 없다. 흥행이 되든 안되든 그건 전적으로 구장을 임대한 구단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시설보강 역시 구단에서 부담할 문제라는 게 시의 생각이다.' 모지자체에서 경기장을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의 고백이다. 프로야구단은 길거리 입간판이 아니다 앞서 프로야구 운영주체들의 고백에서도 살펴보았듯이, 구단소유주들은 구단을 '그룹홍보' 차원으로만 생각하지 구단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달리 한국과 일본은 '지역명' 아닌 '모그룹' 의 이름을 구단명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구단주들은 구단운영비를 이름을 사용하는 일종의 권리사용료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구단운영을 일종의 사회봉사 차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한국의 프로스포츠가 경제적 타산성에 의거하여 구단을 설립한 것이 아니라 정치계의 압력과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운영을 떠안게 된 역사적 배경에서 기인하고 있는 탓이다. 따라서 경제적 마인드가 없는 구단에서 야구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있을 리 만무. @IMG4@ 많은 전문가들은 구단주들이 모그룹의 계열사처럼 수익을 창출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을 구단경영에도 적용하여 구단 마케팅이나 홍보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한다고 지적한다. 각종 이벤트와 행사로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것.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행하고 있는 팬들과의 지속적인 미팅을 적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전문가들은 제시하고 있다. KBO에게 돔구장은 유일무이한 '만병통치약' KBO의 흥행의식부재와 팬서비스 실종은 고질적인 문제다. KBO의 존재의미는 원활한 리그운영에 목적이 있지만, 더 큰 목적은 리그를 얼마나 흥행시키고 야구계를 발전시키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나 KBO는 마치 흥행이란 단어를 바이러스라도 대하듯이 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IMG5@ 실제로 KBO가 생긴 이래 단 한번도 흥행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발표된 바가 없고 중계권 문제에서도 언제나 양보란 이름으로 실패만을 거듭하였다. 고작 신상우 총재가 취임했을 때도 '돔구장 건설' 만을 되풀이 했을 뿐 그 외 구체적인 대안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를 가리켜 전문가들은 KBO가 돔구장을 만병통치약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KBO의 흥행부재의식도 문제지만 KBO 홈페이지를 한번이라도 찾아간 야구팬이라면 KBO가 얼마나 팬서비스와 프로야구 발전에 무감한 곳임을 실감할 수 있다.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각 선수들의 데이타와 리포팅 및 각종 기록들은 마치 사회인 야구단의 홈페이지를 연상시킬 만큼 조악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대한 기록들은 에피소드 정도로 장식되어 있다. 각종 잡음과 내홍에 조용할 날이 없는 KBO에서 낙하산 총재 모시기에만 열중한 것이 아니라 프로야구의 운영주체답게 흥행과 팬서비스에 대한 각고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팬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KBO 개혁을 주장하며 이번 기회에 KBO가 일신하지 않는 한 프로야구는 프로씨름계의 전처를 밟을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무관심한 지자체. 차라리 연고지를 바꿔라 @IMG6@ 미국 메이저리그의 몬트리얼 엑스포스는 2004년을 마지막으로 연고지를 몬트리얼에서 워싱턴으로 옮겼다. 주된 이유는 몬트리얼에서의 흥행실적이 참담했다는 것. 그러나 이면에는 구단운영을 돕지 않고 방관하는 몬트리얼시에 대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불만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다는 후문. 현재 플로리다 마린스도 연고지인 마이애미시에 연고지 이전을 최후통첩한 상태다. 마이애미시가 새구장 건설에 10년째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 마린스를 영입하고자 포틀랜드 등 주요도시들이 분주히 뛰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의 니혼햄 파이터스도 기존 도쿄에서 삿포로로 연고지를 이전했었다. 함께 도쿄를 연고지로 사용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와는 경쟁력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경우는 차라리 행복한 비명에 가깝다. 올 초 모구단의 경우 야구장 시설확충을 시와 논의하였지만, 시측에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손을 떼고 말았다. 야구장을 증축, 보수하고 싶어도 구단의 결심보다는 시의 승낙이 필요한 상태. 그렇다고 시에서 재정 부담을 맡는 경우도 드물고 연고지 구단에 대한 배려나 혜택도 거의 전무하다. 해당 시는 야구장을 임대해주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수혜임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연고지에서 새구장 건설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야구계의 중평이다. 전문가들은 프로야구에 미온적이고 무관심한 연고지라면 차라리 이전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출범 초기 대도시 중심으로 짜여있는 연고지는 2000년에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며 일산과 분당을 비롯하여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신도시를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대도시라고 해도 지금의 야구장은 시 외곽에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차라리 중소도시라 해도 시 중심에 야구장이 건설된다면 경쟁력 부분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평가다. 대도시 콤플렉스에서 탈피하여 중소도시를 연고지로 삼았어도 성공한 전례가 있는 프로농구가 좋은 케이스다. 프로축구와 프로농구에서 벤치마킹하자 프로축구연맹(KFA)이 밝힌 FC 서울의 2005시즌 평균 관중은 2만 5478명. '박주영 신드롬'을 등에 업은 탓도 있지만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LG 트윈스에 비해 두 배나 많은 관중수다. 프로축구 상위 6개 팀의 평균 관중만도 프로야구 최고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LG를 앞지른다. 이것은 프로축구가 걸출한 신인들을 잘 활용할 뿐만 아니라 각 팀의 서포터스와 유기적 관계를 맺으며 시의적절 한 마케팅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농구 역시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프로야구계에서 지상파 방송3사의 중계가 미흡한 이유로 흥행부재의 탓을 돌리지만 정작 프로농구는 지상파 방송 3사의 중계가 전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농구는 현재 꾸준한 관중증가를 보이며 겨울스포츠의 메카로 자리 잡고 있다. 프로농구연맹(KBL)은 '점프볼' 이란 농구잡지를 지원하며 농구 저변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셀러리갭이란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면서 구단의 적자폭을 줄이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프로스포츠계 모두 문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프로야구는 문제는 문제대로 산적해 있지만 그것을 해결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전무하다는 것이 가장 큰 딜레마다. 두 스포츠를 벤치마킹 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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