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월드컵예선전에서 전술의 부재와 정신력 부족, 수비불안, 용병술부재 등 각종 약점을 노출하면서 완패했던 대표팀이 30일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그러나, 일말의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그 불안감의 원인은 단지 막판에 수비실수로 헌납한 한 골의 문제가 아닌 까닭이다.

확실히 30일 경기에서는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정신자세가 달랐다. 하지만, 경기를 풀어가고 대표팀의 승리를 가져다 준 것은 감독의 전술이나 용병술, 달라진 수비의 모습이 아니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선수들의 의지였다.

승리의 두 주역인 박지성과 이영표의 몸짓은 물론이고, 몸이 무거워도 자신의 포지션에 연연하지 않고 좌우로 움직이며 수비수를 달고 다니던 설기현, 좀처럼 보기 힘든 이동국의 수비가담, 번번히 반칙에 의해 넘어지면서도 상대 수비에게 부담을 주고 활발한 공격가담을 한 이영표와 호흡을 맞춰서 수비가담을 한 차두리 등의 활약이 그것이었다.

지적된 문제점 중 감독의 전술변화는 어떤가, 본 프레레 감독은 선수들이 잘해서 이겼다면서도 골이 터진 후반의 전술변화를 승리의 원인으로 꼽았다. 기자들과 선수들이 잘 알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설명을 사양한 본 프레레 감독의 전술변화는 무엇이었을까? 본 프레레 감독의 이야기와는 달리 그 변화는 알 길이 없었다.

사우디와의 경기와 달라진 전술적인 변화는 위협적인 중거리 슛이었고, 전후반 내내 이어져서 상대 수비를 위축시키는 모습이었다. 나머지는 사우디 전 때와 유사한 포맷이었다. 또, 셋트플레이가 한 번도 성공을 거두거나 위협적이지 못했다.

용병술은 어떤가? 여론에 밀린 것인지 본프레레 감독의 의중인지 모르지만, 여론의 기대를 모았던 차두리의 기용은 70%는 성공이었다. 차두리의 빠른 주력과 측면돌파는 상대에겐 경계의 대상이었고, 반칙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으며, 차두리의 존재로 이영표의 활발한 공격가담이 가능했다. 하지만, 차두리 특유의 주특기인 시원한 돌파는 볼 수 없었다. 사우디 전 때 비난 받았던 김동진의 활약은 자신감 없는 플레이로 패스미스가 더 많았다. 유상철의 기용은 비록 열심히 뛰기는 했지만, 그의 기량이 부상으로 인한 공백 때문인지 나이 때문인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사우디 전에 결장했지만, 본 프레레호의 주전선수가 경고누적으로 빠진 까닭에 등장한 김진규와 유경렬의 모습은 사우디전 의 수비보다 좋았다. 본 프레레 감독이 이동국과 교체한 정경호, 남궁도의 활약은 그리 눈에 띄지 않았고, 오히려 선수교체 후 추격골을 허용했다.

수비불안의 해소는 여전히 의문점이다. 2002 월드컴 당시 주력은 모두 빠져있어서 인내심을 필요로 할런지 모르지만, 공격에 비해 유기적인 플레이가 보이지 않고 대인방어 중심의 일반적인 수비모습이었다. 상대공격수의 침투 루트를 파악하고 끊어서 가기 보다는 상대가 공격적이지 못했던 것, 그러면서도 상대 공격수의 개인기에 놀아나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전반적인 경기내용을 지켜볼 때, 본 프레레 감독의 모습은 상대가 누구건 파악하여 대응하지 않고, 자신의 구미에 맞는 선수들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면서 아무 대책없이 경기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우리 선수들의 기량에 비추어볼 때, 월드컵 예선전은 어찌어찌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지지만, 본선에 가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인 것이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홈그라운드의 이점도 있었지만, 대표팀이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것은 히딩크 감독의 조련에 의해 강화된 체력과 상대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 의한 전술이었다. 그 분석과 전술의 백미는 대표팀 선수 전원의 연봉보다 많은 수익을 거두어 들이던 세계적인 스타 루이스 피구가 포진한 포르투갈과의 경기였다. 그 경기는 세계무대에서 무명이던 박지성, 송종국을 알리는 경기였고, 루이스 피구는 꼼짝하지 못했고, 당시 FIFA랭킹 5위의 포르투갈은 예선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2005년 월드컵 예선전에서는 그런 분석과 대응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감독의 안목과 대응이 중요한 것이고, 우리가 본 프레레를 기용하고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본 프레레 감독은 우리의 기대에 그리 부응하는 것 같지 않다. 퇴진한 히딩크 감독의 팀멤버의 활약이 돋보일 뿐.

한편, 세대교체 문제도 한번 되짚어 봐야할 점이다. 2002 월드컵 이후, 당시 주역들이 많이 퇴지했는데, 특히 아쉬운 부분은 한 방의 결정력을 가지고 상대수비를 몰고 다니던 황선홍의 공백과 홍명보, 김태영, 최진철로 이어지는 수비라인이다. 현 대표팀이 보완할 점인데, 여전히 적임자를 못찾고 있는 모습이다.

공격진의 이동국의 경우, 받아서 감각적으로 넣는 골이지 상대수비수들과 몸싸움을 하고 몰고 다니며, 다른 선수에게도 길을 열어주는 모습은 가뭄에 콩나듯이 보일 뿐이다. 오히려, 최근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박주영을 시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본 프레레 감독이 "훅 불면 날아갈 것 같다"라고 표현했던 박주영의 실전 경기 모습은 오히려 이동국을 능가하는 까닭이다.

수비진의 경우는 인내심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 프레레 감독이 고집하는 박재홍 선수 등의 조직적이고 유기적인 플레이를 보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오랜동안 손발을 맞춘 경험있는 선수들은 아닌 까닭이다. 또,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움직이기에는 선수들 개개인의 노력과 조련이 필요한 까닭이다.

본 프레레 감독의 경기를 보면서, 과연 내 인내심이 부족하여 한 경기 한 경기에 냄비처럼 끓는 것은 아닐까 반문해 보고 히딩크 감독시절을 교훈 삼아서 인내심을 가지자고 몇번을 곱씹었지만, 지난 두 경기에서 나타난 대표팀의 현실은 본 프레레 감독을 믿고 기다리기에는 참으로 힘든 마음이 아닐 수 없다.

2002년 월드컵 경기는 개최국인 관계로 성적에 대한 부담이 있었고, 2006년에도 2002년 만큼은 못해도 16강은 해야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국민들의 수준은 성적 못지않게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이면서 이겨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크다. 여기서 기대치를 한 단계 더 낮추어 보면, 2002년 월드컵 당시 1승과 16강에 목말라하던 우리의 모습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국민들의 갈증을 모두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또, 우리 대표팀의 발전이 아니다. 유기적이고 창의적인 경기력을 향해 대표팀이 달려가고 세계 어느 나라와 경기해도 해볼만 하다는 모습이 필요하다.

물론, 본 프레레 감독이 대표팀의 주요선수들을 모두 모아놓고 풀가동했다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설혹 가동된다 하더라도 그런 국민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의구심이 든다. 교체해서 더 잘 된다는 보장도 없고, 지난 2002년 월드컵 성적만큼의 보장도 없으며, 그런 부담감에 대표팀을 선뜻 맡으려는 감독이 없을런지도 모르지만,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진단해 본다.
2005-03-31 14:2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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