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이 스포츠가 될 수 있을까.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컴퓨터게임을 스포츠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99년'스타크래프트'란 게임의 첫 등장 이후 5년만에 'e-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축구, 농구, 프로 야구 등의 메이저 스포츠의 규모를 위협할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국내 e-스포츠는 결승전마다 몰리는 수만 명의 게이머들로 흥행을 입증했고, 게임방송의 시청률 또한 타 스포츠를 능가 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은 것이다. 지난 2003년의 경우 총 148개 대회를 치렀는데 상금규모가 50억원대에 이를 정도였다. 이같은 이유로 삼성, SK텔레콤, KTF 등의 대기업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아직 e-스포츠가 공식적으로 정식 스포츠로 인정 받진 않았지만, e-스포츠는 이미 마니아들에게는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다. 1만, 2만 명의 e-스포츠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스타리그가 열리는 경기장을 찾고, 선수와 팀의 승패와 각 선수의 기록 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 e-스포츠가 진정한 스포츠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선 아직갈길이 멀다. 현재 국내 e-스포츠의 현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프로게이머협의회 김은동(33) 회장을 만나 e-스포츠에 대한 진단과 전망을 들어봤다.

"e-스포츠는 이미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 2004년 6월 21일 '게이머협회장 김은동'
ⓒ 김민규
김은동. 그는 지난 2003년 프로게이머협의회 창립총회에서 총 82명의 프로게이머들이 참가한 가운데 53명의 지지를 얻어 협의회장으로 선출됐다. 현재 '저그 군단' 소울팀의 감독도 역임하고 있으며 국내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 백방으로 뛰고 있다.

그가 e-스포츠에 발을 들인 것은 지난 2000년 7월 안양에서 PC방을 운영하면서 부터. 그는 PC방에서 나경보, 조용호 등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e-스포츠와 인연을 맺게 됐다.

김 회장은 현재 게이머협의회와 소울팀 감독을 동시에 맡고 있다보니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게이머협의회 일이 곧 프로게이머들을 위한 일이라는 보람으로 버텨나간다고.

김 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e-스포츠 리그는 방송사마다 규정이 다르고, 문제가 있을 때마다 순간적으로 대처하는 수준"이라며 각 리그를 통합하는 정식 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대기업의 e-스포츠 진출에 대해 "대기업의 참여로 규모는 커졌으나, 스폰서가 없는 팀의 에이스들은 대기업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대기업의 선수 스카웃 방식에 우려를 표시했다.

- e-스포츠가 출범 5년 만에 4대 메이저 스포츠로 자리잡는 듯하다.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는 게 가능할 거라고 보나.
"e-스포츠는 이미 스포츠다. 게임방송의 시청률이 야구, 농구, 축구 등의 스포츠보다 높게 나오고, 결승전이 열리면 수만 명의 관중이 몰리는 것과 10개월이 넘도록 프로 리그를 연다는 점. 또 SK텔레콤, KTF 등 대기업의 참여가 활발하다는 것을 봤을때 e-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속을 들여다 보면 많은 문제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각 리그를 통합하는 정식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프로 야구나 농구를 보면 정식 룰(규정)이 있지만 국내 e-스포츠 리그는 방송사마다 규정이 다르고, 무슨 문제가 있을 때마다 순간적으로 대처하는 수준이다. e-스포츠협회가 있긴 하지만 활동은 미비한 상태다"

김은동 회장은?


김은동 회장은 지난 98년 IT사업을 하다가 '스타크래프트'란 게임을 알게 됐다. 그후 '스타크래프트'를 하기 위해 동네 PC방에서 살다시피 했다. 김 회장은 PC방에서 돈 쓰는게 아까워 사업을 접고 안양지역에서 PC방을 차렸다. 그때 만난 선수가 나경보와 조용호다.

그는 이 두 선수를 데리고 소규모 대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소울팀을 창단해 조용호, 나경보 등과 함께 박상익, 변은종, 한승엽, 서지수, 김남기 등의 선수를 키워냈다.

김 회장은 선수들에게 인성교육을 강조한다. 좋은 경기를 펼치고 우수한 성적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는 것이 프로다운 모습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회장의 목표는 국내 e-스포츠가 세계 시장에서 표준이 되도록 그에 걸맞는 경기와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 김민규 기자
- e-스포츠협회의 활동이 적은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 문제다. 재정이 적다보니 인원도 적고 활동 영역도 제한된다. 하지만 최근 게임방송, 게이머, 게이머협의회 등이 협회의 힘을 실어 주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게임방송도 협회의 의견을 많이 수렴하고, 게이머들도 협회의 권한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

- 지난 2003년 초 기자가 모 팀의 숙소를 방문했을때 선수들이 석유가 떨어져 부탄가스 버너로 손을 녹이고 있는 모습을 봤다. 스폰서가 없는 팀들은 경제적으로 부담이 많은 것 같다.
"맞다. 석유값이 없어 부탄가스로 몸을 녹인 적도 있다. 스폰서가 없는 팀들은 이같은 상황을 모두 공감할 것이다. 현재 국내 스타크래프트 프로구단은 11개 팀이 있다. 그 중 기업에게 지원을 받는 팀은 KTF, SK텔레콤, 삼성, 등 7개 팀이며 나머지 4개팀은 감독의 사비와 선수들의 상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선수들이 스타리그나 프로리그 등의 방송 대회에 참가하면 방송 출연료를 받게 되는데 우승을 차지하지 않는 이상 이것만으로 활동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 선수들이 방송에서 경기를 치르면 방송 출연료로 얼마를 받게 되나?
"과거에는 3~5만원 수준이어서 심하게는 '재주는 곰(선수)이 부리고 돈은 사람(방송사)이 챙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협의회와 방송사의 협상을 통해 선수들의 출연료를 두배 정도 인상했다. 방송경기에도 종류가 있는데 '스타리그'나 '메이저 리그' 같은 본선경기의 출연료는 최소 50만원에서 최고 2000만원(우승 상금)이다. 이런 대회의 예선격인 '챌린지리그'와 '마이너리그'의 경우에는 회당 10만원 정도를 받는다"

- e-스포츠에 대한 대기업의 참여가 늘고 있다. 대기업의 참여가 e-스포츠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대기업의 참여로 e-스포츠 규모는 커질진 몰라도 낙오되는 팀들도 나올 것이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는 팀들은 자금을 바탕으로 스폰서가 없는 팀의 에이스를 영입하고 있다. 선수들이 감독과 두터운 친분이 있을지라도 많은 돈과 좋은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누가 마다 하겠는가.

현재 스폰서가 없는 팀의 에이스들은 대기업팀의 표적이 되고 있다. 실제로 모 기업팀의 경우 스폰서가 없는 팀들의 에이스들을 골라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기업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팀들은 더이상 e-스포츠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 앞으로 e-스포츠의 발전성과 향후 전망은.
"이달 초 문화부의 'e-스포츠 발전 포럼'이 출범했다. 문화부는 e-스포츠 중장기 비전 수립 및 한국e-스포츠협회 역량강화 방안, 프로게이머 제도 활성화, e-스포츠 전용경기장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내 e-스포츠는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e-스포츠가 아직 정부와 많은 사람들에게 정식 스포츠로 인정 받진 않았지만, e-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은 이미 스포츠로 인정하고 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프로게이머와 감독들은 e-스포츠가 가진 발전성을 알고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2004-06-22 15:05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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