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매미 하면 울음소리로 대표되나 보다. 매미 울음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할 이야기를 하나 둘씩 정리해 보았는데 그 끝이 없다. 이번 편은 아주 일반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사실 나로서는 대부분 생소했던 이야기들이다.

과연 매미는 왜 우는 것일까? 매미 울음소리에 깊은 관심과 호기심을 품기 시작하면서 생긴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8월8일 오전
매미의 울음 소리 기관 구조와 한 꼬마 아이의 놀라운 상식


 우리 동네 꼬마들-아이들의 매미 상식은 놀라왔다.
ⓒ 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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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하다가 매미 한 마리를 잡았다. 물론 잡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분명 말매미였는데 녀석은 의외로 아주 낮은 나무 잎 뒷면에 앉아 있었다. 보통 말매미는 애매미에 비해서 나무의 아주 높은 곳에 주로 앉는다. 그래서 촬영하기 조차 용이하지 않았다.

애매미는 간혹 내 키 높이 혹은 내 키 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 여러 번 발견할 수 있었지만 말매미의 경우는 그런 적이 별로 없었다. 야심한 밤에 가느다란 대추나무 줄기에서 말매미 녀석을 촬영한 적도 있었지만 그날 뿐이었지 그런 경우를 그 다음에 다시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 녀석을 죽은 녀석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조심도 하지 않고 그냥 녀석을 덥썩 잡았는데 의외로 녀석이 앵앵하고 우는 것이었다.

녀석이 내는 소리와 소리를 내는 방법을 좀더 확실하게 관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녀석은 내가 잡으려고 하던 그때 뿐 더 이상 울려고 하지 않았다. 언제 울려나 하면서 벤치에 앉아서 녀석이 울기만을 기다렸다. 녀석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뒤집어서 벤치 위에 올려 놓았더니 녀석은 바로 눕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뒤집어 놓은 거북이 같았다. 거북이가 그렇듯이 매미도 뒤집어 놓으면 바로 눕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도 거북이의 다리보다는 매미의 날개가 훨씬 길어서인지 몇 번 퍼덕이더니 바로 앉기는 않았다. 날아가버릴까봐 나는 재빨리 다시 녀석을 손으로 잡았다.

녀석의 배 쪽 생김새를 좀더 자세히 살펴 보았다. 파브르 곤충기를 읽으면서 안 사실이지만 매미의 소리가 나오는 곳은 배라고 한다. 매미의 배는 텅텅 빈 공간이다. 배와 가슴 사이에 양쪽으로 근육이 있는데 이 근육을 진동시키면 아주 작은 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가 텅 빈 배에 공명 되면서 우리 듣는 아주 우렁찬 울음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매미 한 마리를 벤치에 올려 놓고 앉아 있는 어른이 신기했는지 지나가던 두 꼬마애가 다가왔다. 초등학교 이삼학년 정도 돼 보이는 오빠와 두 세 살 어려 보이는 여동생이었다. 오빠 녀석이 대뜸 한마디 던졌다.

“어! 이거 숫놈이네.”
“아니 너 그걸 어떻게 아니?”

나는 무식한 어른이었다. 나도 어린 시절 매미를 잡으러 다니곤 했지만 모양새를 보고 암수를 구분 한다든지, 어떤 종류의 매미인지를 알지는 못했다. 그런데 꼬마 녀석의 상식은 대단했다.

“원래 이렇게 배에 양쪽으로 주황색 띠가 있는 것은 말매미 숫놈이예요. 그리고 매미는 원래 이런 숫놈 밖에 울지 못해요.”

 울고 있는 말매미-날개를 벌리고 꽁지를 들고 있는 자세가 바로 우는 자세다
ⓒ 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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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매미 상식을 줄줄이 읊어 놓았다. 매미 배 속이 텅텅 비었고 근육을 떨어서 나는 소리를 공명해서 큰소리를 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아냐고 물었더니 책에서 봤다고 했다. 사진이 많이 들어 있는 어린이용 곤충 도서들이 생각났다. 굳이 내가 어렸을 때처럼 매미를 잡으러 다니지 않았더라도 매미에 대한 상식은 녀석이 나보다 나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자라던 시절에는 그런 책이 흔하지도 않았고 부모들이 그런 교육에는 뒷전이었던 것 같다. 그냥 우리는 부모들의 탁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깊은 효심에서였는지 그냥 학교 마치면 집에다 냅다 가방을 팽개쳐 두고 들로 산으로 강으로 뛰어 다녔다.

나는 그 시절 우리 부모님들의 자녀 기르기 방법에 대해 추호의 불만도 없다. 오히려 방과 후에도 허둥지둥 미술학원이니, 영어학원이니 몰려 가야 하는 요즘 아이들이 불쌍해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 요즘 아이들 참 좋은 시절에 산다는 생각도 든다.

“너 매미 잡아봤니?”
“그럼요. 우리 집에 매미채도 있고 작년까지는 많이 잡으러 다녔는데 지금은 안 잡아요. 정말 재미있었는데 엄마가 매미 잡으러 다니지 말고 공부하래요.”

내 생각은 틀렸다. 반포에도 매미를 잡는 아이가 있었다. 촬영기간 내내 단 한번도 반포에 널린 그 많은 매미를 잡으러 다니는 아이들 단 한번도 만나지 못했는데 녀석도 나처럼 어린 시절 매미 잡으러 다니는 경험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녀석의 나이에 비해 너무 일찍 매미 잡는 기억이 추억으로 자리해 버린 것 같았다.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다. 요즘 살아있는 환경교육이니 뭐니 해서 서울시내의 생태공원을 가보면 단체로 혹은 부모들의 손을 잡고 자연을 만나러 오는 아이들이 많이 볼 수 있는데 가까운 주거공간 근처에서 아이들이 자연을 보고 그 자연의 신기함에 놀라워 할 수 있다는 것을 부모들이 모르는 것 같았다. 좌우지간 반포에서 매미에 관심을 가지는 또 다른 존재들 어린이들, 나는 웬지 꼬마녀석과 그의 누이 동생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날 이후로 나는 더욱 더 매미 소리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갔다. 그리고 그날을 계기로 매미 소리를 녹음하기로 결심했고 단순히 매미 소리를 채록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매미의 다양한 소리를 종류별로 모으기로 했다. 말매미니 참매미니 깽깽이 매미니 종이 달라도 그들이 소리를 내는 공명기관은 거의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다른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꼬마 녀석이 말한 우는 매미(말매미)의 배쪽 무늬는 모든 매미에게 통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말매미의 특징이었다. 종에 따라 배의 무늬가 다르듯 매미는 종에 따라 소리도 달리내는데 거기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공명기관의 형태가 동일하다면 그들이 다른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공명시키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어야만 가능 한 일일 것이다.

사실 내가 매미 종류별로 소리를 기록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어떻게 다른 소리를 내는지를 알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좀더 전문적인 지식 그것도 곤충학 내지 음향학까지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할텐데 사실 나는 양쪽 어느 쪽도 전문가는커녕 기본적인 지식마저도 부족한 형편이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www.degadocu.com)에서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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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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