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팀>
- 취재:공희정 김지은 기자
- 사진:권우성 기자
- 편집:유혜준 기자


▲ 경기를 마친 남북의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경기장을 한바퀴 돈 뒤 관중들을 향해 함께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상암월드컵경기장 남문광장에서 응원전을 펼치는 대학생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4신:7일 오후 55분>
남북 통일축구,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양팀 전후반 90분 경기서 득점없이 끝나


12년만에 서울 상암벌서 다시 만난 남북팀의 '통일축구'는 승자도 패자도 없이 '아름다운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승리'보다는 '화합'을 기치로 내건 경기였지만 양팀은 최선을 다했다.

득점없이 전반전 경기를 마친 양팀은 다시 후반전 45분 경기에서도 자웅을 가리지 못한 채 오후 8시 58분 경기를 모두 마쳤다.

이번 남북축구는 부산아시안게임에 앞서 전초전격으로 치러진 경기로, 한국팀은 스피드와 투지를 앞세운 북한과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지만 득점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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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가 끝난 뒤 북의 리경인(흰색) 선수와 남의 최태욱 선수가 축구화를 바꿔신고 있다.

북한팀도 스피드를 무기로 한국팀 골문을 수 차례 공습했지만 끝내 득점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월드컵대회를 계기로 부쩍 실력이 향상된 한국팀과 맞선 북한팀은 경기 내내 힘든 경기를 치렀다.

경기 내내 상암월드컵경기장에는 경기 열기 만큼이나 남북팀을 응원하는 응원함성으로 가득했으며, 통일을 갈망하는 열기는 남북한 한반도를 진동시키는 듯 했다.

경기장 내에는 '승부는 없습니다. 만남이 중요하지요' '잘왔다, 친구여! 우리 형제 아이가' 등을 적은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려 남북으로 갈라진 민족분단의 한을 대변하기도 했다.

이같은 열기는 경기장 밖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통일연대 회원, 학생 등 수 백명은 경기장 인근 월드컵공원에서 맑은 초가을 하늘 아래서 목이 터져라 '통~일조국'을 외쳐댔다.

이날 부인과 함께 대전에서 기차편으로 올라와 경기장을 찾은 김원웅 한나라당 의원은 "남북의 젊은이들이 한데 어울려 축구경기를 벌이는 걸 보니 남북의 벽이 허물어진 것 같다"며 "이런 만남을 통해 북한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하나씩 풀려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북 통일축구로 9월을 연 남북은 조만간 부산아시안게임, 경의선 연결공사 착공, 남북장관급 회담 그리고 추석 직전 남북이산가족 상봉으로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열린 남북 통일축구는 이 행사들의 서막으로 열린 것으로, 남북은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하겠다.

<제3신:7일 오후 7시 55분>
전반전 45분 경기 양팀 득점 없이 끝나


볼에 '통일 한반도' 그리고 응원

▲ 볼에 한반도 지도를 그려넣은 여자 어린이. ⓒ 오마이뉴스 권우성


월드컵에 이어 이번에도 '페이스 페인팅(face-painting)'이 인기였다. 오후 5시부터 거리응원전이 펼쳐진 상암 월드컵 경기장 남문광장 한 켠에는 페이스 페인팅을 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월드컵 때와 달라진 점은 이번엔 붉은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진 태극마크가 아니라 남북 단일기를 연상하는 '한반도' 모양이 인기라는 점.

시민들은 한쪽 볼엔 'One Corea', 다른 한쪽 볼엔 하늘색의 한반도를 그리고서 한반도기와 한반도 응원티셔츠를 입고 '푸른색 물결'을 이뤘다. / 김지은 기자


통일염원을 담아 12년만에 다시 만난 남북팀의 '통일축구'가 45분 전반전 경기를 득점없이 마쳤다.

남북팀은 각자 최선을 다했지만 양팀 모두 팽팽한 전력에다 수비수를 뚫지 못해 모두 득점을 내는데는 실패했다.

한국팀은 이영표와 최태욱의 스피드를 활용, 득점을 시도했으나 문전 처리에서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이들은 비교적 공간활용을 잘 해나갔으나 수비수에 걸려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북한팀 역시 속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쳤으나 개인기나 팀웍에서 뚜렷한 실력차를 보이지 못해 전반전에 득점을 하지 못했다.

경기장은 물론 관중석도 뜨거운 열기로 넘쳐 났다. 관중석을 꽉메운 6만여 관중들은 파도타기 응원에 이어 '통~일조국'함성으로 상암경기장은 떠나갈듯 했다.

지난 6월 2002 한일월드컵경기의 열기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통일의 염원을 담아 '아리랑'을 열창해 미치 월드컵 영광을 재현하는 듯 했다.

한편 지난 월드컵에서 한국팀 감독을 맡은 히딩크 대한축구협회 기술고문은 전반전 경기가 끝난 뒤 KBS와의 막간인터뷰에서 "경기장에 꽉찬 한국 응원단을 보니 반갑다"며 "오늘 경기가 화합의 경기가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2신:7일 오후 7시 10분>
박근혜 이사, "2002년 축구는 우리민족에게 특별한 의미"
리광근 단장, "민족화합의 새로운 장을 기록하게 될 것"


평소보다 일찍 오후 6시경부터 땅거미가 몰려오면서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주변은 관람객과 응원인파로 넘쳐났다.

경기시작 30분전인 오후 6시 30분까지 경기장내 관람객들은 입장을 마쳤다. 관람객들은 손에 손에 태극기와 남북단일기를 들고 있었으며, 더러는 지난 2002월드컵 경기때 입었던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온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원가보다 싸게 파는 '암표상'

암표상이 원가보다 싸게 파는 기이한 현상이 남북축구가 열리는 월드컵 경기장 인근에서 빚어졌다.

여느 때나 다름없이 이날도 월드컵경기장역 주위로 암표상들이 더러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들은 5만원짜지 1등석표를 4만원, 3만원짜리 2등석은 2만원, 그리고 2만원짜리 3등석은 1만5000원에 각각 판매했다.

이들은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서로 핸드폰으로 '여기서는 얼마에 파니 그 쪽에서도 얼마에 팔라'며 판매가격 정보를 서로 교환하면서 부산을 떨었으나 재미를 보지못해 울상이었다. / 공희정 기자


식전 행사로 이번 남북축구대회를 성사시킨 박근혜 유러코리아 재단 이사가 축사를 했다. 박 이사는 "2002년 축구는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하고는 "'4강 신화'에서 보듯이 우리민족은 축구를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측 리광근 단장이 답사에 나섰다. 리 단장은 먼저 "북녁 동포들의 따뜻한 인사를 전한다"고 말문을 연 뒤 "오늘의 감격적 만남은 7·4공동성명, 6·15남북선언의 결실"이라며 "오늘 경기를 통해 민족화합을 굳건히 하여 새로운 장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 단장의 답사에 대해 관중석에서는 뜨거운 환호로 답했다.

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은 "오늘 경기가 태풍피해를 입은 수재민들에게 작은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하고는 "승패를 떠나 남북 화해의 한마당 축제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55분 붉은색 상의와 회색 하의를 입은 한국팀 선수들과 아래위 흰색 유니폼을 입은 북한 선수들이 서로 손을 잡고 나란히 입장, 관중들로부터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7시경 윤도현에 이어 소리꾼 장사익씨가 민족의 노래 '아리랑'을 관중들과 함께 열창했다.

경기시작 직전에 남북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자 관중석에서는 '통~일조국!'을 외치며 화답했다. 7시 5분 정각 남북팀의 전반전 45분 경기가 시작됐다.

▲ 북측 카메라 기자가 야외응원전이 펼쳐지는 남문광장을 찾아와 취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편 경기장 남문 월드컵공원에서는 오후 5시경부터 모여든 통일연대 회원과 학생 등 수 백명이 공원 3분의 1 정도를 가득 메운 채 열띤 거리응원전을 펼졌다. 경기시작전 북측 취재진이 이곳을 방문, 취재활동을 벌이자 응원단은 박수로 환호했고, 북측 취재진은 손을 흔들어 답을 대신했다.

통일연대 소속 회원들은 경기장에 `남이 이겨도, 북이 이겨도 우리는 하나', `2004올림픽은 통일축구 단일팀으로', `통일축구 내년에는 평양에서'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또 코리아팀파이팅 커뮤니티도 `이산의 아픔을 화합의 축구로', `하나되자! 하나되어 세계를 흔들어 놓자' 등의 문구를 내걸고 남북 화합의 외쳤다.

이같은 남북화해 조성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보수진영의 극우발언 등 반발 역시 없지 않았다.

재향군인회 회원과 도우미 아주머니 등 4~5백여 명은 이날 경기장 입구에 일렬로 늘어서서 경기장에 입장하는 관람객들에게 태극기 수 백장을 일일이 나줘주었다. 이들은 경기장 입구에 '피흘려 지킨 강산, 태극기 휘날리자'라고 쓴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북파공작원들이 경기장 주변을 돌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또 한켠에서는 군복차림의 '대한민국 HID 북파공작 설악동지회' 회원 20여 명이 '이 땅에 인공기를 게양할 수 없다'고 쓰여진 플래카드를 들고 경기장 주변을 돌면서 시위를 벌였다.

동지회의 한 회원은 "우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인공기를 게양할 수 없다"며 "아시안게임에서 인공기를 게양치 못하도록 시위를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시위에 앞서 경기장 동문 옆에서 인공기 화형식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팀 김영수.박성관 투톱 출격

(서울=연합뉴스) 김상훈기자=12년만의 남북대결에 나서는 북한대표팀이 박성관(압록강)과 김영수(기관차)를 선발 투톱으로 출격시켰다.

북한은 또 전영철, 김영준(이상 평양시), 한성철(기관차), 리경인(압록강), 림근우(경성공업) 등 5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하고 수비라인에는 서혁철(평양시), 리만철(기관차), 리병삼(압록강) 등 3명을 투입했다.

북한의 골문은 장웅 IOC 위원의 아들인 장정혁(평양시)이 지키게 됐다.

이에 맞서는 한국의 박항서 감독은 프로선수 중심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이동국(포항)과 김은중(대전) 이천수(울산)은 선발 공격수로 나서며 이영표, 최태욱(이상 안양) 등 월드컵 태극전사들과 함께 김두현(수원), 김동진(안양) 등도 선발출장시켰다.

한국의 골문은 `거미손' 이운재(수원)가 지키며 수비라인은 최진철(전남) 조성환(수원), 박요셉(안양) 등으로 꾸려졌다.

▲ 경기에 앞서 기념촬영중인 남북의 선수들.



<제1신:7일 오후 6시>
남북 통일축구대회 12년만에 서울서 다시 개최돼


7000만 겨레의 통일염원을 담은 남북통일축구대회가 오늘 오후 7시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지난 90년에 이어 12년만에 다시 남북이 만나는 것이다.

이번 남북팀의 축구경기는 단순히 축구경기 차원을 넘어 다가오는 서울아시안게임에 앞서 치러지는 전초전과 같은 것으로 남북회담, 경의선 연결공사 착공 등과 함께 남북화해의 '전령' 역할마저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5일 서울에 도착한 북한 대표팀은 6일 파주 국가대표팀 훈련장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오전과 오후에 한 차례씩 현지적응 훈련을 가졌다. 오전 11시 20분 훈련장에 도착한 북한 대표팀 선수단은 짧은 패스연습을 하는 등 몸풀기 정도로 그쳤다.

그러나 그라운드 적응을 겸해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실시한 1시간 30분 정도의 오후 훈련에서는 전술전력을 가다듬는 등 승리를 향한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 6일 오후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북한 축구대표팀이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 연합뉴스
또 북한 대표팀에 이어 상암동 경기장에서 몸을 푼 한국팀은 전술노출을 꺼린듯 가벼운 러닝과 헤딩연습 정도에 그쳤다. '우정의 대결'이라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경기는 또 경기이기 때문이다.

한국팀의 전력은 지난 2002월드컵 '4강 신화'에서 그 실력이 입증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맞서는 북한팀의 전력도 만만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북한팀은 체력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빠른 축구'를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개인기와 전술 운용능력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지만 스피드는 한국팀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것.

이번 경기에 임하는 남북팀 사령탑의 출사표가 이색적이다. 두 팀 감독 모두 '승리'보다는 예년에 없이 '화합'을 강조하고 있다.

박항서 한국팀 감독은 "결과보다는 화합이 중요하다. (승리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통일의 기초가 되도록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또 이정만 북한팀 감독은 "이번 경기는 승리보다는 북남이 한자리에 모이다는 점에서 뜻깊다"며 "좋은 경기를 펼쳐 보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번 2002월드컵 이후 국민적 사랑을 받아온 축구여서 이번 남북 통일축구대회 역시 서울 시청앞 등에서 열띤 거리 응원전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성사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상암경기장 인근에서는 오늘도 따가운 가을햇살도 마다않고 통일의 꿈을 담아 열띤 응원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붉은 악마'는 이번 2002통일축구에서는 모임 차원의 응원전은 펼치지 않기로 했다. 붉은 악마는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경기는 남북의 화합을 이한 스포츠 교류의 일환이기 때문에 남측 대표팀만의 승리를 위한 응원은 무의미하다"며 "이번 경기에 한해 붉은 악마 차원의 응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6일 오후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남측 국가대표팀이 러닝으로 몸을 풀고 있다.

ⓒ 연합뉴스


다음은 2002년 남북통일축구대회 출전 선수 명단이다.

한국선수단 명단
▶ 감독 :박항서
▶ 선수(23명) : 박규선, 최성국, 최태욱, 이동국, 김은중, 이천수, 김종훈, 김동진, 이길훈, 변성환, 김두현, 김정우, 현영민, 신동근, 조성환, 조병국, 박동혁, 곽희주, 박용호, 박요셉, 김용대, 박동석, 최무림.

북한선수단 명단
▶ 단장: 리광근(북한축구협회 위원장)
▶ 부단장: 김정만(축구협회 서기장)
▶ 감독: 리정만
▶ 코치: 라봉기 김봉일 김창복 윤정수 리청경
▶ 선수(21명): 장정혁, 서민철, 최현우, 김영준, 서혁철, 한정명, 전영철, 리만철, 전 철, 박영철, 한성철, 김영수, 홍영조, 리병삼, 안명남, 전대영, 리경인, 박성관, 리청일, 림근우, 안영학.
2002-09-07 17:12ⓒ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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