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연합뉴스) '릴리! 치고 들어가지 말고 패스를 해'

축구 아시안게임 예비 대표선수들의 소집 이틀째인 3일 파주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오전 훈련. 공격수들을 둘씩 짝지어 놓고 슈팅연습을 시키는 박항서 감독의 목소리가 날카롭다.

박 감독이 이천수를 지칭하며 부른 `릴리'는 원래 이천수가 프랑스 릴 입단을 추진했다는데 착안한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이 직접 붙여준 이천수의 애칭.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히딩크 축구'의 계승자로 23세 이하팀 사령탑을 맡은 박항서 감독이 `천수' 대신 돌연 `릴리'를 외치자 월드컵 대표로 나섰던 선수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히딩크 감독의 그림자를 느낄 수 있었다.

실제 훈련에서도 박항서 감독은 자신의 `사부' 격인 히딩크 감독이 실시했던 훈련 방식을 재현했다.

이날 가벼운 몸풀기에 이어 3개 그룹으로 선수들을 나눈 채 아군끼리 패스를 주고 받는 한편 상대팀의 볼을 빼앗도록 하는 훈련은 히딩크 감독이 좁은 지역에서의 신속하고 침착한 볼처리를 가르치기 위해 훈련 때마다 애용했던 방식.

박항서 감독은 이 훈련에서 히딩크 감독이 그랬듯 시종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피는 한편 볼을 끌지 말고 곧바로 가장 가까이 있는 우군에게 패스할 것을 집중적으로 주문했다.

박 감독은 이어 둘씩 두 조로 나눠 실시한 공격수들의 슈팅연습에서도 먼저 일정 골수에 도달하는 팀이 이기는 시합을 시켜 승부차기 연습때도 꼭 승패를 가려 흥미와 긴장도를 높였던 히딩크 감독의 `요법'을 계승했다.

이 뿐 아니라 훈련장에서 결코 뒤로 빠지는 법 없이 고함을 질러가며 선수들을 독려하는 것 또한 영락없는 `리틀 히딩크'였다.

훈련을 마친 박항서 감독은 "월드컵 멤버들은 훈련적응에 전혀 문제가 없었던 반면 나머지 선수들은 아직 따라오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하지만 북한과의 경기가 4일 앞으로 다가와 여유가 없다"며 굵은 땀방울을 닦아냈다.

2002-09-04 17:08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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