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밤 10시7분, 간간히 가랑비가 내리는 일본 요코하마경기장. 세계의 60억 축구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브라질 주장 카푸가 2층 단상에 올라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36cm 피파컵에 입을 맞췄다.

순간 단상 아래에서는 월드컵송이 울리기 시작했으며 요코하마경기장의 밤하늘에서는 오색 꽃종이가 여름 밤하늘의 별처럼 무리지어 떨어지기 시작했고 경기장은 온통 우승국에 대한 찬사로 뒤덮었다.

전반전. 호나우두 히바우두 호나우딩요의 현란한 개인기를 앞세운 브라질의 가공할 공격력을 독일은 결코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던 21C 첫 월드컵 결승전은 예상과는 달리 전차군단의 수비벽은 어느때보다 견고했으며, 독일의 린케와 슈나이더는 호나우두와 히바우두의 예상 길목마다에 언제나 첨병처럼 버티고 있었다. 전반전 내내 브라질의 공격은 수비를 앞세운 전차군단의 방어벽에 차단되며 숨통이 트이지 않았으며 히바우두의 왼발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6:4의 공 점유율에서 월등히 앞선 독일은 그러나 슛팅수에선 상대에게 1:6의 절대열세를 보이며 호나우두와 히바우두의 발을 묶는데만 진력하고 있었다. 독일은 전반 45분 동안 예레미스의 오른발에 의한 단 1개의 슈팅이 전부였으며 브라질은 6개의 슈팅을 날리며 호나우두가 간간히 결정적인 찬스를 맞기도 했으나 끝내 전차군단의 방어벽을 뚫지는 못했다.

브라질은 전반 41분 클레베르손이 골대 앞에서 뚝 떨어지는 그림같은 오른발 드롭슛을 날리며 득점을 노렸으나 공은 골포스트를 맞고 바같으로 튀어나갔고, 전반 종료 직전 호나우두가 결정적인 왼발 트닝슛을 날렸지만 동물적 감각의 독일의 전설적 거미손 골키퍼 올리버 칸의 신기에 가까운 빗장수비에 막혔다.

후반전. 전반전 내내 수비 위주의 답답한 축구로 힘을 비축한 독일은 그러나 후반전이 시작되자 전차군단의 바퀴가 결코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 1분만에 터진 클로제의 고공 헤딩슛에 이어 후반 3분 노이빌레의 35m 대포알 중거리슛은 브라질 골키퍼 마르쿠스의 선방으로 골대를 살짝 벗어나긴 했지만 전차군단의 가공할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노이빌레의 중거리슛으로 공격의 숨꼬를 열어가던 독일은 서서히 공격력이 살아나고 있었다.

하지만 브라질 삼바축구의 공격력은 가공할 정도로 매서웠으며 그들의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후반 22분 보기 드문 히바우두의 오른발 강슛이 칸의 손에 맞고 튕겨져 나오자 돌아 들어가던 호나우두가 오른발로 슛. 넘어져 있던 칸은 일어서며 필사적으로 몸을 날렸으나 축구황제 호나우두의 황금발을 막지는 못했다. 환상적인 히바우두-호나우두 황금콤비의 첫 걸작품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후반들어 숨가쁘게 상대를 밀어부치며 일진일퇴의 팽팽한 공방전을 펼치던 이번 월드컵 최고의 명승부-6월의 마지막 축제는 그러나 게임메이커 발락의 공백과 결정적으로 골게터의 부재를 극복하지 못한 전차군단의 패배로 점차 끝나가고 있었다.

독일은 후반 25분 예레미스의 폭발적인 중거리슛으로 반전을 노렸으나 상대 왼쪽 골포스트를 살짝 비켜나가며 운이 따르지 않았다. 결정적 기회를 살리지 못한 독일은 잠시 후 또다시 살아난 히바우두-호나우두의 환상적인 공격폭풍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

후반 34분 오른쪽을 파고들던 클레베르손의 패스를 받은 히바우두가 상대 수비수를 속이는 노터치 환상 플레이로 바로 옆의 호나우두에게 공을 연결해주자 호나우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오른발로 슛. 히바우두의 발동작에 속은 올리버 칸은 또다시 절망하며 무너졌다.

그러나 독일에게도 천금같은 기회는 찾아 왔다. 37분 브라질의 문전에서 혼전 중 흘러나온 공을 비어호프가 몸을 돌리면서 그림같은 트닝슛을 날렸다. 순간 브라질 골키퍼 마르쿠스는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고 비어호프가 찬 공은 결국 마르쿠스의 손에 걸리고 말았다. 독일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순간이었다.

9시 51분 이탈리아 주심 콜리나의 휘슬이 길게 울리자 반격을 노리며 거침없이 몰아가던 독일 전차군단의 행군은 일시에 멈춰섰으며 감격한 호나우두는 순간 눈물을 흘렸고 경기장에서는 7만의 함성으로 승리의 축포를 쏘아올렸다. 여름 밤하늘의 축포는 한없이 황홀하고 감동적이었으며, 축구황제 펠레의 환희는 더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21C 첫 대회로 치러진 이번 한일월드컵의 우승 피파컵이 브라질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스포츠맨쉽을 보여준 전차군단 독일의 투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났으며 눈부셨다.

독일의 투혼과 브라질 삼바축구의 위대한 승리에 찬사를 보내며…
2002-07-01 04:37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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