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며칠 지나면 6월은 간다. '내 일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던 6월은 간다. 6월은 항상 6·25를 상기시키며 음산하고 칙칙하게 다가오곤 하였었지. 이제 6월은 '광장'과 '축제'로 즐겁게 추억되며 아름답게 저물어간다. 야만과 전쟁의 시대를 넘어 오늘 세계적인 축제의 '난장판'을 만든 6월은 위대하다.

꿈은 이루어진다? 우리에게 꿈은 항상 꿈일 뿐이었지. 아니 망상의 다른 이름이었지. '잘 살아보자'며 흘린 땀의 열매는 누군가에게 도둑맞고 '민주주의 만세'를 외치던 선구자들은 자신의 명함 팔기에 여념이 없었지. 후진성을 축구에서라도 만회해보자고 몸부림쳤지만 번번이 꿈은 박살나고 만년 패배의 서러움에 고개 떨구는 선수들 보기에 민망하였지.

꿈은 이루어졌다. 꿈만 같던 16강을 넘어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거침없이 8강과 4강에 합류하며 '붉은 광장'의 꿈들도 홍수처럼 커져만 갔지. 낙동강이 노래하면 영산강이 춤을 추고 금강이 장단 치면 한강이 더덩실 어깨춤 추었지. '이제 욕심을 더 내선 안되지' 하면서도 자꾸자꾸 모처럼 우리만의 꿈들을 키워가고 있었지. 믿기지 않은 벅찬 꿈을 꾸는 행복감에 겨워 밤새워 부둥켜안고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과 아리랑을 불렀지.

축구가 좋아 광화문과 시청으로 뛰어갔지. '난장판'이 좋아 무조건 광장으로 달려갔지. 축구를 몰라도 마냥 즐거운데 어떡하랴. 우린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 누가 쌀밥끼리 찰지게 익어 가는 '붉은 광장'을 탓하랴. 누가 열정의 꿈을 펼쳐 나가는 '붉은 악마'를 탓할 수 있으랴. 시위대를 진압하던 경찰이 광장을 터주고 자본과 권력이 질주하던 거리를 수천 수만의 발들이 덩실덩실 춤추는 축제의 '난장판'으로 만들었지.

꿈은 이루어진다! 우리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꿈을 꾸어왔지. 4천만이 하나가 되고 7천만이 하나가 되는 그런 꿈을. 6·25의 상흔을 씻어내고 온 겨레가 보란듯이 평화롭게 사는 그런 꿈을.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입력된 인류 앞에 이제 '아름다운 코리아'로 가는 꿈을 꾸며 6월을 마무리해야지. 가장 위대한 이변을 창출해낸 그 저력과 그 기상으로 '아름다운 문화민족'으로 달려가는 꿈을 꾸어 보자.

우리의 꿈. 황홀했던 6월의 축제를 우리 민족 모두의 대축제로 만들어 가는 꿈은 아름답다. 축제의 뒷마당에 남아 있을 짜릿했던 추억을 더듬으며 또 다른 꿈을 꾸어 보자. 함께 하지 못했던 비탈진 뒷골목들과 어깨동무하고 햇볕과 바람을 가로막는 벽을 허무는 꿈을 꾸어 보자. 시집가고 싶을 때 시집가고 장가가고 싶을 때 신바람 잔치 벌이는 그런 자유의 꿈을 꾸어 보자. 우리만의 '우리'에서 해방되어 '우리 모두'가 하나되는 그런 세상을 꿈꾸어 보자.

21세기에는 인류의 평화와 평등이 빛날 수 있는 그런 '꿈'.
2002-06-28 05:32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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