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이 상영도 되지 않은 영화를 사상논쟁의 제물로 삼고 있다. 8.15 민족통일대축전 파문을 문제 삼아 통일부 장관을 해임시키는데 성공한 조선일보가 2탄으로 국방부 장관을 공격하기 위해 애기섬을 좌익 영화로 몰아가고 있다."

▲ 장현필 김독. ⓒ 조호진
여순사건을 다룬 영화 '애기섬'을 제작한 장현필(37) 감독은 월간조선(발행인 조갑제)이 역사적 화해를 시도한 영화를 사상논쟁의 제물로 삼아 좌익 영화로 등급판정을 했다며 발끈했다.

월간조선은 이 잡지 10월호(9월 18일 발행)에 '영화 애기섬 제작에 군 장비가 지원된 과정'이라는 부제 아래 '국군 지휘부의 자해행위'라는 섬뜩한 타이틀을 달아 현정부와 영화에 대해 사상검증을 시도했다.

월간조선은 22쪽 분량의 글에서 "여순 14연대 좌익 반란사건을 통일운동의 성격을 띤 것처럼 그리고 국군의 진압을 양민학살로 부각시키고 국군의 함포사격으로 양민 천명을 죽였다고 조작한 영화 제작에 헬기, 트럭 등 군 장비를 지원하다"는 강조글을 달았다.

월간조선은 군부대가 영화 '애기섬'에 장비를 지원한 것은 국군의 가치관과 역사관을 부정한 자해행위를 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했다. 이 기사는 월간조선 취재2팀장인 우종창 기자가 취재-작성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18일 "현정권은 '여순 반란사건' 미화작업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국방부장관 퇴진을 요구했다. 그로 인해 지역에서 제작한 저예산 영화가 색깔시비와 정치쟁점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 조호진
장현필 감독은 월간조선의 이같은 보도에 대해 "과거 공안당국보다 더 심한 사전검열을 시도했다. 이것은 창작의 자유를 침해한 심각한 사건"이라면서 "애기섬은 좌우익 출신 등장인물로 하여금 역사의 화해를 강조한 영화인데 우기자는 영화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좌익을 옹호하는 영화로 단정했다"고 크게 반발했다.

장감독은 특히 "월간조선 기자가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뒤 영화를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했으며 한나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국방부장관 퇴진을 요구하며 색깔논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여순사건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제작한 영화를 그만 음해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장현필 감독을 18일 밤늦게 만나 월간조선 보도에 대한 입장과 영화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장 감독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이 영화를 만든 목적과 주제는 무엇인가.
"이 영화는 이데올로기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 역사적 사건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의 아픔을 다룬 영화다. 그래서 좌우이념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여순사건에 의해 처절하게 파괴된 한 가정을 극의 중심에 설정했다.

그리고 역사적 실존 인물인 네 사람(14연대 반란군 출신 곽상국, 정부진압군 박오선, 특무대원 배학래, 비전향 장기수 김영만)의 만남을 통해 남북화해와 역사적 화해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역사적 상처를 씻는데 영화가 의미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2년 가량 이 일에 매달렸다. 다음 세대에게 역사적 아픔을 물려주어선 안 된다는 소박한 의무감도 가졌다. 가장 중요한 기획의도는 희생자들과 그 가족의 아픔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하면 좋겠다는 바램이 가장 컸다."

▲ 월간조선에 실린 기사


- 어떻게 월간조선 기자를 만났는가. 색깔시비를 예상하지 못했는가?
"8월 말경 여수 시민단체 관계자의 이름을 들먹이며 전화를 했다. 우종창 기자가 순천 방문을 요청해 일단 사양했다. 그 뒤 9월 6일경 경기도 남양주 양수리 영화촬영실 녹음실에서 만난 것으로 기억된다. 색깔시비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은 시민단체 관계자의 이름을 밝히며 접근해 일단 경계심을 풀었고 당시 제작 마무리 단계로 너무 바빠서 색깔시비를 고려할 조건이 되지 못했다.

이제야 월간조선 기자가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터뷰 당시에는 역사적 아픔과 영화제작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는 등의 말로 호감을 갖게 한 뒤 답변을 유도했다. 그래서 개인적인 생활과 사소한 과정까지 설명했다. 그런데 제작과 전혀 상관 없는 것을 문제 삼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면서 서운함을 숨길 수 없다."

- 인터뷰에서 왜곡된 내용도 있는가.
"이 영화가 22페이지를 쓸 만큼 논쟁대상이 아닌데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월간조선이 문제의 심각성을 확대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많은 이야기를 썼다는 생각이 든다."

- 월간조선은 기자는 주(注)까지 달면서(기자 注:장현필 감독은 인터뷰 내내 여순반란사건을 여순사건이라고 말했다) 장 감독의 사상적 문제를 강조한 측면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변에서 나를 운동권 출신으로 생각하는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이며 낭만적인 영화인 정도로 생각한다. 그런데 은연중에 운동권 출신인 양 만들어갔다. 나는 학생운동권 출신도 아니며 다만 시민운동의 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보람을 느끼는 정도다.

(장 감독은 월간조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부친은 여순사건 이후에 철도 경찰관으로 근무했으며, 지리산 공비 토벌대에 참가해 발에 총알을 맞은 이야기, 공비들과 육박전을 벌였다는 이야기를 아버지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월간조선 기자는 시시콜콜한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쓰면서 사상적 의심을 유도했다. 여기서 광주 386세대니 광주민주화운동을 중학교 때 목격한 것을 강조했다. 색깔론 조성을 위해 부수적인 장치를 사용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승만 정부 비판은 제 개인 생각이 아니라 역사학자들의 정리된 평가를 옮겨논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월간조선은 영화와 내가 대한민국 건국을 부인한 듯이 몰아갔다. 역사에 대한 지식이 짧거나 아니면 냉전적 사고에 깊이 빠진 기자라는 생각이 든다.

용어상의 문제도 그렇다. 여순지역에 와서 시민들에게 물어보라. 여순반란사건으로 부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역사교과서에도 '여순 10.19사건'으로 규정돼 있다. '여순반란사건'이라고 한다면 반란의 주체가 여수·순천 민간인들이란 뜻이 된다. 우리 지역민들은 피해자일 뿐이다.

지역민들을 반란의 주체로 규정한 월간조선의 태도는 지역민간의 대립을 유도해 좌우갈등을 재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월간조선은 지역민의 명예를 훼손하고 고통을 심어준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 이 영화에 비전향 장기수인 김영만(여순사건 당시 14연대 소속 하사)를 출연시킨 것을 문제로 삼았다. 김 씨를 영화에 등장시킨 의도는 무엇인가.
"비전향 장기수를 떠나 김영만 씨는 당시 14연대 군인이었기 때문에 여순사건을 증언할 내용이 많았다. 그 분 또한 여순사건의 피해자다. 그런 측면에서 이야기할 자격이 있다고 봤다. 그 분은 영화에서 6.15 남북공동선언을 지지했고 공동선언 정신을 살려야 한다며 실질적인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을 통해 통일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 영화에서 실존인물인 좌우익 출신의 만남과 화해장면. ⓒ
- 아직 영화가 개봉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사화된 것에 대해서는 영화제작자로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굉장히 기분 나쁘다. 영화를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판단을 내린 것은 위험하고 어리석은 태도다. 영화는 촬영기법에 따라서 대사의 느낌과 감각이 틀려진다. 대사 몇 줄을 가지고 사상적 검열을 하는 것은 영화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다.

뿐만 아니라 월간조선은 과거 공안당국보다 더 심한 검열을 시도했다. 이것은 창작의 자유를 가위질하는 심각한 침해행위다. 우 기자는 자신의 기사에 시나리오를 입수했다고 표현했다. 마치 몰래 빼낸 것처럼 의도적으로 표현했다. 기자의 의도에 휘말려 아무런 의심 없이 시나리오를 제공했는데 이런 식으로 악용할 줄은 정말 몰랐다."

- 월간조선은 영화가 역사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진압 작전 당시 여수시에 함포사격을 했다는 자막 삽입 등) 충분한 고증과 확인을 거쳐 영화를 제작했다고 생각하는가.
"역사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막이나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은 여순사건 관련단체와 역사학 교수 등의 자문을 받았다. 지금은 제작중이다. 역사적인 근거자료가 미비하거나 불확실할 경우에는 수정이 가능하다.

월간조선은 기사에서 국방부의 질의 회신 내용을 충실히 인용했다. 자신의 의도에 필요한 부분을 국방부 자료로 인용하면서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역사재조명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독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깊숙이 들었다.

그는 국방부의 답변과 6.25 참전 관계자의 증언을 들어 애기섬이 보도연맹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애기섬에서 보도연맹원이 처형됐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며 증인도 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에서 발간한 자료집에도 이 같은 사실이 기록돼 있다. 월간조선 같은 수구세력의 왜곡된 주장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여순사건 진상규명은 시급하다."

- 월간조선은 군 지휘부의 장비 지원을 크게 문제 삼았다. 지원 상의 거래나 편법은 없었는가.
"2000년 10월경부터 군 관계자를 만났으며 군 내부의 신중한 검토를 거쳐 2001년 4월경 장비가 지원됐다. 군은 장비를 빌려주는 조건으로 장비로 민간인을 학살하는 장면에 묘사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 영화에서 장비의 사용 여부를 사전에 볼 수 있도록 요구했다.

군은 '애기섬'이 어떤 내용인가 파악하기 위해 접촉했고 이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 서로 대화하는 도중에 오해를 많이 풀었고 군의 전향적인 자세에 호감을 가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좌우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적인 입장으로 제작에 임하게 됐고 군과 접촉하면서 군의 입장과 피해상황도 잘 알게 됐다.

군 장비가 필요했던 것은 반란을 주도적으로 일으킨 남로당 하사관들의 모의장면 등을 삽입한다면 관객의 이해가 커질 것이란 판단에서 도움을 요청했다.

군 또한 남로당이 주도한 사건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장비를 빌려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장비를 빌리는 과정에서 거래나 편법은 전혀 없었다. 정상적인 절차와 결정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 군은 과거에도 영화제작에 장비를 지원한 것으로 안다."

▲ 영화의 한 장면.
- 월간조선은 조성태 전 장관이 제작 장비 지원에 대해 '국방부가 속은 것 같다'고 한 말을 인용하며 군 지휘부를 문제 삼았다. 국방부를 속인 적은 없는가.
"군 수뇌부가 저한테 속은 것 같다고 표현했는데 제가 사기꾼도 아닌데 국방부를 속일 수 있겠는가. 월간조선이 조 전 장관과의 인터뷰 가운데 그 내용을 강조한 것은 현 장관을 정치적으로 음해하기 위한 시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월간조선으로 인해 곤경에 처했다. 이 같은 상황의 원인 제공자로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여순사건은 국방부의 치부적인 사건이다. 그럼에도 군은 역사적 화해와 민·군간의 이해를 목적으로 장비지원을 했다. 이 같은 전향적인 태도는 칭찬받을 일이다. 그런데 한 잡지사의 왜곡보도로 인해 곤경에 처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영화 제작과정에서 군은 지역민의 갈등을 해소시키는 화해의 중재자로 기여했다. 애기섬 제작에 적극 반대했던 지역의 재향군인회 일부 사람들이 영화에 기꺼이 참여한 것은 군의 도움이 컸다. 수 십 년간 쌓아온 지역민간의 증오와 대립을 군의 도움으로 어렵게 화해무드를 조성했는데 월간조선 보도로 인해 또 다시 파손될 것 같아 우려가 된다. 특히 군과 민간의 유연한 관계가 냉각될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

- 월간조선은 장비 지원에 대해 국군의 가치관과 역사관을 부정한 자해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가.
"거듭 말하지만 영화의 주제는 역사와의 화해다. 월간조선은 영화 전체의 극히 일부분의 대사를, 그것도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한 것을 전체로 확대 해석해 왜곡 보도했다.

군에 대해 가치관과 역사관을 부정한 자해행위라고 부풀려 주장하기 이전에 진실과 사실 보도를 생명으로 삼아야 할 언론기관이 왜곡보도와 냉전이데올로기를 사용한 것이야말로 언론의 가치관과 사명감을 부정한 자해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화해의 물결을 가로막으려는 월간조선의 수구적인 왜곡보도는 역사로부터 재평가를 받을 것으로 믿는다. 민족의 화해와 지역의 화해가 시급한 지금, 월간조선은 증오와 대립으로 몰아가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겠다."

- 월간조선이 어떤 의도를 갖고 보도했다고 보는 건가.
"우 기자는 전화 통화 당시에 역사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건이기 때문에 사전에 논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것이 진심이라면 작품 자체를 놓고 갑론을박해야 할 텐데, 영화는 단지 수단으로 이용했고 본 의도는 정치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써먹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월간조선은 상영도 되지 않은 영화를 사상논쟁의 제물로 삼고 있다. 8.15 민족통일대축전 파문을 문제 삼아 한나라당과 자민련으로 하여금 통일부 장관을 해임시키는 데 성공한 조선일보가 2탄으로 국방부 장관을 공격하기 위해 애기섬을 좌익 영화로 몰아가고 있다.

ⓒ 조호진
월간조선의 보도에 뒤따라 한나라당이 내 놓은 논평을 보면서 정치적 활용을 위한 사전포석으로 인터뷰를 시도했다는 의도를 깨닫게 됐다.

지역에서 만든 작은 영화가 이토록 이용가치가 있는지 의아스럽다. 월간조선의 음모에 대해 충격을 받고 있다. 지역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어렵게 제작한 영화에 대한 월간조선과 정치권의 음해가 중단되길 바란다."

- 국방부가 월간조선 10월호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장 감독은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
"언론중재위에 제소해 왜곡보도의 부당성을 제기할 생각이다. 왜곡보도에 의해 영화가 상영되지 못하는 피해를 입을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생각이다."
2001-09-19 17:08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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