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생이 그렇게 살다간 오히려 차여요."

지난 학기에 복학한 동아리 일년 후배 두 녀석과 지난 주 학교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각자 군대 가기 전에 나름대로 동아리일, 개인 사정 때문에 전공공부를 말아먹고 갔던 녀석들이라 나 바쁘다고 밥 한번 못사줘서 내심 미안해하던 녀석들이다.

두 녀석 모두 군대갔다가 연애가 깨진 후 다시 복학 후 연애를 시작 하는 듯싶었다. <엽기적인 그녀>를 보았냐는 질문에 96학번 후배 녀석은 여자친구와 봤다고 했다. "(견우처럼) 그렇게 대책없이 '먹구 대학생'으로 살면 누가 사귀어요. 나 같아도 안 만나겠다"라는 후배의 말.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복학하고 나니까 수업강도도 세고 애들도 열심히 해서 따라가기가 힘들어요. 어제도 7시간 공부했다니까요." 녀석은 극중의 견우처럼 이른바 공대생이다. 그래도 후배들이 첫학기라 힘들었지만 전공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연애도 하는 것을 보며 나는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몇 년 전 내 친구들이 복학하던 때를 생각했다.

'엽기'라면 어느 녀석들 부럽지 않게 실생활에서 보여주던 내 친구들은 IMF 강타를 맞으면서 차례로 군대를 가기 시작했다. 99년이 되자 그렇게 하나둘 군대를 갔던 친구들은 차례로 제대를 하고 복학을 했다.

나름대로 군대에서 고생한 그 녀석들과 만나면 녀석들은 이렇게 말했다. "정말 재미없다. 미치겠다. 도서관에서 할 수 없이 산다." 군대에 가지 않은 이른바 '신의 아들'인 나는 그럴 때마다 조용히 눈치만 보다 이런 말을 하고는 했다. "과 학회에 나가보거나 혹은 연애를 해보던가." 그러나 이것은 복학생들의 사정을 모르고 하는 정말 신의 아들 같은 말이었다.

학교에서 그들은 이른바 칙칙한 '복돌이'였고, 이른바 '소개팅 시장'에서도 그들은 하한가를 긋고 있었다. 녀석들에게 필요한 것은 캠퍼스에서 같이 놀아줄 그리고 같이 살아갈 사람들이었다. 복학생 친구들과 나는 빈 지갑를 걱정하며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기 위해 모이곤 했다.

내가 <엽기적인 그녀>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이제 신촌의 명소가 된 그 고기집에서 서로 '공익근무'니 뭐니하며 친구들끼리 술을 먹던 장면이었다. 그 장면만은 공감이 '팍팍' 갔었다. 그러나 내 친구들은 창 밖에 '전지현'이 지나가도 벌떡 일어나서 따라가진 못했을 것이다. 토익과 취업 전선이 그들 앞에 떠억 입을 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은 <엽기적인 그녀>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하지만 흥행의 열쇠는 이미 20대 후반의 '아자씨'들이 아니라 '고딩'들이 쥐고 있음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복학생의 생활이 현실적으로 묘사되었든 말든 그들에게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너 '엽녀' 아직 안 봤냐? 안 보면 주거~ - 엽기적 흥행 뒤엔 고딩 파워!

이것을 알기 전까지 나는 개봉 3주만에 서울관객 구십만명을 동원한 <엽기적인 그녀>의 흥행 성공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절라리 재미"있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나는 '절라리 잼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복학생 친구들이 이미 직장에서 구르고 있고 아직도 학교에 남아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과장된 '복학생 랩소디'가 보기 싫었을 터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는 '슈퍼울트라캡숑메가톤'으로 '절라리 잼있는' 영화였다. <엽기적인 그녀>가 상영되는 극장 앞에는 고등학생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오랫동안 고등학생들은 (연소자 관람불가라고 안 보는 건 아니지만) 맘 놓고 볼 수 있는 영화가 없었다. 우리 국민 8백만이 봤다는 한국영화 (지금까지의) 최고 흥행작 <친구>는 18세 이상 관람가였고, <선물>, <인디언 섬머>, <파이란> 역시 20대 후반을 위한 영화였지 결코 고등학생이 보기에 적합한 영화는 아니었다.

고딩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그들끼리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를 기다렸다. 영화의 해피엔딩을 마무리하는 것은 바로 교복을 입고 당당하게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는 견우와 엽기녀의 모습이다.

교복입고 당당하게 나이트 가는 것, 이것보다 더 행복한 상상이 고딩에게 있을까? <여고괴담>에서처럼 짜증나고 답답한 학교의 모습은 실제로 바뀐 것이 없기때문에 고딩 교복을 입고 나이트에서 춤추는 두 주인공을 보며 고딩들이 느끼는 짜릿함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영화는 대학가를 다룬 '복돌이 랩소디'이긴 하지만 고딩들이 보고 즐길 만한 요소들을 곳곳에 심어 놓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고딩들이 자주 하는 장난과 고딩들이 선망하는 대학이 주는 해방감을 적절히 버무려 놓고 있다. 차태현과 전지현이라는 캐스팅 자체가 그러하다. 그들은 고딩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스타이면서 동시에 그들은 어엿한 대학생이다.

지하철에서 고딩들이 수도 없이 하는 '내기걸어 알밤 매기기'를 보여주다가는 어느새 '먹구 대학생'(영화에서 견우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이것은 공부에 그다지 관심이 없고 그냥 시간을 보내는 속편한 대학생을 지칭한다)들의 여가 선용 방법인 '라켓볼'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

학생에게 잘도 속아 넘어가는 교수와 화사한 대학 캠퍼스는 어느 대학인지는 몰라도 그곳에는 즐거움만 가득하고 취업걱정은 전혀 없다. 고딩 관객들은 이 영화의 이러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동일시와 선망을 반복하면서 이 영화에 집중하게 된다.

영화 곳곳에 드러나는 고딩들에 대한 배려는 이 영화의 타겟이 다름아닌 방학중인 고딩들이었음을 말해주고 있고 그것은 곽재용 감독이 영화 홈페이지에서 이 영화가 'N 세대를 겨냥한 기획영화가 아니다'라고 강변하면 할 수록 더욱 더 반증될 뿐이다.

90년대 초 보따리 장사 같던 한국영화계에 기획영화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20대 후반의 관객들을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속으로 끌어 들였던 '신씨네'는 10대 후반의 관객들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기획영화의 절대강자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여기에 '시네마 써비스'의 엽기적인 배급 전략 역시 <엽기적인 그녀>가 날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름에는 헐리우드와 붙지 않는다'는 한국 영화계의 불문율을 무시하고 '시네마 써비스'는 헐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와 맞짱을 떴다.

그 자신감 뒤에는 <신라의 달밤>의 성공에 의한 배짱이 있었고, 고딩들을 계산하고 철저히 만든 '신씨네'의 기획력이 방학을 맞이하여 성공할 것이라는 예감이 있었다. <신라의 달밤>의 3루타에 이어 <엽기적인 그녀>의 홈런을 날린 '씨네마 서비스'는 <세이예스>라는 유망한 타자가 들어선 지금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 사이에 '익룡'은 영화관이라는 약육강식 '공원'에서 사라진 지 오래고, 스필버그의 '인조인간'과 팀버튼의 '원숭이'는 엽기 돌풍에 밀려 적응을 못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세븐데이 투리브> 등의 비헐리우드 외국영화들은 7일도 못견디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갔다.

결국 <엽기적인 그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제작비에 비해 정체되어 있는 관객수요의 또 다른 돌파구를 제시해주고 있다. 그것은 <친구>가 포괄하지 못했던 시장, 바로 고딩파워이다. <엽기적인 그녀>의 관객수는 그 동안 영화흥행에서 20대 관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시되어 왔던 그들이 얼마나 단일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척도가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수는 놀랍게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관객수 집계는 다른 영화의 관객 집계와는 확연히 다른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를 두세 번씩 보는 3, 40대 아저씨는 없을지 몰라도 <엽기적인 그녀>를 두세 번씩 본 고딩들은 주변에 수두룩하다.

한국 최초의 컬트 무비?

7월 말 개봉한 15세 이상 관람가 <엽기적인 그녀>는 입소문을 타고 기다렸다는 듯이 고등학생들을 줄줄이 극장으로 오게 했다. 그리고 한번 본 극장에 온 고딩들은 <엽기적인 그녀> 후유증을 호소하며 다시 영화관에 찾아오고 있다.

고딩들은 휴대폰 광고와 프린터 광고로 뜬 차태현, 전지현 두 스타들을 보는 재미까지 느끼며 이 영화를 두 번, 세 번 보고 있다. 어떤 영화가 뜰 때 나타나는 징후들이 엽기적인 그녀 인터넷 게시판(www.yupgigirl.com)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다.

첫째, '이게 진짜 실화냐?'라는 질문들이 줄을 잇고 있다. 둘째, 영화 촬영장소가 뜨고 있다. 셋째 이른바 '옥의 티'를 발견한다, 그리고 넷째 영화를 반복해 보면서 영화에 숨겨져 있는 것들 알아낸다.

촬영장소에 대한 관객의 관심은 <쉬리>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제주도의 '쉬리 벤치'처럼 부평지하철 역의 이 나무벤치도 '엽기녀 벤치'가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을까? 견우가 타임캡슐을 묻은 나무는 이미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다녀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은 바로 영화에 대해 '말할 꺼리'를 제공해주고 이것은 다시 영화의 흥행으로 직결된다. 영화를 보러 가게끔 하는 가장 큰 요인이 결국에는 입소문이다. '나만이 대화에 못 끼고 있다'는 것만큼 영화를 보게 하는 요인이 어디 있을까? 그것도 잠시라도 대화 소재에 끼지 못하면 왕따를 당하는 고딩들에게 있어서야. 여기서 '엽기적인 그녀' 게시판에서 글을 인용해보겠다.

제목 : 겨누가10가지수칙말하는까페
글쓴이 : 엽기적인그놈(kyungbak@naver.com)
홈페이지 - 작성일 2001년 08월 19일 16시 08분
본문 : 엽기지기님이말해주셨는데...
10가지수칙말하는데맞낭...
하지만 걍올림미당...-_-;;
우선 3호선 압구정역에내리신담에여
3번출구 신사전화국으루 나가셔서...
쭉~직진하면 씨네플러스라는 영화관이나오는데여...
그영화관건물 12층까페에서찍었다네요...

이 밖에도 실제 견우와 엽기녀가 타임캡슐에 편지를 묻은 소나무에 직접 다녀왔다는 여행기, 견우와 엽기녀가 만나는 캠퍼스가 어디인가에 대한 이야기들도 아주 많이 올라오고 있다. 이제 옥의 티를 발견하게 되고 그 밖에 영화에 실리지 못한 장면과 그 밖의 영화해석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제목 : 옥의티발견 [강추]
글쓴이 : 지현짱
홈페이지 - 작성일 2001년 08월 19일 17시 31분
본문 :
차태현이 첨에 그녀집에갔을때 아버지술을 새로터서 먹었는데 2잔먹으니까 다떨어져있더군요... 리플..^^

게시판에는 이제 이러한 것들을 집대성한 글들이 올라오기도 한다. 여기에는 이른바 영화 속에 감독이 의도적으로 담아놓은 이른바 '독수리 5형제'에 관한 글도 있다. '독수리 5형제'란 한 명의 배우가 1인 5역을 하며 영화의 곳곳에 등장하는 것. 감독은 이것을 관객이 찾도록 하는 트릭과 히치콕이 즐겨쓰는 감독의 까메오 출연까지 한다.

게다가 감독은 원작과 달리 엽기녀를 시나리오 지망생으로 각색하여 '소나기'를 패러디하고, 무협물을 코미디로 만들어 영화 속 영화까지 보여주는 잔재미까지 주고 있다. 이것 역시 관객들이 발견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곽재용 감독은 관객들이 극장 밖에서 이야기하면서 느낄 수 있는 스크린 밖의 영화적 재미를 만들어내는데에도 성공했다.

게시판에서 발견한 이 글은 그 분량과 집중력으로 필자를 놀랐게 했다.

☆★ 엽기적인 그녀 숨겨진 얘기들 총집합!!★☆
(링크: http://www.snunow.com/cgi-bin/technote/read.cgi?board=snunews2&y_number=28&nnew=2)

링크한 글을 보면 이글을 쓰기 위해서는 영화를 최소한 2, 3번 이상 보거나 혹은 인터넷 게시판을 여간 돌아다니지 않으면 쓸 수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소수 집단이 영화를 같이 반복해서 보는 재미에서 의미를 찾고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인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 아닌가? 그렇다. 이건 바로 90년대 초반 문화평론가들이 오매불망 한국에서의 재림을 기다리던 '컬트영화'의 정의와 같다. 게시판에는 이미 <엽기적인 그녀>를 컬트영화로 단정짓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길지만 인용을 해보자면...

제목 : 엽뇨는 다른영화와 달리 두번이상 본 관객이 많은게 특징같슴다.
글쓴이 : 말리꽃 (naruja@hanmail.net)
홈페이지 - 작성일 2001년 08월 19일 17시 53분
본문 :
솔지끼 돋나 대박 터지고 있다거 해더 그게 흔히 비교하는 쉬리,
JSA, 친구같은 영화랑은 약간 차이가 있는거 같슴다.
일단은 영화는 남녀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끌고 가기 땜에 그런지
사랑에 진행형(ing)인 젊음이들이 주관객인거 같슴다.
혹자는 그것땜시로 N세대를 겨냥한 기획영화라고 비난도 하던데..그
렇다고 하면 어떻슴까! 잼나게 보면 그만이쥐~ @,@;;
글거 가장중요한건 엽뇨는 불특정다수들이 영화극장이라는 특정공간
에서 알게모르게 관객들이 함께 공감 하면서 보는 영화같슴다.
그래서 마치 마법처럼 일부 분들이 후유증에 시달리고(저도 그럼
다;;) 극장에 저절로 발이 가거..구런현상이..^//^
설직히 이런영화는 돈아끼고 나중에 비도로 보면 실망함다.
관객들이 다같이 배꼽잡고 웃었떤 부분도 혼자 썰렁스~ 하게 보면 이
성적으로 판단하게 되고 '별로 안웃기네'란 결론에 이름다.
그러니 걍 잼나면 돋나도록 계속 보십셔!!
제가 알기론 2~3본은 기본같심다. 그래서 극장엔 아주 친숙한 분위기
가 감돔다. 마치 가족같은..*^^*
간혹 극장에 가면 서로 아는척도 함다. "또 오셨어요?" "예..헤헤-
_-;;"
그러기땜에 첨엔 영화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게 '과연 잼있을까? 잼
없음 안되는데..잼없음 주거쓰~' 란 생각을 갖고 입장하는 신참관객
들과 차이가 무지 남다.
대충 내용을 알기땜에 웃을때를 정확히 딱!~~ 맞추워 다들 웃어줌
다;; 뿐만 아니라 후반부에 급격한 반전에 의해 슬퍼지면(첨보는분들
은 미쳐 예상못함) 준비했던 손수건을 미리 꺼내두는 새심함도 발휘
됨다..헤헷
옛날에 미국에서 <럭키호러픽쳐쇼>가 그런현상을 일으켰다거 하져.
그만큼 가장 미국적인 정서를 반영했기때문임다. 한국에선 <엽기적인
그녀>가 그런 영화 같슴다.

^________,^

'말리꽃'님의 글이 튀는 것은 내용은 '영화평론'인데 글 스타일은 전형적인 통신유머체이기 때문이다. '음다'로 끝나는 견우의 말투를 흉내낸 이 문체 자체가 어쩌면 <엽기적인 그녀>에 대한 가장 강력한 찬사일 것이다.

<엽기적인 그녀>의 열풍은 이미 여러 번 보기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마치 <스타워즈> 매니아들이 스페셜에디션을 또 보고 캐릭터 상품과 DVD를 구입했듯이 <엽기적인 그녀>의 포스터와 원작(옆 사진)은 인기품목 중의 하나이고 영화개봉 후 이제 만화까지 출간되었다.

OST는 국내 최고의 적절한 대중감각을 지닌 '김형석'이 프로듀싱했으며 이미 신승훈이 부른 주제가 'I believe'는 <엽기적인 그녀>의 흥행과 더불어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관객들이 극장에서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다시 보면서 이토록 재미있어 했던 적이 있었나? 기억이 안난다.

이것은 마치 PC 통신에서 원작이 인기를 끌었던 방식과 비슷하다. 리플과 읽는 사람들의 쪽지 등 여러 반응들이 모여 '엽기적인 그녀'가 PC 통신에서 최고 연재물이 되었듯이 이 영화 역시 관객들의 반응에 의해 더욱 뜨고 있는 것이다.

PC통신에 '견우74'라는 아이디로 자신의 실화를 연재한 원작자(홈페이지 www.kyunwoo.net)가 묻어놓은 캡슐은 올 10월에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지금 현재 벤처 기업에서 2년 일한 후 실업 상태라고 하는데 영화의 인기로 더욱 더 스타가 된 그 옆에는 이제 다른 여자친구가 있다고 한다. 올 10월 그의 캡슐 개봉일에 수백, 수천여명의 <엽기적인 그녀> 팬들이 모여들지 말란 법도 없다.

나는 왜 컬트의 대열에 못 끼나?

<엽기적인 그녀>의 바람은 고딩들 사이에서는 가히 폭발적이다. 필자 역시 영화를 처음 보고 이 정도로 성공할 줄 몰랐던 이유는 한 가지였다. 어느새 나는 고딩들을 관객 파워 속에서 제외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고딩 때 봤던 청춘 영화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우측 사진)였다.

이 영화는 '신씨네'의 창립영화이기도 하고 '시네마써비스'의 강우석 감독 작품이기도 하다. 80년대 후반 고딩들이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하이틴 멜로 입시영화'를 보며 청소년기를 보냈다면, 21세기 초 고딩들은 다시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그러나 전략이 바뀐 '엽기 복돌이 랩소디'를 보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후반 고딩들이 '하이틴 멜로 입시영화'를 보며 청소년기를 보냈다면, 21세기 초 고딩들은 다시 같은 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그러나 전략이 바뀐 '엽기 복돌이 코믹멜로물'을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나는 내 나이 또래가 쓴 <엽기적인 그녀>의 '음미다' 글투가 조금은 불편했다. 어쩌면 <엽기적인 그녀>에 나타난 대학생의 모습은 고등학생들을 위해 꾸며진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문득 90년대 초반 이른 바 운동권 영화 <어머니 당신의 아들>을 만든 후 90년대 후반 충무로에 입성해 <질주>를 만들었다가 흥행에 실패한 이상인 감독이 한 말이 떠올랐다.

그는 '독립영화 회고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전의 대학생들이 피해망상증 환자였다고 한다면 지금의 대학생들은 유아병 환자인 것 같다. 유치함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씩 학년이 올라가면서 무언가 찾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90년대 중반 대학에 들어간 내 친구들은 이상인 감독의 표현을 빌려 쓰자면 피해망상증과 유아병 중에 하나를 택해야만 했다. 피해망상증과 유아병 중에 더 위험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 사이에 무엇인가 있는 듯도 싶은데.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서울대 인터넷 언론 SNUnow (www.snunow.com) 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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