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흥행'이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대중의,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는 길은. 2014년 연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이하 <님아>)란 미지(?)의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이 당연하지만 씁쓸한 영화계 환경을 입증하는 중이다.

12월 13일 토요일 박스오피스 1위, 스크린 수 728개에 일일 관객 수 24만 7천 명, 11월 27일 개봉해 누적 관객 수는 77만 6천 명. '제2의 워낭소리'라 불리며 12월 극장가에서 일대 역전극을 일으키고 있는 <님아>의 현재 스코어다. 천만 돌파를 앞둔 <인터스텔라>의 기록 수립을 늦췄고, 한국영화 기대작인 <빅매치>를 제친 지는 오래다.

3년 전 KBS <인간극장>에서 소개됐던 98세 할아버지와 89세 할머니의 1년을 담은 이 소품의 흥행은 다큐멘터리는 입소문과 CGV 배급망을 등에 업고 무섭게 스크린 수를 늘리고 있다. 한 달에 많게는 두세 편의 다큐멘터리가 예술영화관 위주로 상영되고 막을 내리는 현실에서 <님아>의 흥행은 여러 생각을 곱씹게 한다.

'제2의 <워낭소리>'를 꿈꾸는 다큐멘터리들의 몇 가지 갈래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포스터.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포스터. ⓒ 대명문화공장


최근 다큐멘터리를 배급 중인 영화사 대표와 사석에서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개봉하는 혹은 흥행이 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거칠게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고.

먼저, 사회파 다큐. <송환>의 흥행 이후 <경계도시>와 <두개의 문> 그리고 올해의 화제작 <다이빙벨>이 속할 이 장르는 기록물이라는 본래 다큐의 의도에 충실한 한편 방송 탐사보도가 주춤할 수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를 타고 개봉하는 다큐의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종교 관련 다큐. <사이에서> 등 무속을 다룬 다큐는 꾸준하게 관객의 관심이 모아졌다. <소명>으로부터 촉발된 기독교 혹은 개신교 관련 다큐 역시 고정 관객층을 업고 쉼 없이 선보이고 있다(최근 개봉한 <트루맛쇼> 김재환 감독의 <쿼바디스>는 이와는 정반대에서 한국 개신교를 비판한 영화다).

마지막으로 '제2의 <워낭소리>'를 꿈꾸는 작품들. <님아>가 증명하듯, 다큐가 꼭 비판적일 필요는 없다. '연성화'된 다큐라기보다 '감성 다큐'로 부를만한 이 작품들은 '휴먼'이나 '감동'을 키워드 삼아 노인 문제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물론 핵심은 그 안에 담긴 '관찰자'의 시선일 터다. 다큐의 장르가, 그 소재가 확장된다는 것은 분명 반길 만한 일이다. 문제는 선보이는 작품 수보다 관객들의, 언론의 관심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리라.

꾸준한 수작 다큐멘터리의 출현 VS 부족한 상영관과 관심

 다큐멘터리 <그림자들의 섬>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 <그림자들의 섬>의 한 장면. ⓒ 서울독립영화제


최근 폐막한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는 다큐멘터리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125편의 상영작 중 심사위원단이 고심한 대상작은 김정근 감독의 <그림자들의 섬>이었다. "한진중공업이라는 사업장을 통해 평범한 노동자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좌절하게 하는지 과하지 않으면서 결코 부족하지 않은 구성력이 돋보이는 수작"이라는 심사평이 나왔다.

심사위원상은 서동일의 <명령불복종 교사>가, 새로운선택상은 윤다희 감독의 <친밀한 가족>이 수상했다. 각각 일제고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파면 및 해직된 교사 7명의 투쟁기와 보통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가족사를 지닌 감독이 8년째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을 찾아 나서는 개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렇게 독립영화 진영에서는 여전히 발견할 만한, 그리고 주목해야 할 다큐멘터리들이 생산된다. 영화제를 거쳐 개봉에 이르는 작품들은 그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CGV 체인을 탄 <님아>의 성공은 지극히 이례적인 케이스다.

주로 독립영화의 범주 아래 묶이는 다큐멘터리가 멀티플렉스에서 대중들과 만날 기회는 말 그대로 희귀하다.  심지어, 정치적으로 논란이 됐던 <다이빙벨>의 경우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에서도 상영이 힘들 정도였다. 일반 멀티플렉스에서의 상영은 역시나 하늘에 별따기 수준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주류 영화상에서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허하라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 공식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 공식 포스터. ⓒ 인디스토리


이번 <님아>의 흥행은 분명 다큐의 대중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워낭소리> 때도 그랬다. 부질없다. 반면 다큐멘터리가 멀티플렉스에 극영화처럼 걸릴 수 있는 상영 환경에 대한 제고로 이어질 거란 기대를 하는 관계자들은 극소수일 것이다. 그만큼 홀대받아 온 다큐멘터리의 흥행 역시 극장 상영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제안한다. 한 해를 결산하는 주요 영화상에서 '다큐멘터리 부문'을 신설하자. 청룡상과 대종상을 비롯해 주류 영화상에서 다큐멘터리가 거론된 적이 있었던가. 평론가들이 투표하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마저 다큐멘터리 부문이 없다는 점은 한국영화계의 척박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례 아닐까.

물론, 주류 영화상이 극영화만을, 그것도 흥행에 성공한 상업영화를 후보작(자)로 올린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워낭소리>의 이충렬 감독이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였다.

적지 않은 개봉 편수를 차지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다면, 아니 환기시키려면 그나마 일반 관객들의 관심을 받는 주류 영화상에서의 다큐멘터리 부문 신설은 필요하고 또 그리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다. 그만큼의 언급과 환기가 절실한 것이다. 먼저, 내년 영평상이 다큐멘터리 부문 작품상을 신설하면 어떨까. 비평의, 담론의 책무가 그런 것은 아닐까. 견고한 멀티플렉스의 벽에 균열을 내는 일 말이다.

님아그강을건너지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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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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