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기사 공모 수상작 발표2017.11.28

“아무 것도 할 수 없어도, 듣는 사람이 나 자신뿐일지라도, 해결책을 예상할 수조차 없더라도, 나는 항상 질문을 던질 것이다. (중략) 이것이 그 누구도 내게서 빼앗아갈 수 없는 무기다.”(최예림)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기사 공모를 시작하기 전, 가벼운 걱정이 일었습니다. 그간 어디서도 말할 수 없었던 여성의 경험이 터져 나오길 바라면서도, 낙담의 방향으로 흐르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문제를 가감 없이 증언하되, 고통의 기억에 얽매이지 않길 바랐습니다. 기우였습니다.

지난 10월 16일부터 11월 17일까지, 총 13편의 공모 기사가 들어왔습니다. 적다면 적은 수의 글이지만, 젠더폭력부터 일상적 불평등까지 한국 사회에 응축된 여성혐오 이슈가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활자 속 여성들은 2년간 사귄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한 뒤 데이트폭력을 당하며, 고시원 방문을 열고 잤다는 이유로 ‘강간을 당해도 싸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런가 하면 평생 다이어트를 강요당하고, 꿈을 좇거나 혹은 주부로 산다는 이유로 비난받으며, 불쾌한 농담을 일상적으로 마주합니다.

닮지 않은 듯하면서도 닮은, 별개의 사건인 것 같으면서도 연결된 이야기들을 읽는 것은 참담한 간접 경험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읽어나갈 수 있었던 건, 행간 곳곳에서 ‘낙관의 단서’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왜 여자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던 이는 늘 그렇듯 좋아하는 짧은 치마를 입고, 클럽에 가서 신나게 춤을 춥니다. 인생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 동안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에 순응하며 살아온 이는 “지금부터 다시 살아보기로” 결심합니다. 오로지 남성들의 관점으로 구성된, “싫은 작품”에 대해 입을 닫지 않고 꼼꼼히 문제점을 짚어나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는 뒤틀리고 거대한 내 현실의 몸을 이끌고 그들이 여자만 할 수 있다는, 또 여자가 해서는 안 된다는 일을 한다. (중략) 설치고, 말하고, 행동한다. 그리고 글을 쓴다. 내가 감히 글 쓰고 말하고 ‘쿵쾅’거리는 게 너무나 거슬릴, 그래, 당신들을 위해.”(문지회)

“변화는 여성들이 더는 침묵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시작”됩니다. <오마이뉴스>는 그 소중한 발자취 중 일부를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기사 공모 수상작으로 선정(최우수1, 우수2, 장려3)했습니다.

 

수상 여부를 떠나 “조금 느릴지라도 나를 중심으로 페미니즘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길로 발을 내디딘 모두를 응원합니다. 세상을 끝내 터트려버릴 지도 모를 그 글쓰기가,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심사위원들은 논의 끝에 장려상을 하나 더 추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장려상 수상자는 총 3명입니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기사 공모 수상작

▶ 최우수상 (상금 30만 원, 창비 시크릿박스)
- 김민정(ayong30)
욕설 문자, 스토킹... 딸이 데이트폭력을 당했다

▶ 우수상 (상금 10만 원, 창비 시크릿박스) *가나다순
- 문지회(onesublee1701)
"걘 여자가 아니지" 성별을 '허락'받는 사회

- 양민영(soyongdori)
불쾌하다, 당신들의 '포항여고 그 계집애'

▶ 장려상 (창비 시크릿박스) *가나다순
- 구진영(lovelygudada)
아이는 3살까지 엄마 품에? 저는 일도 하고 싶은데요

- 정현환(surpernova)
"꼬리친 거 아냐?" 성폭력 피해자는 이런 말을 들었다

- 최예림(earlysummer)
"박근혜 전 대통령 봐, 이래서 여자는..." 그 말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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