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04 17:50최종 업데이트 23.10.0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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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5개월, 사회 각 부문에서는 급격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때로는 탄압으로, 또는 퇴행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각계 우려가 깊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기획 - 윤석열 정부 전&후>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부문별 평가와 더불어 대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윤석열 대통령이 9월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9월 21일, 교권보호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다음날인 22일 정부로 이송되었고, 곧바로 25일 국무회의를 거쳐 27일 공포되었습니다.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교권을 보장하고 정당한 교권 행사를 법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 금지 행위 위반으로 보지 않고, 징계와 처벌이 금지된다"며, "교사의 교권이 보장될 때 학생의 학습권과 인권도 보장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교육부와 관계부처는 하위법령 개정 등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교육 현장 정상화에 더욱 힘써주길 당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핵심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생각 밝혔습니다. 바뀐 내용과 취지 그리고 당부를 담았습니다. 나름 괜찮은 메시지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습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접할 때는 '괜찮네' 여겨지다가도, 이내 부족한 점이 느껴집니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권보호 법안이 처리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순간이고, 교육계와 많은 국민의 힘입니다. 그런데 이날 통과되지 못한 법안도 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은 표결에 부쳐지지도 못했습니다. 일명 '정순신 방지법'입니다.
 

9월 21일 국회 본회의 의사일정, 정순신 방지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은 14번째 안건이었지만 다뤄지지 못했다. ⓒ 국회


올해 상반기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던진 그 사안입니다. 청문회도 하고 의사봉을 두드리는 장면도 있어서 끝난 것으로 여겨지지만, 법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본회의 14번째 안건이지만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해 말이 없습니다. 법률공포안 다루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교권보호법 의미 설명과 더불어 정순신 방지법 미비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학생의 학습권과 인권 보장에는 학교폭력 근절도 중요하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대통령의 교육 분야 메시지는 비슷한 느낌입니다. 괜찮은 듯싶다가도 이내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혜안이나 묵직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씁쓸한 대통령의 메시지

이번 교권 사안에서도 그랬습니다. 정부의 징계 움직임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49재를 앞두고 수많은 선생님들이 거리로 나서자 그제야 '지난 주말 현장 교사들이 외친 목소리를 깊이 새기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징계 방침에 문제가 있었으면 그 전에 언급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만약 대통령실 생각과 달리 부처 독자적인 징계 움직임이었다면, 킬러문항 사례처럼 책임자 교체나 문책도 괜찮으련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교권 사안 초반의 학생인권조례 언급도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 2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당, 지자체와 협의하여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 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주문했습니다.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라는 지시입니다.

아무리 대통령이지만, 자기 권한도 아닌데 거론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육 지자체의 권한에 대한 침해 소지가 궁금합니다.

교권과 학생인권을 대립 관계로 보는 시선도 문제입니다. 둘은 동반성장 관계로, 우리 교육은 교권도 신장하고 학생인권도 신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대통령의 메시지는 씁쓸합니다. 인권조례에 손대는 정부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킬러문항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 상품입니다. 지금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고, 수능이 끝나고 나면 여기저기에서 회자되지 않을까 합니다.

킬러문항 배제는 타당합니다. 그걸 부정하는 국민은 없을 겁니다. 문제는 때와 표현입니다. 대통령은 수능 다섯 달 전에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면서 비문학 국어 문제와 과목 융합형 문제 등 구체적으로 콕 집었습니다.

그런데 킬러문항은 교육과정평가원이 4년 전부터 말해왔습니다. 2018년 12월 '지양'하겠다고 밝혔고, 올해 3월에도 "킬러문항 내지는 초고난도 문항을 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은 이때 메시지를 내야 했습니다. 신학기에, 수능 출제기관과 함께 설명했다면 수험생부터 공감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때는 하지 않고, 한 해 중간에 말합니다. 표현도 의문입니다. 평가원의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재확인하는 형태가 아닙니다. 마치 처음 지시인 것처럼 말합니다.

재수생 증가로 귀결된 대통령의 메시지
 

작년과 올해 수능의 응시생 현황, 재학생은 감소하고 N수생(졸업생)이 증가했다. 이외 검정고시 등이 있다. ⓒ 송경원


대통령의 킬러문항 메시지는 재수생 증가로 귀결되었습니다. 지난해 수능에서 14만 2303명이던 졸업생은 올해 15만 9742명으로 늘었습니다. 늘어난 인원은 1만 7439명이고 증가한 비중은 3.7% 포인트입니다. 킬러문항 배제를 고득점의 기회로 여기고 수능에 다시 뛰어들었습니다. 최상위권 학생은 의대를 생각하고, 어떤 학생은 상위 학벌을 염두에 둡니다.

주어진 여건에서는 최선의 선택입니다. 취업과 소득 그리고 사회생활까지 감안하고 내린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결정이나, 사회적으로나 교육적으로는 의미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학생들을 재수로, 이공계에서 의대로, 지방대에서 서울 소재 대학으로 이끄는 메시지가 괜찮은 것인지 의문입니다.

우리 교육은 학벌사회와 학교 서열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입시경쟁이 나오고 막대한 사교육비를 낳았습니다. 사교육비는 자녀 키우기 너무 힘든 양육환경과 저출산으로 이어집니다. 모든 국민이 아는, 내 삶의 질곡입니다.

새로운 문제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출산으로 대도시 중고등학교가 문을 닫고, 지방대부터 위기입니다. 될 성싶은 상위권 학생만 챙겨서는 교육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한계에 봉착하는 만큼 모든 학생을 키우는 태세 전환이 요구됩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킬러문항을 말합니다. 오래된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하는 혜안으로 과연 충분할까요.

교육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루틴'이 있으면서 동시에 갑자기 현안이 발생합니다. 요렇게 하면 될 것 같은데, 그러면 누가 유리해지고 이런저런 일이 생기는 등 줄줄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들 교육은 답이 없다고 합니다. 다들 아는 분야이지만 해법은 쉽지 않습니다. 이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여건과 욕망을 존중하면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최적의 지점을 찾아 적절한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일찍이 대선후보 시절 "고등학교 때는 학교를 나눠야 한다"며 "기술고등학교, 예술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라고 말해 의아함을 안긴 바 있습니다. 첫 번째 교육부 장관과는 만 5세 취학 브리핑 장면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반도체 인력 국면에서는 교육부를 경제부처로 봤습니다. 동료로 생각하지 않는지 갑자기 공무원 승진 자리를 대거 막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지도자에 걸맞은, 무게감 있는 메시지가 아쉽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송경원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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