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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를 진료하며 의사인 내가 느낀 것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코로나... 우리는 연결돼있다

등록 2022.11.25 15:33수정 2022.11.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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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우리 의원에서 신속항원 양성이 나와서 내가 전화 처방하는 수도 늘고, 전화로 하는 재택치료도 많아졌다. 환절기여서 코로나가 아닌 일반 감기로도 많이 온다. 감기 증상으로 신속항원 검사를 하면 15분 이내에 금방 결과가 나오는데, 코로나 신속항원이 양성이 나오면 양성으로 접수를 한다. 그러면 내가 전화해서 증상을 묻고, 증상에 따라 약을 처방한다. 

음성 결과가 나오면 진료실에 들어와 진료를 받는다. 나는 마찬가지로 환자의 증상을 듣고,  정황상 코로나가 아니면 감기약을 처방하고 보낸다. 만약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증상이 나타난 후 3~4일까지 양성이 안 나올 수도 있어요. 하루 이틀 정도 더 지켜보고, 증상이 더 심해지면 그때 다시 검사해 봅시다." 이렇게 관찰 및 재검사를 권유한다.

불공평한 코로나

코로나 환자를 많이 보다 보면 증상들을 통해 앞으로 한 번 더 검사가 필요한지, 그냥 지켜봐도 되는지 대략 감이 온다. 이전에는 열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목 아픈 것과 몸살이 많다. 어린이의 경우는 고열과 복통이 흔하다. 
 
재택치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환자의 증상에 맞춰 약을 처방하고, 필요시 코로나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처방한다. 만 60세 이상이나 만 12세 이상 기저질환자에게 팍스로비드를 처방할 수 있다. 약이 독하다고 하는 경우도 많아서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에 처방을 내린다. 

팍스로비드를 처방할 때 진료는 꽤 복잡해진다. 고지혈증 약 등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약이 있으면 그 약을 일시적으로 끊고 코로나 치료제를 복용하라고 안내한다. 팍스로비드의 경우 증상 5일 이내 약을 투여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증상 시작일도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무사히 낫는다. 그러나 모두가 코로나가 금방 지나가 버리는 것은 아니다. 기침과 가래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분들도 있고, 노인 분들은 코로나 이후 컨디션이 저하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인다.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코로나는 위협적이다. 요양원에서 코로나로 인한 사망이 발생했고, 나의 환자에게서도 코로나로 가족을 잃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코로나는 불공평하다. 위험인자가 있는, 취약한 지점이 있는 사람에게 더 무섭다. 몸이 약하고, 면역력이 낮은 사람에게 더 위험하다. 사회적으로 또한 그렇다. 코로나의 영향력은 취약계층 사람들에게 더 가혹하다. 장애인 시설이나 요양원에 감염이 발생하면 그대로 코호트 격리(집단 격리)가 되어 시설 내 사람들은 건강과 생명 자체에 위협을 받았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 입지가 약한 사람들에게 더 컸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저소득층, 여성 및 청년의 실직에서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쳤던 비율은 30~40% 에 달했지만, 소득 상위층, 남성 집단에서는 유의한 영향력이 없었다. 교육을 받고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경우, 마스크를 계속 쓰는 환경으로 인해 언어발달 지연, 사회성 지연 비율이 18%에 달한다.

노숙인, 장애인, 이주노동자, HIV 감염인 등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고 공공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사람들 또한 건강에 위협을 받았다. 모든 공공병원의 시스템이 코로나 대응 위주로 돌아가서 일반 진료를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코로나라는 거대한 재해가 할퀴고 간 곳에는 흉터가 남아있다. 만약 자신에게 코로나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체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취약한 지점들을 덜 갖고 있다는 뜻이 된다. 코로나는 누구에게는 직업을, 누구에게는 교육의 기회를, 누구에게는 건강과 생명을 빼앗았다. 코로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코로나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는 법

코로나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사로서 나는 당부하고 싶다. 코로나는 계속 변이하며, 다시 크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위험한 부작용이 생기지 않았다면 가능한 예방접종을 맞자. 그리고 감기 증상, 코로나가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자. 자가 키트에서 음성이 나와도 병원에서 검사할 때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꽤 있다. 

코로나 감염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걸리면 누군가를 전염시킬 수 있으며, 전파에 전파가 이어지면 코로나는 다시 퍼져서 모든 사람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사회 안에서 모두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라는 거대한 파도가 우리를 덮쳤고 사람들에게, 특히 약한 사람들에게 더 상처를 남겼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 한 명 한 명은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한다. 즉, 사회 구성원들은 서로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의존한다.

우리의 상호의존성을 알고 서로에게 관심을 쏟을 때, 우리는 더 끈끈해지고 강해질 수 있다.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고, 한 명의 아픔이 우리 모두에게 울릴 때 우리는 이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브런치 및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코로나 #예방접종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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