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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서 극소수 '덕후'만 선택하는 과목... 암울한 전망

[아이들은 나의 스승] 아이들로부터 사회 탐구 교과가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

등록 2022.10.02 11:49수정 2022.10.0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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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교 교실 ⓒ 연합뉴스

 
"앞으로 몇 년 뒤면 고등학교에서 인문 사회 교과가 통째로 사라질지도 모르겠어요."

한 동료 교사의 푸념이다. 지금 인문계고등학교에선 개인별 선택 교과 지정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금 고1 아이들에게 9월과 10월은 내년과 내후년에 배울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 시즌이다. 고1 교육과정은 국영수 등 공통 교과 위주로 배우도록 편성돼 있다. 

최종 선택이 끝나면 수강 과목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교과별 수업 시수에 맞춰 시간표가 고정되고 교과서 주문도 끝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마다 1학기 때부터 담임 및 교과 교사의 상담 등을 통해 교과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시뮬레이션을 반복하고 있다.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교과 선택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고2와 고3 때는 사실상 학년, 반의 의미가 없다. 등교 후 출석 확인만 끝나면 반 아이들 모두가 자신이 선택한 과목의 교실로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방과 후 야간자율학습 때나 다시 만나게 된다. 

고교학점제가 본격 시행되면 담임 교사의 역할은 줄고, 교과 교사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학년과 행정 교무실 체제에서 교과 교무실 체제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덩달아 생활지도를 책임지는 학생부의 역할보다 교육과정 담당 부서의 기능이 강화될 것이다.

해가 갈수록 극심해지는 선택 교과 쏠림 현상

이맘때쯤 담임 교사들은 반 아이들이 선택한 교과를 들여다보게 된다. 혹시 주어진 교육과정에 어긋나게 선택한 과목은 없는지 살피는 것이다. 예컨대, 교육과정에 따라 사회와 과학 관련 교과를 각각 한 과목 이상 선택했는지, 또 교양 교과는 두 개 이상 이수하도록 구성됐는지 등을 확인한다. 

교과 선택에 있어서 교사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고작 아이들 각자의 진로를 고려하여 관련 교과를 추천하는 정도다. 기실 이마저도 별 의미는 없다. 부모의 관심과 사교육의 도움을 받은 아이들의 경우, 일찌감치 '맞춤형 선택 교과'를 정해 미리 알려오기도 한다. 

당장 대학 진학의 유불리에 따라 결정되는 게 다반사다.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배우고 싶은 걸 배우는 게 아니라, 대학 진학을 위해 '전략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명문대의 경우, '권장 과목'과 '핵심 권장 과목'을 전형 자료에 명시해놓고 이를 부추기고 있다.

'뭘 하면 가슴이 뛰는지'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온 아이들에게 고교학점제는, 거칠게 말해서,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다. 일단 대학에 가서 진로를 고민해 보겠다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중고등학교의 진로 교육은 입시 공부 앞에 무릎 꿇은 지 이미 오래다. 

그러다 보니, 선택 교과의 쏠림 현상이 해가 갈수록 극심해지는 모양새다. 학교마다 다소 차이는 있을지언정, 고1 남학생 아이들 대부분이 과학 탐구 교과를 선택하고 있다. 사회 탐구 교과를 선택하는 아이들은 학급마다 손에 꼽을 정도다.

성적대로 줄 세우면, 상위권은 과학 탐구 교과를, 하위권은 사회 탐구 교과를 선택한다고 일반화시켜도 무방할 지경이다. 대입 전형에서 문과와 이과의 구분은 사라졌지만, 선택 교과를 통해 본 둘의 차이는 극명하다. '문송합니다'는 말은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통용되고 있다.

수적으로도 대학의 문과와 이과의 전공별 정원 차이가 시나브로 벌어지고 있다. 여전히 여학생의 경우 문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과학 탐구 교과를 선택할 때 대학 진학에 유리한 건 사실이다. 사회 탐구 교과 선택자에게 '최대의 적'은 여학생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미 초읽기에 들어간 인문학의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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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 동문회관에서 종로학원 주최로 열린 2022학년도 대입 정시 전략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2022학년도 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와 대입 전략에 대해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문제는 문과와 이과 선택자 간의 양극화된 성적 분포다. 이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차이도 거의 없다. 상위권 아이들의 '의치한약' 선호 현상은 더 따져볼 필요조차 없는 '고정 상수'가 됐다. 갓 입학한 고1의 경우, 성적이 상위 20% 이내면 목표는 무조건 '의치한약'이다. 

그래선지, 과학 탐구 교과 내에서도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최상위권은 생명과학과 화학을 주로 선택하고, 물리와 지구과학은 뒤로 밀리는 양상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을 통해 '의치한약'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선택 교과와 교과 세부능력 특기사항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물리와 지구과학 선택자를 사회 탐구 교과와 비교하는 건 남우세스러운 일이다. 대학 진학의 문이 넓고 취업에 대한 전망도 상대적으로 밝다는 생각에 여전히 선호되는 과목이다. 최근 정부의 반도체 관련 학과 육성 정책 발표로 더더욱 걱정할 일은 없을 듯하다. 

'인문계고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과학 탐구 교과 걱정'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결국 '버려지는' 건 사회 탐구 교과다. 그중에도 공부하기도 어렵고 등급 올리기도 힘들다는 경제나 세계사, 동아시아사 등은 학교마다 폐강되기 일쑤다. 극소수 '덕후'들만 선택하기 때문이다. 점수 따기 쉽다는 이유로 생활과 윤리나 사회문화 등이 가장 선호된다고 하지만 그래 봐야 도토리 키재기다. 애초 사회 탐구 교과를 선택하는 아이들이 소수여서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대학에서도 인문 사회 관련 학과가 통폐합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정년 트랙 교수의 퇴임까지만 존속하고 이내 폐지될 운명의 학과가 전국에 한둘 아니다. 이른바 '문사철'로 대표되는 인문학의 퇴출은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한국사만 남고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

얼마 전 동료 교사들끼리 이런 '웃픈'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지원자 수가 격감해 존폐 위기에 몰린 지방의 사립대와 명문대의 철학과 중에 어디가 먼저 문을 닫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후자에 손을 들었다. 인문학은 이미 '학교 밖 학문'이 됐다는 거다.

아이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 학과로의 편입이 가능하다면 모를까, 아무리 서울대라도 철학과로 진학하진 않을 것이라 답했다. 그런데도 굳이 인문학 관련 학과를 희망한다면, 열이면 열 교사를 꿈꾸거나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둔 경우라고 잘라 말했다. 

진로 탐색을 위한 모둠별 수학여행을 꾸리는 데도 이공계 선호는 확연하다. 모둠을 편성하고 계획서를 제출한 16개 모둠 중에 인문학을 주제로 삼은 경우는 단 한 곳뿐이었다. 문화 예술을 주제로 한 한 모둠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곳은 모두 의학과 이공계와 관련된 주제였다. 

오로지 '의치한약'과 이공대로의 진학만 꿈꾸는 아이라면, 고1 때 배우는 통합사회 과목이 사회 탐구 교과 공부의 처음이자 끝일 수 있다. 고2나 고3 때 의무적으로 사회 탐구 교과 하나를 이수하게 돼 있지만, 등급을 산출하지 않는 과목을 선택하는 게 불문율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수능에 응시하거나 학생부 종합전형을 대비한 교과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요컨대, 지금 인문계고에서 아이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주기란 우물에서 숭늉 찾는 일이 돼가고 있다. 대입 전형이 교육과정을 쥐고 흔드는 현실에서, 대학의 인문학 관련 학과의 통폐합과 폐지 방침에 고등학교의 사회 탐구 교과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러다간 필수 교과인 한국사만 남고 모두 사라질 거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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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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