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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위기라고 해도... 강원도에 '예술영화' 씨 뿌렸다

[현장]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지역 밀착 사업 '가을의 금요시네마'

22.09.28 16:46최종업데이트22.09.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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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순회상영전인 '가을의 금요시네마'가 열린 철원 작은영화관 뚜루에서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 박장식

 
상업영화가 주로 상영되곤 하는 강원도 곳곳의 작은영화관. 이곳에 단편영화와 예술영화가 찾아 관객들을 맞이했다. 평소 작은영화관은 커녕, 강원도 안에서도 강릉의 신영극장이나 원주의 모두극장 정도를 찾아야만 볼 수 있는 독립·예술영화를 동네에서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올해로 두 번째 개최를 맞이한 평창국제평화영화제(PIPFF)의 지역 밀착 사업 '가을의 금요시네마'. 9월 16일 평창 작은영화관 'Happy700 평창시네마'에서 열린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수상작 상영을 시작으로 철원, 양양, 영월, 그리고 화천까지 다섯 곳의 작은영화관에서 열리는 상영회다.

강원도의 예산 지원 중단으로 네 번째 영화제 이후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에 몰린 평창국제평화영화제였다. 하지만 올해 남은 사업을 완주하기로 한 사무국에서 변함없이 가을의 금요시네마를 개최하면서, 많은 지역 주민들이 영화관에서 예술영화의 세계를 접했다. 평창과 철원에서 있었던 가을의 금요시네마 현장을 다녀왔다.

단편·예술영화에 눈과 귀 기울인 시간

16일 평창 작은영화관 'Happy700 평창시네마'에서 열린 첫 '금요시네마'의 상영작은 세 편이었다. 올해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 수상받은 한국단편경쟁 부문 영화인 <씨티백> <터> 그리고 <현수막>이 차례로 상영되었다. 세 영화는 젊은 감독들의 한국 사회를 다룬 각자의 관점을 볼 수 있는 영화들이었다.

영화제 이후 상영회에서 단편영화를 연달아, 그것도 상업영화만이 상영되는 작은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모험'이었지만, 상영관을 절반 정도 채울 정도로 적지 않은 관객들이 상영관 안에 자리잡았다. 그런 기대에 맞게 상영작들은 여느 장편영화 못지 않은 실감나는 이야기로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토바이 타는 10대'의 이야기를 세밀한 다큐멘터리로 그려낸 <씨티백>에는 현실적인 인터뷰이의 한 마디 한 마디가 흘렀고,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한 아들의 유골을 계속 모시고 사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터>, 실종 아동이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돌아온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현수막>은 현실적인 드라마 같은 느낌을 안겼다.

이어 23일 철원 작은영화관 '뚜루'에서 열린 두 번째 '금요시네마'에서는 지난해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개막작인 안재훈 감독의 <무녀도>가 찾았다. 일제강점기 김동리 작가가 냈던 소설 <무녀도>를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그린 영화 <무녀도>는 무속과 기독교가 대립하던 근대화 시기 종교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담았다.

철원 역시 꽉 차지는 않았지만 적잖은 관람객이 방문했다. 특히 다른 영화를 보러 방문한 시민들이 금요시네마를 찾아 <무녀도>를 관람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일제강점기 당시를 실감나게 그려낸 데다, 뮤지컬로 꾸며졌던 영화의 장면마다 눈을 맞추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내년부터는 개최 어려울 것" 말에 탄식도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강원지역 순회상영전 첫 번째 상영이 열린 평창 작은영화관에서 관람객들이 상영관에 입장하고 있다. ⓒ 박장식

 
영화가 끝나고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김형석 평창국제평화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사회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관람객들이 상영회를 찾은 영화 감독들과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익숙지 않은 단편영화의 내용에도 집중해 감독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울러 학창시절에 한 번쯤은 읽어보았을 소설인 <무녀도>를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안재훈 감독에게도 재해석이나 향후 계획 등에 대해서 물어보는 등, 영화와 관련된 충분한 질의가 오갔다.

영화의 내용이 달랐으니 만큼 관객과의 대화 내용도 크게 달랐지만, 관객들이 함께 탄식을 내뱉은 지점도 있었다. 바로 김형석 프로그래머가 "뉴스를 통해 접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영화제가 개최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내년부터 이런 상영회를 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알림을 전했을 때였다. 

김형석 프로그래머는 관객들의 짧은 탄식을 받아 "그래도 여러분이 작은영화관에서 이런 예술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며, "이런 관객과의 대화까지 합치더라도 큰 예산이 들지 않는다. 여러분이 지자체의 문화재단이나 관련 단체에 요청을 해주신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면서 당부했다.

한편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사무국은 내년부터 강원도의 예산이 축소되면서 내년 이후 행사의 개최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되었지만, 올해 일정만큼은 차질 없이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금요시네마 역시 남은 세 번의 상영회를 계속 가진다.

오는 30일에는 양양 작은영화관에서 방민아 등이 주연한 <최선의 삶>이 상영되고, 다음달 6일에는 영월시네마에서 올해 영화제 국제경쟁작에 올랐던 <아이를 위한 아이>가 스크린에 오른다. 마지막 상영회인 13일에는 화천 '산천어시네마'에서 지난해 초청작이었던 <송해 1927>이 상영된다.

강원도 곳곳에 지난 4년간 성공적으로 진행된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기억을 뿌리고, 아울러 독립·예술영화를 지역민에게 맞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가을의 금요시네마'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관람 문의는 전화 033-244-5500나, 평창국제평화영화제 홈페이지를 통해 하면 된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 평창군 영화제 영화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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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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