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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가 검증 포기한 '김건희 논문' 표절 실상... 이건 시스템의 악행

[분석]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 '표절 아님' 결정 비판... 방법론·연구절차 '복붙'·구성도 베껴

등록 2022.09.26 17:13수정 2022.09.2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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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이 9월 20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77차 총회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AP=연합뉴스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아래 학회)는 최근 김건희 여사가 2007년 학회에 투고하고 학회가 '게재 가 평가'로 심사해 출판한 '연구논문 2편'을 지난 9월 2일 윤리위원회에서 심사했다고 밝혔습니다. 학회는 놀랍게도 국민대와 똑같이 '표절 아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결론은 9월 6일 '범학계 국민검증단'의 검증 결과인 '표절의 집합체'라는 판단과 정반대입니다. 저는 학회의 결론을 19일자 <한겨레> 기사를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그 결론은 김 여사 표절 논란의 엄중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딱 한 문장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 연구윤리위원회는 논의된 두 편의 논문에 대하여 교육부 지침 제16조에 의거, 국민대학교 연구윤리위원회의 재조사 검증 결과를 인용하는 것으로 한다." - <김건희 'member Yuji' 논문, 디자인트렌드학회도 검증 '패싱'> 

학회가 연구부정행위 여부를 심사한 김 여사 논문은 학회 학술지 <한국디자인포럼>에 게재된 아래 두 편입니다. 저는 이 두 편을 편의상 (가)와 (나)로 구분하겠습니다.(가)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들의 구매 시 e-Satisfaction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김명신, 한국디자인포럼 16권,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 2007.8), (나)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김명신-전승규, 한국디자인포럼 17권,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 2007.11).

국민대 '거짓 검증 결과' 그대로 가져온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

학회의 표절 검증에 나타난 가장 큰 문제점은 학회가 '자체 검증'을 포기한 채 국민대의 '거짓 검증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데 있습니다. 만일 '을'이 '갑'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갑'의 말을 받아들였다면, '을' 또한 거짓말을 한 것과 같습니다. 국민대학교는 사립대로서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뒤얽혀 있다는 점에서 표절 여부를 '오직 학문의 관점'에서만 검증하는 게 매우 힘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학회는 학술활동을 위해 설립된 공익법인(公益法人)으로서 표절 검증을 엄격한 학문(學問)의 관점에서 시행했어야 합니다. 학회의 홈페이지에는 '연구윤리강령'(아래 강령)이 반듯하게 올라와 있습니다. 학회는 연구윤리위원회를 상설하고 있고, '강령 제10조 판정'에 따를 때, 윤리위원회는 연구부정행위 심사가 완료되면 그 판정의 조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하여 회장에게 보고하도록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보고에는 제보자와 해당 연구자의 이의제기 또는 변론 내용과 그에 대한 처리결과 등이 모두 함께 제출되야 합니다.

또 '강령 제11조 징계'에 따를 때, 학회는 부정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자세히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단순 실수'에 의한 표절은 수정 요구 정도에 그치는 가벼운 징계를 내리지만, '중대(고의에 의한) 실수'에 의해 저질러진 표절의 경우는 게재 취소와 투고 금지 그리고 회원자격 정지, 나아가 "소속기관에 통보"나 "법률기관에 고발" 등의 강력한 처벌이 내려집니다.

특히 '강령 제12조 검증과 징계의 시효'에서는 "연구부정행위의 검증에는 시효를 두지 않는다"라는 특별 조항까지 정립해 두었습니다. 학회는 자신들이 스스로 마련해 실천하겠다고 선언까지 했던 연구윤리를 저버리기 위해 '교육부 지침 제16조'를 끌어들였습니다. 저는 학회의 "~인용하는 것으로 한다"라는 문장에서 고도의 선전술을 보았습니다.

법률에서 '인용(認容)'이란 표절을 당했다고 고발한 사람의 주장이 타당하여 그 주장을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릴 때 쓰는 말입니다. 만일 '인용'이 받아들임의 뜻으로 쓰인다면, 학회는 표절 의혹을 제기한 고발자의 주장이 사실임을 인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만일 '인용'이 '인용(引用=따오기)의 뜻으로 읽힌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학회는 자신들의 결정이 마치 국민대의 검증 결과를 그대로 따온 것인 양 만들었고, 그로써 자신들의 검증 결과는 '표절 아님'과 같다고 강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회의 이러한 말장난은 '지식인들의 교만한 속임수'입니다. '말 속임 짓'은 '모른 척하기(무시 無視)'나 '입 다물기(침묵 沈默)만큼이나 몹쓸 짓입니다. 책임(責任)은 주어진 물음에 대해 올바른 말로써 대답하는 것이지 자신의 잘못이나 허물을 감추기 위해 '그럴듯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게 아닙니다. 학회는 자신들의 속임말을 가리기 위해 자신들의 결정이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아래 지침)'에 근거한 것이라는 '오류 논증'을 펼쳤습니다.

학회가 자체 검증의 책임을 교육부에게로 돌리기 위해 끌어들인 '[지침] 제16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6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책임주체)
①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검증 책임은 해당 연구가 수행될 당시 연구자의 소속 기관에 있다.
② 대학등은 연구부정행위 검증을 위하여 조사위원회 등 관련 기관(이하 "조사위원회"라 함)을 두어야 한다.

학회가 '36계 줄행랑'을 칠 수 있도록 만드는 부분이 제16조 ①항에 실린 "검증 책임은 해당 연구가 수행될 당시 연구자의 소속 기관에 있다"라는 글귀인 듯합니다. 김 여사의 당시 소속기관이 '국민대 대학원'이었으므로 제16조 ①항은 표절 검증의 주체와 책임자가 국민대에 있는 것처럼 읽힐 수도 있습니다. 만일 이 말이 맞다면, 한국의 그 어떤 학회도 연구부정행위를 심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는 틀린 말입니다. 모든 학회는 표절 문제뿐 아니라 저자바꿔치기 등의 연구윤리문제를 심사하고 처벌해 왔습니다. 학회는 고의로 저 ①항을 구부리고 비틀어 쓰레기통에 집어넣은 셈입니다.

그럼에도 학회가 빠져나갈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제16조 ②항' 때문입니다. 여기서 연구윤리의 '주체'로 인정되는 '대학등'이라는 표현은 언뜻 다양한 종류의 대학들을 가리키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것은 '법률적 표현'으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지침'이 근거하고 있는 법률인 '「학술진흥법' 제6조(학술지원 대상자의 선정 등)에 명시된 바에 따르자면, '대학등'이라는 표현은 '대학·연구기관·학술단체'를 아울러 이르고, '학술진흥법' 제2조(정의)에 따를 때, '연구기관'은 "가. 국공립 연구기관, 나. 정부출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연구기관 등이 되고, '학술단체'는 학술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과 단체를 모두 가리킵니다.

지침의 근거이자 상위 법인 '학술진흥법'에 따를 때,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는 학술단체로 등록된 공익법인으로서 '검증 기관'이 분명하고, 따라서 학회의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심사는 선택이 아닌 '법률이 정한 의무'인 것입니다. 학회가 학술단체로서의 사명을 저버린 채 그 의무 회피의 책임을 교육부에게로 돌린 것은 반지성적 행태일 뿐 아니라 반학문적입니다.

학문(學問)이란 배움과 물음을 통해 올바른 앎을 일구고, 그 앎을 모든 사람에게 널리 퍼트리는 일이고, 논문이란 바로 그 올바른 앎의 짜임새를 단단히 짜나가는 글쓰기입니다. 학회의 본질이 앎을 키워나가는 데 있다면, 학회는 학문의 세계를 어지럽히는 죄를 지은 것입니다.

학회가 검증 포기한 두 논문의 표절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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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로부터 논문을 도용당했다는 구연상 숙명여대 교수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 검증을 위한 범학계 국민검증단 대국민 보고회’에 참석해 “단순 표절을 넘어서 저자를 바꿔치기한 표지 갈이와 같은 악행이다”고 말했다. ⓒ 유성호

 
여기서 저는 학회가 검증을 포기한 두 논문 (가)와 (나)의 표절 실상을 짧게나마 알려 드리겠습니다. 2022년 8월 1일 발표한 두 논문에 대한 국민대 '검증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논란 관련 교육부의 학위논문 검증실시 및 조치계획 제출 재요구(2021.1012.)에 따라 국민대학에서 실시한 재조사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가) 학술지 게재논문 「온라인 쇼핑몰 소비자들의 구매 시 e-Satisfaction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 한국디자인포럼 16권(2007)에 대해서

이론적 전개 과정 부분에서 인용 등 미흡한 점이 발견되었고, 이를 현재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다소 부적절한 논문이라고 판단될 여지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구부정행위의 판정을 위해서는 ① 해당 행위가 있었던 당시의 보편적인 기준, 학계의 관행과 특수성. 당시의 학회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 ② 조사대상 논문에 대하여 논문 게재 당시 해당 학회에서 적용한 연구부정행위 위조, 변조 등) 여부의 판단 기준, 학회 논문심사 기준 및 평가방법. 논문심사의견서 등 해당 논문에 대한 심사 관련 자료 등이 문서보존 연한 도과로 확보가 불가능한 점. ③ 해당 논문의 작성 당시에는 연구윤리를 가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고 연구윤리 교육에 관한 기준 역시 확립되지 못했던 상태였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하여, 해당 논문에 대해 연구부정행위를 검증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검증이 적절치 않은 것으 로 판단하였습니다.

(나) 학술지 게재논문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 한국디자인포럼 17권,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 2007)에 대해서

① 영문 표현을 포함한 완성도 및 인용에서 미흡한 점이 일부 있으나, 논문의 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위원회 규정 제11조(연구부정행위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점. ② 인용 부분은 이미 공개되어있는 통계자료를 활용하거나 일반적인 연구방법론에 관한 내용이라는 점. ③ 해당 논문 작성 당시에는 연구윤리를 가능할 수 있는 시스템과 연구윤리 교육에 관한 기준이 아직 확립되지 못한 상태였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원회 규정 제11조 '표절'에 해당하거나, 학문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날 정도의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 KBS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아님' 발표했는데..누가 설명 좀 해주세요>

학회는 김 여사의 두 논문 (가)와 (나)에 대해 국민대와 마찬가지로 '표절 아님'의 판단을 내린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2022년 9월 6일 '범학계 국민검증단'은 김 여사의 (가)와 (나)가 '매우 심각하고 광범위한 표절'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온세상에 알렸고, 그 검증자료를 사교련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한 부분만 제시하겠습니다. 나머지 내용은 검증단의 자료를 직접 확인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2007년 논문(나) '온라인 운세 콘텐츠의 이용자들의 이용 만족과 불만족에 따른 회원 유지와 탈퇴에 대한 연구'와 김필승 교수의 2004년 논문 '상업 스포츠센터의 효율적 고객관리를 위한 회원참여 및 탈퇴 메카니즘 연구'(중앙대학교 대학원 체육학과 스포츠 사회학 전공)의 일부분을 비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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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2007년 논문(좌), 김필승 2004년 논문_1 ⓒ 구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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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2007년 논문(좌), 김필승 2004년 논문_2 ⓒ 구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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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2007년 논문(좌), 김필승 2004년 논문_3 ⓒ 구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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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2007년 논문(좌), 김필승 2004년 논문_4 ⓒ 구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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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2007년 논문(좌), 김필승 2004년 논문_5 ⓒ 구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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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2007년 논문(좌), 김필승 2004년 논문_6 ⓒ 구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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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2007년 논문(좌), 김필승 2004년 논문_7 ⓒ 구연상

 
논문 (나)는 길이가 9쪽인데 김필승(2004)의 박사학위논문의 방법론과 연구절차를 그대로 '복붙'했을 뿐 아니라 그 아이디어와 논문구성의 방식까지 베꼈습니다. 게다가 (나)는 설문의 항목까지 비슷하고, 그 결괏값마저 유사해 보입니다. (나)는 '매우 명백한 표절 논문'입니다. 김 여사와 그녀의 지도 교수 전승규는 '공저자'로 표기되어 있지만, 이는 공헌이 없는 자를 저자로 표기하는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라는 또 다른 연구부정행위가 의심됩니다.

저는 학회의 검증 책임회피는 국민대의 '정치적 면죄부'보다 '더 큰 악행'이라고 봅니다! 이는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학회는 학문의 전쟁터이자 개선문이고, 학자들의 양심이 결집된 공동체인데, 학회가 연구의 진실성 판정에 눈을 감고 등을 돌린다는 것은 가장 학문적이어야 할 학회마저 '이권(利權)의 카르텔'에 편승하겠다는 공개적 선언과 같습니다. 이는 그들이 겉으로는 신자유주의에 의한 대학의 자본 종속을 비판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학문 장사에 누구보다 앞장서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의 태도를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촛불로는 세상 전체를 밝힐 수 없지만, 해가 떠오를 때까지 사람들이 갈 길을 잃지 않게 할 수는 있습니다. 김 여사의 박사학위논문·연구논문의 표절 검증에서 드러난 '시스템의 악행'으로 인해 뒤엉킨 실마리들이 하나하나 제대로 풀리기는커녕 되레 꼬여만 가고 있습니다. 국민대의 검증시스템 악행의 고리를 끊어낼 줄 알았던 학회마저 진실 해명에 등을 돌렸다는 사실이 너무도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표절의 그림자가 한국 학계 곳곳에 칡덩굴처럼 사방팔방으로 뻗어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습니다. 시스템을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사람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올발라야 시스템도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착한 시스템'은 바르고 착한 사람들의 연대를 통해서만 바루어질 수 있습니니다. 저는 한국의 학회 차원에서 '김 여사 표절 인정을 촉구하는 집단적 서명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연구부정의 악행을 감싸고 눈감아주는 일은 반드시 응징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숙명여대 교수이자 철학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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