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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우 "칼럼 '지방 총각들' 구렸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인터뷰 ①]<쇳밥일지> 저자 '조선일보' 칼럼 논란에 대해 말하다

등록 2022.09.21 11:22수정 2022.09.2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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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밥일지>를 펴낸 천현우 작가. ⓒ 유성호

 
천현우(32) 작가의 칼럼이 논란이다. 15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지방 총각들'도 가정을 꿈꾼다>라는 글이다. "청년이 지방을 떠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1600자 분량의 이 짧은 글은 발행 후 엿새째 지역 소멸, 청년, 여성, 젠더, 계급, 불평등, 일자리, 산업구조, 노동, 인구, 결혼, 육아, 성차별 등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들에 대한 다양한 논쟁을 분출시키며 SNS를 달구고 있다.

수도권, 4년제, 화이트칼라 중심의 청년 담론에 이의를 제기해온 천 작가는 마산, 전문대, 하청, 용접 노동자 출신이다. 최근 저서 <쇳밥일지>로 관심을 모은 그는 칼럼을 통해 중공업 중심의 동남권에 사는 지역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 고향에 남아선 결혼할 기회도 줄어드는 현실을 말했다.

그는 "일단 지방에는 또래 여성이 별로 없다. 제조업에 몰아주었던 산업 구조는 여성 일자리의 소외를 불렀다. 청년들의 지방 이탈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그 와중에 계속 기울어지는 성비 불균형은 잘 다뤄지지 않는다"고 썼다.

문제가 된 대목은 칼럼의 마지막 문장이다.

"계급 이동 사다리가 사라진 지난한 현실 속에서도 지방 총각들은 가정을 꿈꾼다. 내 차를 타고 퇴근해, 내 집의 현관문을 여는 순간, 나를 맞이할 아내와 아이들의 환한 미소를 떠올리면서."

가부장적이고 성역할을 고정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천 작가에게 이번 논란에 대한 생각을 직접 물었다. 20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에서 그를 만났다.

"지역 청년 현실 그대로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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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칼럼 <'지방 총각들'도 가정을 꿈꾼다> ⓒ 조선일보PDF

 
- <조선일보> 칼럼 관련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워낙 얘기가 많은 것 같다. 처음 (논란이) 촉발된 건 아마 어느 변호사님의 글이었던 것 같은데, 그분이 어떤 생각으로 글을 쓰셨는지는 알 것 같다. 나로서도 이런 일을 처음 겪어 어제와 엊그제 잠을 거의 못 잤다."

- 이번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나.

"제 글이 '구렸음'을 인정한다. 칼럼이 잘못됐다면 응당 비판받는 것이다. 마감에 쫓겨서 쓴 글이었지만 그건 변명이 안 된다. 논쟁의 양상이 다소 반복 재생산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지만, 유의미한 토론이 오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건 괜찮다고 본다."

- 유의미한 토론이라면 무엇을 말하나.

"가족주의에 대한 논쟁, 그동안 여성들이 가족주의 하에서 얼마나 억압받았는지에 대한 토론이 제기된 건 유의미하다고 본다. 동시에 지방의 남성들이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됐는지에 대한 얘기, 수도권 사람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시혜적으로 지방을 바라봤는지에 대한 얘기들도 나오고 있다."

- 가부장적 가족주의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조금 당혹감을 느끼긴 했다. 실제 우리들, 지방 청년들에게 '가족을 꾸리고 싶다'는 희망은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그마저 어려워졌다는 게 칼럼에서 하고 싶은 말이었다. 솔직히 말해 이제는 가정을 꾸리는 것 자체가 중산층의 소유물처럼 돼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 청년들도 가족을 꾸리고 싶다는 얘기는 지방 청년들도 중산층이 되고 싶다는 얘기와 똑같다. 그 둘이 같은 말이다. 계급 이동이 불가능해졌다는 걸 알면서도 중산층을 꿈꾸지 않나. 지방 청년도 마찬가지다.

사실 우리 지방 청년들은 가족주의 그 이상을 잘 모른다. 가족주의 이외의 다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거라도 꿈꾸는 거다. 이런 설명을 좀 했더라면 글이 더 매끄러웠을 것 같다. 가족주의에 대해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고, 뜬금없이 건너뛴 면이 있었다.

제 생각이 낡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저 낡은 사람 맞다. 지금 나오는 지적들이 저에 대한 비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제가 낡은 게 맞으니까. 지역은 낡았으니까. 칼럼에서 그린 모습들이 실제 지역에선 계속 당연하게 받아들여져 왔으니까. 부분부분 잘라서 수정할 것들은 수정해가야 한다. 하지만 이 현실 자체를 지역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고 본다."
 
- 마지막 문장에 대한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문자 그대로 지방 청년들은 그런 걸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이 구린 것이든 아니든, 옳든 그르든, 시대에 뒤쳐졌든 아니든 하는 가치 판단을 떠나, 진짜 그냥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 문장이 빠지면, 지방 남성들의 욕망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고 본다. 다만 글 마지막이 아닌 글 중간에 있었다면 지금처럼 문제가 되진 않았을 것 같다. 맨 끝에 써버리니 마치 그게 칼럼의 결론처럼 수렴돼 빨려 들어가 버린 측면이 있는 것 같다."

- "글이 구렸음을 인정한다"고 한 것은 마지막 문장에 대한 생각인가.

"전체적으로 서투른 글이었다. 좀 더 날카롭게 썼어야 했다. 지면의 부족도 있었다. 이번 건 제가 못 썼기 때문에 꼬집힌 면이 있는데, 글 쓰는 사람으로서 폼은 좀 떨어지지만 어쨌든 논쟁에 불을 당겼다고 좋게 생각하려 한다. 이런 논쟁이 아예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논쟁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 서로 평행선만 긋는 것보단 자주 접촉하고 미운 정이라도 들면 이해할 측면이 하나둘 생기지 않겠나."

- 지난해 4월 보궐선거 이후 '이대남'에 대해 썼던 글이 화제가 됐다. 그 글 역시 젠더 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때와 거의 똑같은 상황 같다. 작년에는 여성주의적 시각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너무 아프니까 자기방어 기제처럼 '나, 여성 노동자 친구도 알아' 하면서 변명하듯이 반론을 폈었다. 지금은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SNS글이었지만, 이번 글은 지면에 실려 나갔다. 있는 그대로 평가받는 게 맞다."

- 천현우라는 필자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 같다.

"제가 과다 대표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 것 아닌가. 저도 부디 제 목소리 말고도, 지방에서 더 많은 목소리들이 들렸으면 좋겠다. 저라는 개인이 뭘 대변할 수 있겠나. 저는 그냥 저와 제 주변의 얘기를 써온 것뿐이다. 이를 마치 지방 남성들 전체를 대표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수도권 남성 전체의 대립항에 위치시키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있을 논쟁에서도 저라는 특정 개인에 대한 부분은 빠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서울 중심의 폭력적 질문들... 지역 산업 체질 개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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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청년으로 살면서 제조업에서 겪은 일들을 모아 <쇳밥일지>로 출간한 천현우 작가. ⓒ 유성호

 
- 칼럼의 주된 내용은 지역 청년들이 결혼하기 어려워지는 현실이다.

"제가 일한 마산이나 창원 현장의 성비는 9 대 1도 아니고 9.5 대 0.5 수준이었다. 물론 구미 등 경공업이나 섬유공장 단지들이 있는 곳에는 여성 비율이 더 많은 경우도 있지만, 중공업 쪽으로 가면 여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중공업은 기본적으로 노동자의 육체 노동을 갈아 넣음으로써 유지되는 산업이다. 물론 육체 노동을 갈아 넣는 현장에도 여성 노동자가 있긴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하면서 만난 용접 노동자들 중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때, 0.3평짜리 감옥에 들어간 유최안 부지회장보다도 제가 더 인상적이었던 건 여성 파워공(페인트칠 전 전동 그라인더로 선박 표면의 녹이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노동자)들이 많이 보였다는 점이다. 대부분 연령대가 높으셨고, 아마도 생계를 책임지는 분들일 가능성이 커보였다.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하청 파업 역시 지역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고 본다. 대우조선 하청 파업이 왜 일어났나. 거제에 남아 일하며 살기로 결정한 지역 주민들이 더 이상 먹고 살 만큼도 못 벌게 된 현실에 난리가 난 것 아닌가."

- 대우조선 하청 파업이 이슈가 됐을 때, 관련 기사에 '그렇게 적은 돈 받고 왜 지방에서 일하나, 왜 돈을 더 많이 주는 서울·경기로 오지 않냐'는 식의 댓글들이 많이 달렸던 기억이 있다.
 

"바로 그 지점이 제가 하려 했던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각자 다 사정은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친구가 너무 많아서 떠나지 못할 거고, 어떤 사람들은 조선소가 계속 잘 나갈 줄 알고 주변에 집을 사놨을 수도 있다. 꼭 이렇게 딱 떨어지는 합리적인 이유가 아니라 그저 지역을 떠나지 않고 남은 사람들도 있다. 세상이 늘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 생각해보면 지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은 지역에서 사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는데, 서울 중심의 사고는 당연하다는 듯이 '왜 서울로 오지 않냐'는 질문을 해왔던 것 같다.

"그렇다. 그게 얼마나 폭력적인가. 질문 자체가 잘못돼왔던 것 아닌가."

- 최근 출간된 첫 저서 <쇳밥일지>에도 "내 고향이 더 활기차졌으면 좋겠으예. 여서 공부하고 자란 애들이 고향서 계속 살면 좋겠고. 할매 할배들도 손주뻘 알라들 봄시롱 흐뭇해하고. 공장 댕기는 누님하고 아재들도 좀 어깨 피가믄서 신나게 일하고. 여 공원에 서울 놈들도 이빠이 와가 돈도 좀 펑펑 쓰고…"라는 부분이 나온다.

"그게 로컬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역에 대한 사랑이다. 이것마저 촌스러운 것으로 평가 받기도 하지만, 저는 여전히 그것은 소중한 가치라고 본다."

- 칼럼에 대안까지 제시되진 않았다. 지역에 남은 사람들이 결혼하지 못하는 현실은 어떻게 바꿔야 한다고 보나.

"메가시티론 같은 것 말고, 중공업과 제조업 위주의 산업을 체질 개선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김해에 피플앤스토리라는 기업이 있다. 웹툰과 웹소설을 제작하는 콘텐츠 업체인데 서울에서 김해로 이전하고 나서 회사가 더 잘 됐다. 생각해보면 콘텐츠 업체들이 굳이 서울에 있어야 하냐는 의문이 든다. 어차피 글이나 그림은 벽 보고 쓰는 건데. 콘텐츠 업계를 지역으로 내리면 어떨까? 빅테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인적 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교통망이 우월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으로 다 보낼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방법 등을 통해 이 같은 흐름을 더 촉진할 수도 있다."

*책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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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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