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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7분의 대장정... 프로야구보다 쫄깃했던 고교야구

[봉황대기] 장충고, 11회까지 가는 승부 끝 4강 진출... 강릉고와 준결승 갖는다

22.09.08 14:35최종업데이트22.09.0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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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혈투였다. 서울 고교야구 라이벌 장충고등학교와 덕수고등학교의 싸움은 여느 프로야구 경기보다 더욱 심장이 떨리는 호각지세였다. 11회까지 가는 대장정에는 무려 5시간 7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009년 연장 승부치기 도입 이후 가장 긴 시간동안 진행된 고교야구 경기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봉황대기 8강전에서 장충고등학교가 덕수고를 상대로 연장 승부 끝에 12-11의 스코어로 승리했다. 지난해 봉황대기에서 우승을 거뒀던 덕수고는 혈투에서 끝내 웃지 못한 채 돌아가야 했고, 장충고는 4강에 올라 우승까지 두 경기를 남겨놓게 되었다.

이어진 강릉고등학교와 유신고등학교의 경기는 강릉고의 7-1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강릉고는 지난해 봉황대기 4강에서 유신고에 덜미를 잡혔던 바 있기에 이날 경기가 중요했을 터. 강릉고는 김백산과 조경민의 호투와 더불어 김예준, 정재우의 적시타에 힘입어 올해 첫 4강 진출을 이뤄냈다.

승리 목전에서 '아차'... 극적인 승리 장충고
 

이날 덕수고와 장충고의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한 이진하 선수. ⓒ 박장식

 
장충고등학교와 덕수고등학교의 경기는 1회부터 심상치 않게 흘러갔다. 1회 초 덕수고등학교 이승원 선수가 1루 주자가 도루한 사이 홈스틸을 시도했지만, 장충고 포수 김동주의 빠른 송구 플레이에 아웃이 되나 싶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해당 판정이 번복되며 덕수고가 한 점을 먼저 가져갔다.

덕수고는 2회에도 1점을 더 올리며 경기 초반 분위기를 잡았다. 그러자 장충고 코칭스태프도 변화를 꾀했다. 3회부터 2학년 육선엽 선수가 등판해 경기를 책임지기 시작했다. 육선엽 선수는 7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펼치며 송민수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장충고도 따라가기 시작했다. 3회 말 상대 수비가 실수를 연발하는 틈을 타 2루에 있던 주자 엄상현이 3루로, 그리고 홈으로 쇄도하며 첫 득점을 올렸다. 5회에는 라인 안쪽에 애매하게 떨어진 공에 2루에 있던 박찬 선수가 홈으로 쇄도했다. 박찬 선수는 포수와 부딪히며 아웃이 되나 싶었지만, 수비 방해가 선언되며 득점을 올렸다.

스코어 2-2. 발로 극적인 득점을 만들어낸 장충고 선수들은 경기 후반 분위기를 잡았다. 6회 주자 1, 2루 상황 박찬 선수가 우익수가 잡지 못하는 3루타를 때려내며 싹쓸이 점수를 만들어냈다. 7회에도 김재익의 깔끔한 스퀴즈 번트로 한 점을 더 만들어내는 등 작전이 빛을 발했다.

덕수고도 8회 다시 기회를 잡았다. 무사 주자 2, 3루 상황 이선우가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따라갔고, 2루에 있던 이준서의 3루 도루, 그리고 장충고의 수비 실책이 맞물리며 균형을 맞췄다. 스코어 5-5. 장충고도 8회 말 기회를 잡았다. 이민준 선수가 극적인 투런 홈런을 때려낸 것. 장충고는 결정적인 순간 앞서나가며 승리를 눈앞에 두나 했다.

하지만 6-7로 경기가 흘러가던 9회 초 2사 2루 상황, 내야에 뜬 공을 장충고 선수들이 잡지 못하는 인필드 플라이 에러를 범하며 덕수고의 극적인 동점이 만들어졌다. 덕아웃에 있던 송민수 감독은 순간 탄식을 연발했다. 9회 말 장충고가 추가점을 내지 못하면서 경기는 그렇게 연장전으로 흘러갔다.
 

9회와 승부치기 사이 등판해 상대의 대량 득점을 저지했던 조동욱 선수. ⓒ 박장식

 
10회 연장전, 첫 번째 승부치기에서 두 점씩을 주고받은 덕수고와 장충고는 서로 물러날 수 없는 싸움을 이어갔다. 11회 초에도 덕수고가 두 점을 더 올리며 11회 말공격인 장충고의 상황이 중요해졌다.

장충고도 승부치기에서 적시타를 때려내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연장전이 더 이어지지는 않을까 싶던 2사 만루 상황, 김준엽 선수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11회까지 이어진 경기의 종지부를 찍었다. 승부치기 도입 이후 고교야구 사상 가장 길었던, 5시간 7분의 혈투는 12-11, 장충고의 승리로 매조지어졌다.

장충고등학교 송민수 감독은 "이길 줄 알았는데 동점이 되고, 다시 민준이가 홈런을 쳐서 승리하겠구나 싶었는데 다시 연장까지 가더라"며,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고 웃었다. 그렇지만 송 감독은 "승부치기에서 무리하지 않은 수비 덕분에 승리한 것 같다"며, "선수들이 끝까지 잘 해준 덕분"이라고 선수들을 치켜세웠다.

"오늘 만일 졌으면 내년까지 후유증이 갈 것 같았다"는 송 감독은 "대표팀에 세 명의 선수들이 차출되었지만, 그래도 경험을 쌓아야 하는 선수들이 좋은 투구를 보여주는 것이 다행이다. 특히 어깨 쪽에 불편함이 있어 쉬어왔던 육선엽 선수가 오늘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며 이날 호투한 육선엽 선수를 칭찬했다.

송민수 감독은 "동문, 학부모 등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신 덕분에 4강에 진출한 것 같다. 주요 선수들이 다 내일도 던질 수 있으니 4강 상대가 누구라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4강 각오를 전했다.

지난해 복수 성공... 강릉고, 4강 진출
 

7일 열린 강릉고와 유신고의 봉황대기 8강전에서 홈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 박장식

 
예정 시간보다 3시간이 가까이 늦게 시작된 강릉고등학교와 유신고등학교의 경기. 길었던 대기 시간에도 두 학교는 라이벌 다운 불꽃 튀는 대결을 펼쳤다. 특히 두 학교는 지난해 황금사자기, 봉황대기에서 차례로 맞붙었는데 황금사자기에서는 강릉고가, 봉황대기에서는 유신고가 승리했다.

가장 먼저 득점을 올린 것은 강릉고였다. 1회 말 1사 1, 3루 상황 김예준 선수가 타구를 외야수 앞으로 보내는 1타점 적시타를 만들어내며 한 점의 선취점을 만들어냈다. 강릉고는 3회 말에도 희생플라이로, 적시타로 두 점을 더 만들며 경기 초반 스코어를 3-0으로 만들어 냈다.

유신고도 6회 초 김승주의 적시타에 힘입어 한 점을 따라가는 등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6회 말 무사 만루의 기회를 만든 강릉고가 더욱 멀리 달아났다. 강릉고는 김예준의 희생플라이를 시작으로 정예건, 정재우, 그리고 이용현의 연속 안타로 7-1의 스코어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강릉고 마운드의 힘도 좋았다. 최윤혁 선수가 1.1이닝을 책임진 것을 시작으로, 김백산 선수가 4와 3분의 1이닝을 92구 1실점으로 책임졌다. 조경민 선수는 남은 3.1이닝을 37개의 효율적인 투구로 막아냈다. 결국 유신고는 추가점을 만들지 못하며 7-1로 강릉고의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봉황대기 8강전에서 강릉고의 뒷문을 책임졌던 조경민 선수. ⓒ 박장식

 
경기가 끝난 후 만난 강릉고 이창열 코치는 "어려운 경기를 할 것 같았는데, 선수들이 잘해준 덕분에 편하게 한 것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특히 이 코치는 "청소년 대표팀 감독으로 가신 최재호 감독님께서 출국 전까지 많이 이야기를 해 주셔서, 감독님의 야구를 그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장충고와의 4강 일전에 대해서도 "장충고는 강팀인데다, 신세계-이마트배 때도 패배했던 겅험이 있다 보니 주의하고 있다"며, "선수들 집중력이 강한 데다 우리도 김백산 선수가 빠졌다보니 잘 대비하려 한다"고 답했다.

이날 호투를 펼친 김백산 선수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아이들이 잘 해줘서 편하게 던졌다"며, "유신고가 작전수행이나 방망이가 좋아서 그런 부분에 대해 대비를 했는데 잘 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드래프트 긴장도 많은데,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는 김백산 선수는 "준결승에서는 벤치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웃었다. 

이제는 장충고등학교와 강릉고등학교가 맞붙을 차례다. 8일 오전 10시부터 열리고 있는 북일고와 부산고의 경기가 끝난 직후부터 목동야구장에서 두 학교의 준결승전이 펼쳐진다. 어려움을 뚫고, 그리고 자신감을 얻고 경기에 나서는 두 학교 중 이번 전국대회의 마지막 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학교가 어디가 될지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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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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