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코로나19 감사로 공무원 위축될까 걱정... 더 괘씸한 건"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록 2022.09.02 16:39수정 2022.09.02 16:39
6
원고료로 응원
지난 8월 하순 감사원이 전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포함한 방역에 대해 들여가 볼 계획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감사원은 대응 과정을 잘 점검해서 향후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코로나가 끝나지 않았는데 들여다보는 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의료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8월 31일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전화 연결해 감사원의 코로나 방역에 대한 감사와 현재 코로나 상황에 대해 들어 보았다. 다음은 이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a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 이영광

 
"코로나19 대응에 기존 업무, 감사까지... 일 못 한다" 


- 감사원이 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점검하기 위한 감사 계획을 예고하면서 논란인데 어떻게 보세요?

"일단 감사원이 왜 지금 이 시기에 코로나19와 관련된 감사를 하겠다고 얘기했는지 그 의도 자체가 조금 의심스럽고요. 지금 코로나19도 한창 진행 중이죠. 지금 백신과 관련된 부분들을 점검한다고 당장의 코로나 대응이 바뀔 부분은 없잖아요.

오히려 코로나19 대응에 뭔가 상황을 바꿔야 되는 문제들이 있다면 그런 부분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서 방향을 조정하는 게 필요하지요. 백신 관련한 건 지금 코로나 대응에 도움이 될 만한 얘기들도 아니고, 또 코로나 대응하고 있는 공무원들 입장에 있어서 감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압박이더라고요. 매우 부적절하죠. 코로나19가 좀 더 안정되고 난 다음, '어떻게 하면 좋겠다'라는 정책 방향 새롭게 짜야 되는 시기에 하면 좋죠."

- 뭔가 의도가 있다고 보세요?

"어떤 의도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일부 정치인들은 전 정권 때리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정치적인 판단이니까 제가 논할 부분들은 아닌 것 같고요. 저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감사로 매우 고생할 거기 때문에 우려돼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 코로나가 끝나지 않았는데 정치적 의도를 제외하더라도 다른 의도가 있지 않을까요?

"정치적인 해석은 제가 할 수 없으니 코로나19 대응과 관련된 부분만 얘기한다면, 최근 들어서 현 정권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이 많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전 정권 잘한 거 없다'는 식의 상황을 만들려는 건 아닌 건지 우려는 돼요."

- 가장 우려스러운 건 의료진들의 위축 같은데.

"사실 감사는 민간에 있는 의료진들이 대상은 아니니 의료진들에 대한 건 크지 않을 것 같은데 방역 담당하는 공무원들 대상으로 감사를 하면 예전에 자기가 했었던 모든 문서나 발언 부분들에 대해서 문제가 있는지 다 확인하고 대응해야 하잖아요. 공무원들이 너무 위축될까 걱정인 거죠."

- 공무원들이 위축되면 그게 의료인들에게 영향 있지 않을까요?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행정 해야 되는데 감사 같은 게 무서워서 몸 사리기 시작하면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에게 필요한 여러 정책이 늦어진다든지 아니면 제대로 실현 안 되는 문제들도 있기 때문에 영향 줄 수는 있어요."

- 예전에 어떻게 했나요? 예전에도 감사가 있었잖아요.

"대표적인 감사가 메르스 때예요. 감사원이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 탈탈 털었거든요. 그때는 사실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어요. 그 부분에 대한 감사는 받는 게 맞는데 사실 초기에 잘못된 부분만 받은 게 아니라 메르스 대응 전체에 대해 감사를 하면서 그것을 회복시켰던 일부 공무원들이 같이 피해를 봤거든요.

대표적인 게 정은경 청장님 같은 경우죠. 그 당시 처음에는 감염병 대응 파트에 안 계셨었거든요. 그런데 감염병 대응 영역이 초기 실책으로 흔들흔들하니까 정은경 청장님이 구원투수 형태로 투입되셨어요. 하지만 문제 있는 걸 해결하신 분인데도 메르스 감사 이후에 징계받았거든요. 그 당시에 현장에서 엄청 고생을 많이 했던 공무원분들이 징계를 많이 받았어요. 메르스 감사 때문에 열 받아서 일 잘하는 많은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이 사직했습니다."

- 지금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현직에 있는 공무원도 많이 없지 않나요?

"가장 실무에 해당되는 공무원들은 안 바뀌었잖아요. 하지만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장관이나 정치권에서도 많이 관여하고, 청와대나 총리실도 그러는데 그분들이 대부분 '늘공'들이 아니라 '어공'들이잖아요. 그분들은 이미 정권이 바뀌어버리니까 다 떠났다고요. 지금은 업무를 연속적으로 하는 공무원들만 남았는데요. 문제가 뭐냐면, 어공들은 떠나버렸기 때문에 감사 제대로 할 수도 없죠. 그러니까 남아 있는 늘공들을 괴롭혀서 어공들이 잘못했는지를 계속 추궁하는 거예요. 데이터나 자료를 다 늘공들이 가지고 있잖아요."

- 쓸데없는 걸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것 같네요. 

"전반적인 코로나 대응과 관련돼 있어서 우리의 취약했던 점이 어떤 건지 파악은 필요하죠. 그런데 이게 감사를 통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모든 부처나 모든 부서에서 백서도 만들어야 되고, 정책적인 연구도 필요합니다. 민간을 동원해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정리도 당연히 해야 하고요. 감사원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될 부분입니다."

- 감사가 코로나 방역에 안 좋은 영향 미칠 수도 있을까요?

"감사 대응하는 것도 엄청 큰일이라서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업무에 지장을 받게 될 거예요. 지금도 질병관리청이나 보건복지부가 무지 빠듯하게 일하고 있거든요. 코로나 대응을 같이 하면서, 원래 하던 업무들도 잘 안 돌아가서 문제인 상황인데 거기에 감사까지 들어와 버리면 진짜 일 못 하겠죠."

"코로나가 계절성 독감? 책임 안 지려는 듯한 정부, 괘씸" 
 
a

2일 오전 동대문구청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 현재 코로나19 정점은 지난 것으로 봐도 될까요?

"이번 주부터 확연하게 정점 지나고 있는 걸로 보이고요. 다만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어서 아마 의료 체계 입장에서 2, 3주 정도는 고생할 것 같아요. 아마 한 2, 3주만 잘 지내면 그래도 이번 위기는 지나가지 않을까 정도 생각하고 있어요."

- 아직 병상이 부족한 건 아니잖아요.

"병상이 부족하지 않은데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 살려야 되거든요. 안 좋은 환자가 계속 오고 있으니까 앞으로 환자 진료를 열심히 해야 된다는 얘기죠. 일단은 의료 체계가 붕괴되는 문제가 나오지 않을 거예요.

다만 좀 아쉬운 부분들이 있죠. 2~4월에 환자 확 늘어나면서 의료 체계가 힘들어서 한계를 이미 봤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제대로 준비를 안 했다가 이번에 유행이 크지도 않았는데도 좀 힘들게 지냈잖아요. 대비를 너무 안 하고 있다는 거죠."

- 왜 그럴까요? 

"저도 그게 어이가 없는데 살짝 좋아지면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다시 유행이 없을 것처럼 행동해요. 정부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이번에도 겨울쯤에 한 번 더 유행 올 거라고 예측하잖아요. 그런데도 이번에 아마 유행 끝나면 또 싹 다 병실 없애고 유행 다 끝난 것처럼 할 거거든요. '앞으로 한 두세 번 정도는 크든 작든 유행이 있을 거니까 상시로 대응 잘할 수 있게 의료 체계 정비를 충분히 해놓으라'고 의견 주는데 매번 똑같아요."

- 정부는 코로나를 계절성 독감으로 규정하려는 것 같은데.

"일단 계절독감도 만만한 병은 아니거든요. 겨울에 한 200만~300만 명 이상 발생하고 한 2천~3천 명 죽거든요. 그 정도만 돼도 겨울철에 우리나라 의료 체계, 특히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은 난리가 나요. 코로나19 유행 규모 자체도 이번에도 500만을 넘었잖아요. 독감이 한두 달 동안 200~300만 명 발생해도 우리나라 중환자 의료 체계가 휘청해요. 코로나19의 유행 수준이 독감 유행 수준 규모까지 떨어져야 독감처럼 볼 수 있는 거예요."

- 정부는 왜 계속 계절독감 정도로 보려고 하는 걸까요?

"여러 가지 대책들을 자꾸 후퇴시키고 있잖아요. 격리 지원이나 이런 걸 후퇴해야 하는 명분인 거죠. '독감밖에 안 되는 건데 왜 정부가 다 모든 걸 다 해줘야 돼'란 식의 대응이에요. 이 부분이 저는 더 문제라고 생각해요. 물론 코로나를 독감 수준으로 대응하도록 천천히 단계 밟아서 가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상황이 안 되고 또 취약한 계층이 계속 피해를 보고 있는데, 계절성 독감으로 규정하면서 정부의 책임을 줄이려는 측면으로 너무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 결국은 돈 때문인가요?

"저는 그렇게 봐요. 지금 경제 상황도 안 좋고 코로나 방역에 적극적으로 돈을 쓸 수 있는 상황도 안 되다 보니까 그런 듯합니다. '계절성 독감인데 정부가 얼마나 더 해줘야 돼' 이런 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게 더 괘씸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요."

- 9월 3일부터 해외에서 국내 들어오기 전 하는 코로나 검사 폐지한다고 했는데.

"입국 전 검사를 하게 되면 비행 중에 감염되는 분들의 위험성을 줄여줄 수 있어서 도움은 돼죠. 근데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와 일본만 하고 특히 일본도 폐지하기로 결정이 된 상황이라 우리나라만 버티기는 힘들 것 같아요. 입국 전에 하는 건 못하더라도 입국 후에 검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야죠. 지금은 여행객이 적어서 전수 검사할 수 있지만 추후 여행객이 너무 늘어나게 되면 적어도 특정 퍼센트만 하든, 모니터링 작업은 계속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해외 입국자의 주목적은 변이 체크인가요?

"일단 해외 입국자 검사는 변이가 우리나라에 얼마나 유입되는지 모니터링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계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아마 한동안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들이 경쟁하면서 계속 생겨날 것 같고요. 그 이후에 오미크론을 뛰어넘는 변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지금의 유행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감소하며 유행이 안정될 겁니다. 만약에 오미크론을 뛰어넘는 변이가 다시 나온다면 또 한두 번 정도 큰 유행이 올 수도 있어요. 앞으로 변이의 발생 여부가 코로나19가 엔데믹화되는 부분들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겠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 지금 오미크론 백신 개발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 화이자하고 모더나가 오리지널 오미크론에 대한 변이 백신은 거의 완성 단계여서 미국 FDA 승인 기다리는 상황이고 그다음에 BA.5에 대한 변이 백신도 어느 정도 개발이 돼서 임상시험 진행을 하는 것 같아요, 그것도 올해 늦은 하반기에는 허가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 두 개 백신 중에 어떤 백신을 주로 쓸 건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 오미크론 백신 나오면 지금보다 나을까요?

"기존 백신의 경우 중증 예방 효과는 남아 있지만, 감염 예방 효과에서 많이 떨어지잖아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부분들이 일시적이기는 하겠지만 감염 예방 효과도 회복이 어느 정도 된다고는 보고가 있거든요. 지금 젊은층에서 4차 업종은 안 맞고 있잖아요. 이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에, 젊은층들에 대한 백신 접종은 감염 예방 위해서 계량 백신으로 해야 합니다."

- 백신 맞는 것과 코로나19에 걸려서 면역력 획득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면역력 오래 가나요?

"일단 걸린 거 하고 백신 맞는 게 장단점이 있어서 어떤 게 더 우월하다고 얘기하기 어렵다라는 것이 백신 학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고요. 백신 맞고 걸리거나, 걸리고 난 다음에 백신 맞는 게 하이브리드 면역인데 하이브리드 면역이 가장 우수하다는 건 나와 있어요.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 주기 때문에요."
덧붙이는 글 WBC 복지TV 전북방송에도 중복게재합니다.
#이재갑 #코로나 #감사원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3. 3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4. 4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5. 5 민주당은 앞으로 꽃길? 서울에서 포착된 '이상 징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