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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배달앱부터 삭제? 실패없는 '무지출' 비법 알려드립니다

[인터뷰①] 박미정·진예지 생활경제코치 "평생하는 돈관리, 극단적 무지출은 실패확률 높아"

등록 2022.08.31 19:54수정 2022.08.3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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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가의 고공행진으로 하루 한 푼도 쓰지 않는 ‘무지출 챌린지’가 청년세대에서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한 시민이 음식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 유성호

 
"절약은 더 이상 궁상 코드가 아니다. '갓생(부지런하고 모범이 되는 삶)'의 일환이다."

최근 청년세대에서 불고 있는 '무지출' 열풍을 두고 경제교육협동조합 푸른살림의 진예지 생활경제코치가 내린 진단이다. 과거에는 '짠테크'가 구차하게 여겨졌지만, 한 차례 투자 붐이 불고 지나간 뒤로 절약이 자기관리의 하나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MZ세대는 돈 한 푼 안 쓴 날을 SNS에 인증하는 무지출 챌린지에 열심이다. 택시 대신 자전거를 타고, 불필요한 구독 서비스를 해지하고, 포인트를 긁어모아 커피를 마신다. 빅데이터업체들은 '무소비, 냉장고 파먹기, 중고거래' 등 무지출과 관련된 단어 언급량이 올 상반기 들어 증가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절약은 살면서 갖춰야 할 덕목이다. 다만 돈을 아끼는데도 허무하거나 고통스럽다면? 진 코치와 함께 활동하는 박미정 생활경제코치는 "어떻게 절약해야 하나 고민하기보다는 '내가 왜 아껴야 하는가' 답을 찾는 게 먼저"라며 "무엇을 위한 절약인지 알면 괴로움을 느낄 일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목적 없이 일단 아껴서 모으고 보자는 식으로 돈을 관리하면 자칫 예기치 않은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8월 24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공유사무실에서 박미정·진예지 코치를 만나 건강하고 현명하게 돈관리하는 법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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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정·진예지(오른쪽) 생활경제코치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공유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저축도 무엇을 위해 모으는지 목적이 분명해야 훗날 만족스럽게 쓸 수 있다"며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먼저 쓰고 나중에 쓸 것에 맞게 자원을 배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유성호

     

박미정·진예지 생활경제코치가 말하는 ‘무지출 챌린지’ 열풍 ⓒ 유성호

 

"MZ세대에게 절약은 궁상 아닌 '갓생'"
 

- 젊은층 사이에서 무지출 챌린지, 짠테크가 왜 유행일까.

진예지 코치(아래 진 코치) : "예전에는 절약이나 짠테크가 궁상 코드처럼 부끄러운 일로 읽혔는데 한 차례 투자 붐이 불고 지나간 뒤로 바뀐 것 같다. 돈에 관심 갖고 노력하는 '갓생'의 일환처럼 새롭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 하는 자기관리로 보게 되면서 당당하게 절약을 실천하는 것으로 인식이 진화했다."


- 지출을 끊는 식의 돈 관리법에서 우려되는 점은?

진 코치 : "돈을 모으려면 생활에서 일정 부분 희생이 있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극단적인 목표를 세우거나 지금까지 살아온 패턴과 다른 기준치를 정해놓은 뒤 '이렇게 해야 잘 하는 것이다'라고 밀어붙이면, 한두 번 미끄러졌을 때 자신을 적절하게 타이르면서 넘어가기 어렵다. 자기관리를 못했다며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쉽다. 돈관리는 잠깐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살아가며 평생 함께 갈 부분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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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정 생활경제코치. ⓒ 유성호


-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절약은 무엇일까. 

박미정 코치(아래 박 코치) : "'어떻게 절약해야 하나' 보다는 '내가 왜 아껴야 하는가' 답을 찾는 게 먼저다. 푸른살림에서는 지출을 '지금쓰기', 저축을 '나중쓰기'라고 한다. 지금 쓸 것인지, 나중에 쓸 것인지, 왜 그래야 하는지 선택하는 게 절약의 과정이다. 무엇을 위한 절약이고 저축인지 알면 박탈감이나 괴로움을 느낄 일이 없다."

- 푸른살림은 지출관리가 돈관리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안 쓰기보다 잘 쓰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진 코치 : "안 쓰는 게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웃음). 안 쓸 때 안 쓰고 쓸 때 쓰며 스스로 납득이 되는 소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것이다."

박 코치 : "일단 모으고 보자는 방식만큼 위험한 게 없더라. 그동안 재무상담을 하며 느꼈다. 목적 없이 저축한 돈으로 예기치 않은 투자에 휘말려 고충을 호소하는 사례들이 실제로 있었다. 돈이 많으면 주변에 무언가 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돈이 많아서 생기는 문제도 있는데 다들 돈이 안 많아 봐서 모르는 거다(웃음).

저축도 목적이 분명해야 훗날 만족스럽게 쓸 수 있다. 돈을 잘 쓴다는 건 내 삶의 적정 연비를 파악하고,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먼저 쓰고 나중에 쓸 것에 맞게 자원을 배분하고, 쓰고 나서 후회하지 않고, 더 많은 사람과 즐거움을 나누며 쓸 줄 아는 일이라고 본다."

많이 쓴다 자책 말고 왜 많이 쓰는지 질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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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예지 생활경제코치. ⓒ 유성호


- 내 삶의 적정 연비는 어떤 식으로 파악하나. 

진 코치 : "내가 어떻게 쓰고 살아야 하는 사람인지 파악하는 게 먼저다. 사람들은 무조건 '많이 쓰면 행복할 거야'라거나 '적게 쓰면 뿌듯할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상담해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누군가는 안정감이 떨어지더라도 쓰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게 중요하고, 또 누군가는 지출을 최대한 줄여 안정성을 확보해야 마음이 편하다."

박 코치 : "국가 예결산 구조랑 비슷하다. 분배된 예산 규모를 보면 국가마다 철학이 보인다. 교육예산이 많으면 교육을 중시하고, 복지예산이 많으면 상대적으로 복지에 더 신경 쓴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내가 어디에 돈을 쓰는지 지출 항목을 나눠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항목별로 지출 현황을 파악해봤더니 배달식비 비중이 크다고 해보자. 그러면 사람들은 보통 자책한다. 배달 앱을 지우며 '또 시켜먹으면 인간이 아니다' 다짐했는데 다음 날 이미 주문하기 버튼을 눌러버린 나 자신을 발견하고 괴로워한다.

여기서부터 중요하다. 배달식비에 돈을 많이 쓰는 걸 문제로 볼 필요는 없다. 그저 나의 특징이라고 받아들이고 '왜 배달을 자주 할까' 생각해 봐라. 퇴근하고 집에 오면 손가락 터치할 힘밖에 남아 있지 않아서 그렇다면? 차라리 주 1~2회 배달식비 예산을 마련하거나 쉬는 날 간단히 해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미리 준비해두는 식으로 해법을 찾아라.

상담할 때마다 '옷을 너무 많이 사요' 하며 고충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그때마다 '그게 왜 문제인가요?', '왜 거기에 돈을 많이 쓰게 될까요?'라고 묻는다. 혼자서 괴로움을 곱씹는 게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이해하면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있다."

- 가계부를 쓰는 게 도움이 될까.

박 코치 : "돈관리라는 건 사후평가 과정이다. 기록을 들여다보며 '이 소비는 괜찮았어', '다음엔 이 소비는 하지 말아야지' 하며 분석한다. 저는 가계부든 일기든 자신이 내린 본능적 선택들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자기만의 예결산 과정을 진행하며 항목별 소비 균형을 맞추고 건강한 삶으로 교정할 수 있다."

- 가계부나 용돈기입장을 써도 돈이 모이지 않으면?
 

박 코치 : "부자 되려고 가계부를 쓰기보다는, 자신을 돌아보는 수단이라 생각했으면 좋겠다. 많이 쓴 대로, 적게 쓴 대로, 기록하고 그걸 평가하라. 우선 버는 것보다 많이 쓰지 않도록 정량적 평가를 해야 한다. 흑자면 왜 흑자인지, 왜 적자인지 내용을 들여다봐라. 

그 다음 정성적 평가를 하라. 쓰고 후회된 게 무엇인지 살펴봐라. 가계부 체크하다 보면 기분이 안 좋긴 하다. 돈이 참 정직하다. 그래도 평가하면서 후회되는 소비를 줄이고 뿌듯한 소비를 늘려갈 수 있다. 저는 돈관리 노트 쓸 때 후회되는 소비는 빨갛게, 만족스런 소비는 파랗게 표시하라고 말씀드린다. 가계부에서 빨간색들이 파란색으로 변했다면? 그건 돈관리에 성공한 거다."

* 박미정·진예지 생활경제코치 인터뷰②(http://omn.kr/20f86)로 이어집니다.

□ 푸른살림 박미정·진예지 코치

푸른살림은 2014년부터 생활경제 교육과 상담 등을 토대로 다양한 연령대의 돈 문제 해결을 돕고 있다. 최근에는 '머니핏'(http://moneyfit.imweb.me)이라는 사이트를 열어 머니 피트니스 프로그램 운영을 준비 중이다.

박미정 코치는 금융회사 재무설계사로 일하다가 2007년 금융위기 때 고객들의 펀드가 폭락하는 걸 속절없이 지켜본 뒤로 전향(?)했다. 건강한 서민경제에 기여하고자 함께 공부해온 지인들과 푸른살림을 창립했다. MZ세대인 진예지 코치는 '미스페니'라는 필명으로 작가 활동을 하며 <나의 첫 번째 머니 다이어리> 등 다수의 책을 썼다.
#무지출 챌린지 #무지출 #짠테크 #절약 #푸른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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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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