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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한 계파가 꿩 먹고 알 먹고 국물까지 독식" 친명계 직격

비명계 후보들 "온라인 투표, 대의제 잡아먹는 방식 안 돼" 호남 표심에 적극 구애

등록 2022.08.21 13:52수정 2022.08.2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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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전북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 후보, 박용진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2022.8.20 ⓒ 연합뉴스

 
"호남과 당원 동지들은 지금 '오늘의 민주당'을 불신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21일 오전 전라남도 강진 제1실내체육관에서 민주당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자 전남도당 합동연설회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를 포함해 '비명계' 후보들은 이날  모두 당의 위기를 지적하며 적극적인 투표를 호소하고 나섰다. 전당대회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치러지면서, 오히려 일부 강성 지지자들에게 휘둘리는 당에 대한 우려도 녹아 있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넘어서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 구도가 굳어지는 가운데, 당대표 선거만이 아니라 최고위원 투표에서도 고민정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비명계 후보들이 모두 낙선할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박용진 "정치 훌리건과 좌표부대, 당내 다양한 의견 억압"

마이크를 잡은 박용진 후보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다녀온 이야기로 연설을 시작했다. 박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이 지적했던 '3대 위기(민주주의·경제·남북관계)'에 "오히려 한 가지 위기가 더 추가됐다. 바로 우리들을 짓누르고 있는 민주당의 위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뿌리부터 흔들리는 정당에 미래가 어떻게 있을 수 있겠느냐. 호남에서 흔들리는 민주당에게 어떤 미래를 우리가 생각할 수 있겠느냐"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 호남에서의 투표율, 그리고 이번 전당대회에서의 호남의 투표율이 바로 민주당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시행된 전북의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은 17.20%, 18일 치러진 광주와 전남의 투표율은 각각 18.18%과 16.76%였다. 모두 10%대에 머무르며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박 후보는 "민주당은 30% 남짓 소수 당원들만 참여하는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내로남불·소탐대실이라고 비판받는 정치를 해왔다"라며 "결과에 책임져야할 당과 당의 지도부는 당원들 뒤에 숨어 있었다. 당을 책임져야 할 지도자들이 당장의 이익에 연연하는 상황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당에 힘이 되고 싶어 했던 당원들의 마음을 이용했던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박용진이 만들고자 하는 민주당의 미래에는 악성 팬덤이 판치고 셀프 공천, 사당화 논란으로 혼란해 하며 정치 훌리건, 좌표부대들이 당내 다양한 의견을 억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최고위원들이 당 대표의 들러리로 전락해서, 당내의 견제와 균형이 사라지고, 당원을 온라인 거수기로 만들고, 지도자가 당원들의 투표 뒤에 숨는 그런 무책임한 일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한쪽 계파가 대표도, 최고위원도 다 먹고, 당헌·강령도 마음대로 뒤집는 일, 그래서 당 밖에서 한쪽 계파가 꿩 먹고 알 먹고 국물까지 싹 다 독식한다는 그런 비판을 들으면 우리 민주당은 민주주의 위기 그 한 가운데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친명계'의 독식을 우려했다.

특히 "온라인 투표, 직접 참여 민주주의는 대의제도의 보충제 역할을 해야지, 대의제도를 잡아먹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라며 "일방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통과의례, 폭력적 관철수단이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때 되면 투표만 하고 자기 마음에 안 드는 리더에게는 문자폭탄을 날리는 그런 당원이 판치는 정당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목소리내고 진지하게 숙의하며 토론하는 당원들의 정당이 되어야 한다"라는 지적이었다.

"투표 포기하지 말아달라" "누구의 사람이냐 강요받는 현실 답답"

비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의 메시지도 비슷했다. 고영인 후보는 "현재 덜 알려져서 성적이 저조하다"라면서도 "최근에 지방선거에 이어서 이번 전당대회 투표율이 호남이 너무 저조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라고 이야기했다. "호남 당원들의 메시지는 무슨 의미겠느냐"라며 "우리 모두는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다. 이번에 보여주신 당원들의 경고음을 잘 새기고 반성하고 혁신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특히 "지난번 서울부산 보궐선거 때 당 지도부와 당원들이 거의 전원 우리의 당헌 개정을 통한 공천을 찬성했음에도 민심은 싸늘했고 대패했다"라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 지방 다니면서 이런 소리 듣는다. '이번에 투표하기 싫다. 반성도 안 하고 똑바로 하지 않는다. 결과 뻔하다. 최고위 특정 계파 독식하는데 당이 제대로 가겠는가'"라며 "여러분, 투표 포기하지 말아주시라. 당이 민심과 이반될 때 용기를 갖고 있는 고영인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게 해주시라"라고 한 표를 부탁했다.

광주 출신인 송갑석 후보는 "선거 끝나면 어김없이 민주당의 심장이라고 화려하게 호명되던 호남은, 전당대회 시작하면 어김없이 특정 계파의 호명을 강요받고 있다"라며 "누가 감히 호남에 줄서라고 하느냐?"라고 꼬집었다.

윤영찬 후보 또한 최근 투표율이 "참으로 충격적이고 무서운 숫자"라며 "당원이 당을 냉소하고 전당대회를 외면하는 현실, 저 윤영찬 부끄럽다. 두렵다. 걱정이다"라고 평했다. 윤 후보는 "지난 대선과 지선에서 이를 책임졌던 지도부의 오만했던 밀실 공천, 셀프 공천, 전략 공천이 아닌 전화 공천으로 애써 이룩한 전국정당 꿈도 산산이 부서졌다"라며 "어느 한 사람만을 위한 원칙을 바꾸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이냐? 민주당다운 길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지난 선거에서의 '셀프 공천' 논란과 당헌 80조 개정 문제를 재차 언급하며 이재명 당대표 후보를 저격한 것이다.

당선권에 든 유일한 비명계 후보이자, 일부 지지자들로부터 여러 공격을 받아온 고민정 후보는 "지난 선거기간 동안 온갖 오해와 억측 속에서 외로워진 순간 참 많았다. 하나 설명하고 또 하나 설명해야 하고 파도처럼 끊임없이 몰려왔다"라며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전선에서 무엇이든 쥐고 싸워야 하는데, 누구의 사람이냐 강요받는 현실이 무척 답답하다"라며 "호남의 민심은 정확하고 냉철했다.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을 가리켰던 나침반이었다"라며 호남 표심에 지지를 호소했다.  
#박용진 #고영인 #송갑석 #윤영찬 #고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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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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